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들어주는 왕의 비밀, 100주년 디즈니가 선물한 메시지
[장혜령 기자]
▲ 영화 <위시> 스틸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왕이 직접 소원 들어주는 마법의 나라
소원을 보관하고 있다가 추첨식에 뽑히면 이루어주는 마법의 왕국 로사스는 마법사이자 왕인 매그니피코(크리스 파인)가 다스리고 있다. 그는 모두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현명한 왕이자 잘생긴 외모로 인기도 많은 리더이다. 그러나 인자한 겉모습과 달리 비뚤어진 마음으로 서서히 악인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 힘은 점차 어둠 속으로 이끌어 본래의 모습까지 잠식하고야 말았다.
어느 날, 왕의 견습생이 되기 위해 성을 찾은 아샤(아리아나 데보스)는 왕의 엄청난 비밀과 마주한다. 절대 권력 아래 사악한 마법으로 로사스를 위험에 빠트릴 본심을 알게 된다. 왕은 소원을 빌미로 완벽히 통제했고 사람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따르고 있었던 것. 익숙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모르고 사는 공기처럼 소원을 상납하는 일은 왕국의 의무로 여겨졌던 거다.
슬픔과 분노 없는 로사스 왕국은 18세가 되면 왕에게 소원을 바쳐야 한다. 그 이후에는 무엇을 원하는지, 꿈을 위해 어떤 노력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무감감하게 살아간다. 간절히 원하는 욕망도 실패했다는 슬픔, 포기했다는 좌절감도 잊고야 만다. 그저 마음 어딘가가 허전한 것 이상한 기분만 느껴질 뿐이었다.
모두가 바라는 소원은 사실 매그니피코가 제멋대로 선정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극히 일부만 이루어 준다. 간절한 바람에도 아샤 할아버지와 엄마의 소박한 꿈은 영영 이룰 수 없게 된다. 이에 실망한 아샤는 별을 향해 울부짖고, 이 간절함이 닿아 무한 에너지를 지닌 별이 지상으로 떨어진다. 별과 염소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아샤는 모두의 소원을 되찾아 돌려주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 영화 <위시> 스틸컷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위시>는 디즈니 100주년에 맞는 종합선물 세트다. 100년 동안 이어져 온 정체성과 위대한 유산과 전통, 미래를 향한 목소리를 한데 담았다. 100살 생일을 맞은 아샤의 할아버지는 디즈니의 의인화인 셈이다. 화려한 마법은 그저 거들 뿐이다. 나이를 떠나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준다.
<겨울왕국>의 제작진답게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가 반짝인다. 자신도 몰랐던 재능이 극한 상황에 발현되며 각성하는 클래식한 이야기다. 주인공 아샤는 타인의 말을 귀담아들어 주고,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따뜻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본인만 능력을 알지 못하는 고치 속 누에로 상징된다.
아샤를 비롯한 전체적인 캐릭터가 유색인종으로 꾸려져 있다.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와 세계관을 오마주한 다수의 캐릭터는 친근한 외모와 성격을 지녀 100년 역사를 총정리한다. 고전의 향기가 전해지는 수채화풍의 2D 작화와 3D 애니메이션의 절묘한 조합은 디즈니 특유의 노스텔지어를 연상케 한다.
스스로 구한 자가 얻는다는 능동적인 목소리로 희망을 선사한다. 소원은 스스로 이루어야 가치와 의미가 커진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노력하는 자세, 실패해도 일어설 용기, 남과 비교하지 않는 긍정적인 사고가 모여 세상을 밝게 만드는 에너지가 되어간다고 말한다.
▲ 영화 <위시> 스틸컷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뮤지컬 애니메이션답게 듣는 순간 허밍을 멈출 수 없는 OST가 인상적이다. 아샤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 클래식 애니메이션 속 여성 캐릭터의 아름다움을 담아 만들었다. 주인공 아샤 역에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리아나 데보스가 참여했다. 'This Wish'는 시원한 가창력과 자유자재로 뻗어 나가는 고음이 만나 아샤의 복잡한 내면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목소리 연기와 노래 실력을 마음껏 펼쳐 기대 이상이다.
아샤를 더욱 빛나게 해줄 막강한 빌런은 크리스 파인이 맡아 열연했다. 인자한 왕으로 시작해 스스로 익힌 마법으로 인해 서서히 탐욕적으로 변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다. <알라딘>의 '자파', <인어공주>의 '울슐라', 강력한 어둠의 지배자이자 숲의 수호자 '말레피센트' 등을 모아 만든 디즈니 빌런의 정수다. 뮤지컬 영화 <숲속으로>를 통해 가창력과 목소리 연기를 뽐낸 크리스 파인은 출중한 외모, 절대 권력과 마법 능력까지 갖춘 매그니피코 왕으로 분해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그밖에 아샤의 조력자 발렌티노(알란 터딕)는 유머를 장착한 혼잣말로 시종일관 웃음을 준다. 아기 염소의 깜찍함과 달리 아저씨 목소리가 반전 매력인 신 스틸러다. 또한 귀여운 외모와 빛나는 존재감의 별(Star)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로 모험에 동반자가 되어준다. <겨울왕국>의 올라프 못지않은 하드캐리다.
엔딩크레딧에는100주년을 기념한 신구 디즈니 캐릭터가 함께 등장해 추억을 소환한다. 엔딩크레딧이 끝난 후 등장하는 쿠키영상에서는 소원을 이룬 할아버지의 행복 바이러스가 극장을 가득 채운다. 2024년 한 해, 모든 일이 잘 되길 바라는 소원을 빌어 본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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