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257> 콩팥이 망가지면 일어나는 일들

이근형 2023. 12. 29.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포함하여 쓰레기 처리를 가장 잘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만약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것이고, 당연히 우리의 삶의 질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소중한 우리 몸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몸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콩팥의 일이다. 노폐물이 섞여 있는 피가 모세혈관이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사구체에 들어오면, 혈액이 여과되어 노폐물은 사구체를 둘러싼 보먼주머니를 거쳐 세뇨관으로 들어가고, 세뇨관에서는 물과 영양소처럼 우리 몸에 유용한 물질은 대부분 재흡수하며, 노폐물은 오줌보에 모아 오줌으로 몸 밖으로 내보낸다.

콩팥은 이러한 방법으로 하루 동안 무려 150~180ℓ의 물을 걸러 재활용하고, 1.5ℓ 안팎의 오줌을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이처럼 일 잘하던 콩팥이 망가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콩팥 세포들은 독성물질을 만나거나 영양소나 산소 부족, 스트레스 등 여러 이유로 세포들을 구성하고 있는 DNA들이 손상되거나 죽는다. 손상된 DNA들은 세포 안에 들어 있는 유전자에 의해 대부분 원래 모습으로 복구되지만, 심하게 손상되어 복구하기 어려운 세포는 유전자에 설계된 방법으로 스스로 죽고(자멸사(自滅死)), 그 자리는 새로 만들어지는 세포가 기능을 대신한다.

망가지는 콩팥 세포가 모두 복구되고, 죽는 세포가 새 세포로 모두 채워진다면 콩팥의 기능은 건강하게 유지되겠지만, 죽거나 손상되는 정도와 복구되고 재생되는 정도는 우리 생각과 생활 습관에 달려 있어서, 손상된 DNA의 복구와 세포의 재생을 방해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정상적인 콩팥 세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게 된다.

감사하게도 콩팥은 하는 일에 비하여 용량이 훨씬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콩팥 기능의 30~40%가 망가져도 불편을 잘 느끼지 못하며, 검사받지 않으면 망가진 사실도 모르기 쉽고, 콩팥 한 개로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콩팥 기능의 40~70%를 잃어버리면, 내 보내지 못한 노폐물이 몸 안에 쌓이므로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거나 거품이 많아지며, 쉽게 피로해지거나 손발이 붓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운 증상, 빈혈, 구토, 식욕부진과 같은 여러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콩팥 기능이 30% 아래로 떨어지면, 이런 증상들이 심각해진다.

콩팥 기능이 15% 아래로 떨어져 콩팥이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콩팥기능상실 또는 신부전이라 하며, 콩팥기능상실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발작이나 혼수상태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죽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는 망가진 콩팥을 대신하여 인위적으로 노폐물을 걸러주는 투석을 하거나 정상 기능을 하는 다른 콩팥을 이식해 주는 것 말고는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콩팥의 투석에는 몸속의 피를 뽑아 찌꺼기를 걸러 깨끗해진 피를 다시 몸속에 넣어 주는 혈액투석과 영구적인 도관을 몸 안에 삽입하고, 이 도관을 통해 수분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복막투석의 두 방법이 있는데, 두 방법 모두 콩팥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며, 수명을 연장하거나 이식받을 때까지 생존하는 데 의의가 있고, 여러 부작용이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콩팥 투석의 효과에 있어서는 두 방법에 큰 차이가 없으며, 공통 부작용으로는 피부나 혈액, 복막의 감염, 피로, 가려움증이 있고, 혈액투석만의 부작용으로 근육 경련, 저혈압, 현기증이나 메스꺼움, 혈액 손실이 있으며, 복막투석만의 부작용으로 몸무게가 늘어나는 현상이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투석 환자의 기대수명은 평균 5~10년인데, 길게는 30년까지 생존하는 사람도 있다.

콩팥 이식은 살아있거나 최근에 사망한 사람의 건강한 콩팥을 말기 콩팥기능상실 환자에게 옮겨 주는 것으로 투석할 때보다 삶의 질이 높으며, 5년 생존율이 95%를 넘을 정도로 높으나, 콩팥의 공급이 부족하여 이식받기가 쉽지 않고, 평생 먹어야 하는 면역억제제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콩팥의 투석과 이식은 콩팥 기능이 상실된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해주거나 연장해 주고 있는데, 이런 치료를 받고도 콩팥기능상실로 죽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2022년 콩팥기능상실 사망자는 7,468명으로 신장암 사망자 1,025명보다 훨씬 많았으며, 암 가운데 췌장암이나 위암, 혈액암보다도 많았고, 콩팥기능상실 사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암은 폐암과 간암, 대장암밖에 없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콩팥의 기능이 망가지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어려우므로 평소에 콩팥 세포의 DNA 손상을 줄이고, 손상된 DNA의 복구를 도와주는 생활 습관을 가짐으로써 콩팥기능상실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콩팥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 습관으로는 흔히 ①물을 충분히 마시고, ②필요한 영양소를 적절히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을 하며, ③적절히 운동하고, ④반드시 금연하며, ⑤콩팥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높은 혈당과 높은 혈압, 비만을 개선할 것과 ⑥약물 오남용을 하지 말 것을 드는데,

특히 물은 하루 150~180ℓ나 되는 물을 걸러 재활용하는 콩팥의 부담을 덜어주고, 1.5 리터의 오줌으로 내보내는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충분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며, 오줌 색깔이 진한 사람은 물을 더 마시는 것이 좋다.

나아가 콩팥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앞에 열거된 콩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을 포함하여 콩팥 세포들의 DNA 손상을 줄이고, 내 몸 안의 최고 명의가 손상된 DNA들을 복구하는 것을 도와주는 생활 습관이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삶이 바로 뉴스타트(생명이야기 6편 참조)다.

뉴스타트의 여덟 가지 항목 가운데 첫 번째 생명식은 다양한 과일과 채소, 곡식을 포함한 식물성 음식을 골고루 통째로 충분히 먹되, 특정 음식을 편식하지 않는 것이며, 이와 함께 과잉 섭취할 경우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설탕을 포함하여 가공이나 정제된 나쁜 탄수화물,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소금과 알코올의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뉴스타트의 나머지 항목인 운동, 물, 햇빛, 절제, 공기, 휴식, 신뢰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립연구가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