성해빈,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난 여정 [D:인디그라운드(175)]

박정선 2023. 12. 29. 14: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찾는 과정은 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를 명확히 하고,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난 2015년 ‘32번 버스’로 데뷔한 성해빈은 문득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고, 그 과정을 담은 신곡 ‘밤기차’를 지난 24일 발매했다. 그리고 그 헤맴의 여정 끝에선 자신의 안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씬디매거진

-이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볼게요. 신곡 ‘밤기차’는 어떤 곡인가요?

‘밤기차’는 약 7개월 만에 발표하는 신곡으로, 어쿠스틱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기타와 보컬을 필두로 베이스와 퍼커션이 차례로 들어오면서 서서히 빌드업되는 과정이 화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소박하고 단출한 편성이지만, 기타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한, 진정성이 돋보이는 포크 음악입니다.

-평소 가사에 대한 영감, 곡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얻으시나요?

직장인이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듯 저는 의무적으로 책상 앞에 가서 골똘히 영감을 찾습니다. 틈틈이 기록해둔 메모나 일기를 뒤져보기도 하고, 오래된 명곡들을 쭉 감상해보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몇 시간을 하염없이 앉아있다 보면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오르고, 그게 창작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지난겨울, 고향으로 향하는 어둑한 기차에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열차가 저마다의 인생이라면 내 인생의 열차는 지금 어디쯤일까. 옳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 걸까. 그렇게 꼬리를 물던 생각이 하나의 곡으로 뚝딱 완성되었답니다.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가사가 또박또박 잘 들렸으면 했어요. 그래서 이런 편곡이 나온 것 같습니다. 처음 데모를 완성했을 땐 좀 더 웅장하고 화려한 편곡을 예상했었거든요. 그런데 잘 들리는 가사에 초점을 두고 작업하다 보니 오히려 많은 악기를 걷어내게 되더라고요. 결과물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전의 음악들과 다른, 이번 앨범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있었다면요?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이전에 냈던 곡들은 대부분 제가 직접 연주하거나 동료 뮤지션에게 부탁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지인으로부터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김수유 님을 소개받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행해봤어요. 그래서인지 이번 곡에서는 유독 기타가 더 돋보이는 것 같아요.

-사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쓰기 쉬우면서, 동시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사는 당시 기차에서 메모해둔 단어와 문장들을 가져와 멜로디와 잘 붙도록 다시 정리하여 완성했습니다. 평소 저는 낯선 사람들에게 좀처럼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편인데, 신기하게도 그것을 노래로 풀어내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이번 곡은 마치 일기장에 제 감정을 기록하듯이 술술 써 내려갔습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고 했는데요. 그토록 찾아 헤맨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노래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건 듣는 사람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제가 찾아 헤맸던 저의 모습은 ‘순수’ 또는 ‘초심’이었어요. 순수한 믿음으로 진실하게 누군갈 사랑하고 무언갈 갈망하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완성된 곡을 들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된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곡을 완성하고 천천히 감상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나’와 지금의 ‘나’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는 내 안에 있단 걸’이라는 가사의 마지막 문단처럼 정말로 ‘나’는 제 속에 꽁꽁 숨어있더라고요.

-이번 신곡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으셨나요?

거창하게 어떤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다기보다는 감상자로 하여금 한 번쯤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노래이길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다들 정말 열심히 살고 계시잖아요. ‘밤기차’를 듣는 4분 동안이나마 이 노래가 여러분께 자신을 향한 작은 여행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원성연

-벌써 데뷔한지 7년이 됐어요. 해가 거듭되면서 음악을 내놓는 것에 대한 무게감, 책임감도 달라질 것 같은데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 과정에 힘듦은 없었나요?

맞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앨범을 내는 데 더욱 신중해지고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오히려 데뷔 초기에는 무척 과감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땐 지금보다 연주자들이나 엔지니어 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빈번히 어려움을 겪곤 했었어요. 물론 지금도 쉽진 않지만요. 신기하게도 이번 곡을 작업하면서 크게 힘든 점은 없었어요. 보통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한 번쯤 난관에 부딪히거나 고민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데, 집에서 데모를 만들 때부터 저는 이미 이 곡에 확신이 있었고, 녹음, 믹싱 등의 전반에 걸쳐 수고해주신 김시민 엔지니어님 덕분에 작업을 수월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음악 작업을 함에 있어서 신념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진심’입니다. 거짓된 마음으로 노래하고 싶지 않아요. 과연 제 음악에서 진정성을 뺀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누구보다 음악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과거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어릴 때부터 특출나게 잘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없었는데, 음악이 유일했어요. 그러다 고3 무렵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기에 처음으로 음악가의 꿈을 가지게 되었고, 무작정 상경해 이 판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땐 막연히 보컬리스트를 꿈꾸며 R&B나 재즈에 심취해 있었는데, 군 생활을 하던 중 곡 쓰는 것에 재미를 붙여 자연스레 싱어송라이터로 방향을 정하게 되었어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지난 7년의 시간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 노래 중에 ‘우유 배달부의 아침’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우유 배달부는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우유를 나르지만, 사실 요즘에 우유 잘 안 시켜 먹거든요. 주머니에 우유를 넣어도 다음 날 새벽에 가보면 그대로 들어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저 역시 아직은 아무도 몰라주지만, 이만큼 보람된 일은 없기에 계속해서 성실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 지난 8년 동안 우유 배달부가 아니었을까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나요?

8년 전, 호기롭게 첫 앨범을 내고서 음악 생활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막막해서 이 길이 내 길이 맞을까 하고 의심한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결코 평탄하게만 음악 생활을 해오지는 않았는데요. 종종 슬럼프가 찾아오거나 큰 고비와 맞닥뜨리게 돼도 제게 포기라는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언젠가 음악이 싫증이 난다면 그만둘 순 있겠지만, 여전히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음악이기에 사랑하는 일을 멈추고 싶지 않아요.

-데뷔한 이후 민트페이퍼 원 콩쿨, 윤동주창작음악제 등에서 수상을 했어요.

저는 대회나 공모전 등의 공고가 보이면 주저 없이 일단 도전해보는 편입니다. 이러한 도전들이 어쩌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이를 통해 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음악을 잘해나가고 있구나 하며 확인하기도 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스스로 분석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사실 수상한 것에 비해 떨어진 게 훨씬 많지만, 크게 개의치 않아요.

-아직 성해빈 씨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한 곡 하나를 꼽자면?

2019년에 발표했던 정규 1집 ‘너의 마음’의 타이틀곡인 ‘사람들’이라는 곡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 곡은 제가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시기에 만든 곡인데요. 그만큼 저의 진정성이 잘 녹아있어서인지 많은 분이 이 곡을 통해 저를 알게 되어 공연에 찾아와주시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셔서 오히려 제가 큰 용기를 얻곤 합니다.

-최근 성해빈 씨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곡을 발표할 때마다 어떤 음악을 선보여야 할지 항상 고민이에요. 곡은 점점 쌓여만 가는데, 어떤 곡은 대중들이 이해해주지 못할 것만 같고, 또 어떤 곡은 단번에 귀에 꽂히지 않아 번번이 본격적인 작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요. 앞으로는 감히 대중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기보다 저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곡이라면 무엇이든 다 여러분께 선보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귀띔도 해주세요. 어떤 활동들을 보여주실 건가요?

내년에는 좀 더 자주 신보 소식을 들려드릴 계획입니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뿐만 아니라 여러분께 다양한 방법으로 인사드릴 테니 반갑게 맞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 꿈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꾸준히 오래오래 음악하고 싶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다음 앨범이 기다려지는 뮤지션으로 남고 싶어요. 단기적으로는 단독 공연을 열었을 때 전 객석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