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리며 해 넘기는 ‘의대 증원’ 논의…“교육여건 고려해야”

신대현 2023. 12. 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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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의원, 제4차 ‘의대 정원 확대’ 연속토론회 개최
기초의학 교수 2018년 1424명→2022년 1277명 감소
서남의대 폐교 사태 재현 우려…“교수 부담 가중”
“병원서 부족한 실습지 돌려보며 짐 덩어리 취급”
복지부, ‘부담 경감’ 지원 예정…사전 컨설팅 진행
2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정원 확대 이전 의과대학의 준비: 부실의대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들’이란 주제로 의대 정원 확대 연속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신대현 기자

전국 의과대학 40곳 모두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정원을 늘리길 희망하고 있지만, 학생들을 교육할 기초의학 전임교수와 시설·장비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의학 교육 전문가들은 지금도 교육 인력·시설 부족으로 의사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원 확대에 앞서 교육의 질부터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정원 확대 이전 의과대학의 준비: 부실의대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들’이란 주제로 제4차 의대 정원 확대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올해 스무 번이 넘는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갖고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합의되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도 입시에 증원된 의대 정원을 반영하려면 늦어도 내년 4월까지 증원안을 교육부에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증원 뒤 각 의대가 적정 환경에서 학생들을 올바르게 교육할 수 있을지 의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부 의대는 양질의 의학교육을 수행하기엔 인적·재정적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다는 진단도 쏟아진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장은 “정부와 의료계는 협력해 국민의 요구에 충족하는 높은 가치를 지닌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적 책무성을 갖춘 의사를 양성해야 하지만 정작 기초의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의대 기초의학 교수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DB(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8개 기본 과목을 가르치는 의대 기초의학 교원 수는 2018년 1424명(평균 35.6명)에서 2022년 1277명(평균 31.9명)으로 5년 새 147명(평균 3.7명) 감소했다. 8개 기본 과목엔 기생충학, 미생물학, 병리학, 생리학, 생화학, 약리학, 예방의학, 해부학 등이 있다.

이 소장은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책임지는 의사와 의사과학자를 비롯한 바이오헬스 연구자 양성을 위한 교육이 부실한 상황에서 기초의학 임상교수 부족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기초의학 전문의 제도를 도입하고 전공자에 대한 급여를 지원하는 등 기초의학자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 제시하는 대표적 부실 운영 사례가 서남의대 폐교 사태다. 서남의대는 지난 2018년 폐교한 종합대학이다. 당시 서남의대 재학생들은 전북의대와 원광의대로 편입학해야 했다. 서남의대 폐교 당시 학생들을 수용한 경험이 있는 권근상 전북의대 교무부학장은 학생 수용에 따른 문제점을 언급하며 서남의대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 학장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남의대 학생들이 넘어와 전북의대 학생과 서남의대 편입학 학생 간 갈등이 일어났고, 강의실이나 교육 인프라 부족도 컸다”며 “특히 150명의 교수가 1인당 3.8명의 학생을 맡던 것에서 편입 이후 교수 148명이 1인당 5.5명의 학생을 맡는 등 진료와 연구를 병행해야 하는 교수들의 부담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확대가 준비되지 않은 대학은 서남의대 폐교 때 벌어졌던 일을 겪을 수 있다”며 “임상교수의 이탈 방지를 위해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우려는 의대생도 하고 있다. 강기범 전 대한의과대학‧의전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경희의대 본과 3학년)은 일부 의대는 강의실 부족으로 자리를 잡지 못해 수업을 듣지 못하는 학생이 있고, 학생 자치공간도 미흡해 4개 동아리가 작은 동아리방 하나를 돌려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 전 위원장은 “유급자가 많은 어느 의대의 경우 운이 좋은 소수의 학생만이 간이의자와 책상을 강의실에 욱여넣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며 “실습 실태도 심각한데, 해부학 실습을 위한 카데바(기증된 해부용 시체) 수급이 되지 않아 간신히 학사 일정을 소화하는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 실습 땐 수십 명의 학생이 부족한 실습지를 돌려보며 직원의 동선을 방해하는 짐 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인프라는 그대로인데 정치적인 이유와 대학 재단의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목소리를 높이는 행태가 부실 의대를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의학교육점검반을 꾸려 의대 현장 의견을 두루 청취해왔다며 2025년 40개 전국 의대 정원이 한꺼번에 증원됐을 때 생길 수 있는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김예슬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사무관은 “40개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통해 현재 역량으로도 감당이 가능한 최소 수요와 최대 수요를 집계했다”며 “증원에 따른 부담을 경감하고 사전 컨설팅 등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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