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도 반했다” 게이머 사로잡은 이것... 게임기야 컴퓨터야?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12. 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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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UMPC 시장
대만 컴퓨터 브랜드 에이수스는 UMPC ROG ALLY 모델로 축구선수 손흥민을 내세운다.(에이수스 제공)
최근 들어 ‘UMPC’의 인기가 심상찮다. UMPC는 Ultra Mobile Personal Computer의 줄임말로, 휴대성을 극도로 높인 컴퓨터를 말한다. 흔히 노트북과 태블릿PC보다는 작고, 스마트폰보다는 큰 기기를 통칭해 ‘UMPC’로 묶는다. 작은 크기에 비해, 고가의 데스크톱 PC에 맞먹는 성능을 갖춘 게 특징이다. 쉽게 말하면 ‘초소형컴퓨터’다. 주로 고성능의 게임을 휴대하면서 즐기는 용도로 쓰인다.

현재 인기를 끄는 UMPC는 모두 게임용이다. 대만 에이수스가 개발한 ‘로그 엘라이(ROG Ally)’ 중국 레노버가 만드는 ‘리전 고’, 게임 플랫폼 회사 밸브가 만든 ‘스팀 덱’이 대표 제품이다. 특히 에이수스의 ‘로그 엘라이’ 시리즈는 축구 선수 손흥민이 사용하는 브랜드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현재 손흥민은 로그 엘라이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스팀덱 등장으로 본격 성장
UMPC는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2006년에 최초 등장한 꽤 오래된 기기다. 제일 처음 UMPC를 개발한 곳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리가미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주요 부품을 소형화한 컴퓨터를 내놨다. 7인치 화면에 소형 키보드를 합쳐 놓은 모양이었다. 주목적은 문서 작성, 메일 확인 등 용도였다. 이후 소니, 도시바 등 일본 전자 기업들이 연달아 제품을 내놓으며 UMPC 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높은 휴대성을 내세워 주목받았지만, 곧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크기가 작은 탓에 CPU와 배터리의 성능이 노트북에 비해 크게 떨어진 영향이 컸다. 결국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UMPC는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사라진 줄 알았던 UMPC는 2020년대 들어 다시 부활했다. 기술의 발달과 게임 수요 증가 덕분이다. 우선 컴퓨터 반도체 기술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진보했다. AMD와 같은 칩 메이커들이 UMPC용 고성능 메모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반 데스크톱 PC에 뒤처지지 않는 성능의 UMPC 제품이 쏟아졌다.

쐐기를 박은 것은 ‘게임 수요 증가’다. 2010년대 후반부터 닌텐도가 만든 휴대용 게임기 ‘스위치’의 성공에 힘입어 고성능 휴대용 게임기기에 대한 수요가 급등했다. 게임회사와 PC제조회사들은 들고 다니기 쉽고, 성능은 뛰어난 UMPC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첫 시작은 2021년 밸브사가 내놓은 ‘스팀 덱’이다. 게임 플랫폼 ‘스팀’을 만든 밸브 사가 만든 휴대용 컴퓨터다. 뛰어난 성능과 높은 편리성 덕분에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2022년 세계 시장에서만 100만대 이상 팔려나가며 게이밍 용 UMPC 시대의 전성기를 열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스팀 덱 판매량은 3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스팀 덱의 성공을 눈여겨 본 PC제조사들도 연달아 UMPC를 공개했다. 일반 PC판매량이 떨어지자 새로운 먹거리로 ‘UMPC’를 택한 것이다. 2023년 6월 대만 컴퓨터 제조사 에이수스는 게임 성능을 극대화한 UMPC ‘로그 엘라이’를 선보였다. 에이수스의 게이밍 PC 제작 노하우를 총동원한 제품이다. 스팀 덱의 대항마를 천명한 에이수스는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선수를 홍보대사로 내세우며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레노버도 UMPC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뛰어든다.(레노버 제공)
에이수스의 라이벌이자 세계 최대 PC제조업체인 중국의 레노버도 올해 11월 ‘리전 고’를 공개하며, UMPC 시장에 뛰어들었다. 모니터 양 옆으로 게임을 즐길 때 쓰는 ‘컨트롤러’를 탈부착 할 수 있는 기기다. 레노버 역시 지난 11월 부산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지스타’에 체험존을 운영하는 등 홍보에 전력을 기울인다. 인구 대비 게임 이용자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성장성 높은 시장이라지만... 대중성 갖춘 제품 되려면 시간 걸려
PC업계는 UMPC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휴대용 게임기에 대한 국내 수요가 커지는 동시에, UMPC 전용 부품이 등장하는 등 호재가 많아서다.

휴대용 게임기 국내 수요는 점차 커지는 추세다. 게임 신작이 나올 때마다, UMPC 판매량이 덩달아 증가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례로 올해 6월 ‘디아블로 4’가 나왔을 당시 UMPC 판매량은 폭등한 바 있다. PC판매 플랫폼 커넥트웨이브 다나와에 따르면 디아블로 4가 공개된 6월 5일부터 21일까지 UMPC 판매량은 2022년 대비 394% 증가했다.

맞춤형 부품이 등장한 점도 긍정적이다. 대표적인 부품이 ‘메모리 칩’과 ‘OLED 디스플레이’다. AMD는 UMPC용 프로세서인 Z1을 내놨다. AMD가 Z1을 내놓기 전에는 스마트폰 용 프로세서나, 노트북 용 프로세서를 개량해서 써야만 했다. 맞지 않은 부품을 억지로 쓰다 보니 발열, 성능 제한 등의 문제가 있었다. 전용 프로세서의 등장으로 이런 문제점들이 상당히 해결됐다. AMD의 전용 칩 공개 이후 스위스 로지텍, 미국 레이저 등 UMPC 생산에 나서는 기업들의 수가 급등했다.

UMPC용 OLED 디스플레이의 등장은 기기의 화질을 대폭 끌어 올렸다. 기존에는 휴대용 컴퓨터에 LCD 패널이 적용됐다. LCD 패널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전력 소모, 화질 등이 OLED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당초 패널 제조사들은 시장 규모가 작은 UMPC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스팀 덱을 만든 밸브 사 역시 처음부터 OLED 모델을 만들고 싶었지만, 성능을 갖춘 디스플레이를 찾지 못해 LCD 제품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UMPC의 인기가 증가하면서 디스플레이 제조사들도 맞춤형 패널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팀 덱 OLED 모델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의 제품이 들어간다. OLED 패널이 개발된 덕분에 현재 UMPC는 고사양 게임도 끊김 현상 없이 구동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UMPC가 노트북, 데스크톱과 맞먹는 ‘대중성’을 갖추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 적잖다. 가장 큰 문제는 무게다. UMPC의 무게는 600~850g 수준으로 스마트폰 보다 3~5배는 무겁다. 또 냉각용 ‘팬’이 달려있는 컴퓨터다 보니 소음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격 경쟁력 역시 뒤처진다. 스팀 덱, 로그 엘라이 등은 모두 가격이 100만원 언저리다. 휴대용 게임기의 대명사인 닌텐도 스위치(36만9800원)와 비교하면 가격이 월등히 높다. 전자 업계관계자는 “일반 PC 대비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지만, 대중적인 제품이 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태블릿, 휴대용 게임기 등 경쟁자들도 만만찮다. 삼성, LG 등 국내 제조사들이 뛰어들지 않는 것도 악재다. 사후 서비스가 쉽지 않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외산 제품만으로는 대중적인 시장으로 자리 잡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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