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시련' 이겨낸 안은진, 반전 거듭한 성장 캐릭터
[양형석 기자]
지난해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아이를 가진 고등학생을 연기했던 신인 배우 노윤서는 올해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남행선(전도연 분)의 딸 남해이 역을 맡아 신예 스타로 떠올랐다. 또 한 명의 라이징스타 고민시 역시 여름 <밀수>를 통해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시즌2>에 출연했고 지난 9월에는 김윤석, 윤계상, 이정은과 내년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촬영을 마쳤다.
또 한 명의 주목받는 유망주 고윤정은 작년 12월에 시작해 올해 초에 종영한 <환혼: 빛과 그림자>에서 낙수의 얼굴을 지닌 신비로운 신녀 '진부연' 역을 맡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8월에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에서 무한재생능력을 가진 초능력자 장희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고윤정은 내년 <슬기로운 의사생활>(아래 <슬의생>)의 스핀오프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처럼 2023년 한 해에도 많은 신예 배우들이 활발한 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올해 가장 눈부신 성장을 보인 배우를 꼽으라면 역시 이 배우의 이름을 첫 손에 꼽아야 할 것이다. 2020년부터 꾸준히 그녀를 따라다니던 <슬의생>의 추민하 이미지를 깨고 최고 시청률 12.9%를 기록했던 MBC 드라마 <연인>의 길채 아씨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배우 안은진이 그 주인공이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 <슬의생>의 평범한 조연이었던 안은진은 김대명과의 러브라인 이후 비중이 부쩍 커졌다. |
ⓒ tvN 화면캡처 |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10학번 안은진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김고은(중퇴)과 박소담, 이유영, 이상이, 김성철 등과 동기로 유명하다. 2012년 <은교>에 출연한 김고은처럼 상업영화 데뷔와 동시에 단숨에 스타배우로 떠오른 동기도 있었지만 안은진은 좀처럼 빨리 기회가 오지 않았다. 201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한 안은진은 졸업 후에도 뮤지컬과 연극, 단편영화 등을 오가며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2018년 안은진은 조승우와 이동욱 주연의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 뷰티클리닉 직원 역으로 특별 출연하면서 매체 연기를 시작했고 2019년 무려 6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젊은 여성 다작배우'에 등극했다. 특히 <검사내전>에서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진영지청의 실무관 성미란을 연기했는데, 그는 김정우 검사(전성우 분)가 즐겨하는 MMO RPG 게임의 고수로 드라마 속에서 김정우 검사는 성미란 실무관을 이순신 장군만큼 존경한다.
안은진이 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은 역시 산부인과 전공의 추민하를 연기했던 <슬의생>이었다. 드라마 초반에는 오지랖 넓고 매 회차마다 화장법이 달라지는 수다쟁이 역할이었지만 양석형 교수(김대명 분)에 대한 짝사랑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비중이 부쩍 커졌다. 특히 <슬의생> 시즌1 10화에서 추민하가 양석형에게 좋아한다고 넌지시 고백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안은진은 같은 해 공개된 <킹덤> 시즌2에서 결혼 10년 만에 힘들게 출산한 아들을 거짓 회임을 한 계비 조씨(김혜준 분)에게 빼앗기는 무영의 아내 역을 맡았다. 2021년에 방송된 <슬의생> 시즌2에서는 양석형을 짝사랑하며 고백공격(?)을 이어가다가 11회에서 "나도 너 좋아하니까 이제 고백 그만해"라는 석형의 고백을 듣는다. 안은진과 김대명이 연기한 추민하와 양석형은 '곰곰 커플'로 불리며 방영기간 내내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안은진은 2021년 12월부터 작년 2월까지 방영된 JTBC 드라마 <한 사람만>을 통해 주연 신고식을 가졌다. 하지만 <한 사람만>은 방영 기간 내내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했다(결국 <한 사람만>을 끝으로 JTBC 월화 드라마는 폐지되고 말았다). <한 사람만>의 아쉬운 결과는 2018년 매체 연기를 시작한 이후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OTT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동하던 안은진에게 찾아온 첫 번째 시련이었다.
▲ 안은진은 <올빼미>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연기에 도전했다. |
ⓒ (주)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
안은진은 2021년 가을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으로 장편 영화 데뷔를 하는 안태진 감독의 <올빼미>에 캐스팅돼 유해진, 류준열과 연기호흡을 맞췄다. 안은진이 영화의 중요한 반전을 담당하는 인조의 후궁 소용 조씨를 연기한 <올빼미>는 작년 11월에 개봉해 332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여유 있게 넘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데뷔 첫 악역이었지만 안은진에게 <올빼미>는 짧은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안은진은 2023년 한 해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두 편 모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은진의 위상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4월부터 6월까지 방송됐던 JTBC 드라마 <나쁜 엄마>에서는 이미주 역을 맡아 알콩달콩한 로맨스부터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강인한 모성애까지 갖춘 복합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나쁜 엄마>는 12%의 시청률로 종영하며 올해 방송된 주중드라마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
안은진은 여름부터 남궁민과 함께 MBC의 금토드라마 <연인>에 출연했다. 캐스팅 당시만 해도 시청률 보증수표이자 스타배우 남궁민의 상대역으로 안은진은 너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안은진은 곱게 자란 양가댁 애기씨에서 전쟁을 겪으며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유길채 역을 멋지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슬의생>의 추민하를 뛰어넘는 인생캐릭터를 만난 것이다.
<연인>을 집필한 황진영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쓰면서 미국의 고전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연인>을 비교하면 안은진이 맡은 길채는 비비안 리가 연기했던 스칼렛 오하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말괄량이 애기씨였던 길채는 Part1. 중반을 기점으로 능동적인 리더로 변모하는데 안은진은 이를 자연스럽게 잘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 안은진은 <연인>에서의 열연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로 성장했다. |
ⓒ MBC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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