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사상 검증? 보훈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박성우 2023. 12. 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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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1만7915명 전수조사해보니... 85%의 서훈 박탈할 자신 있나

[박성우 기자]

지난 7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설이 아니라 북한 김일성 정권을 만드는 데 또는 공산주의 혁명에 혈안이었거나 기여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받아들일 대한민국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며 자유민주주의 계열 독립유공자가 아닌 독립유공자, 특히 사회주의 계열 독립유공자를 배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같은 달 최정식 국가보훈부 소통총괄팀장 "많은 사회주의 독립운동이 자유주의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독립운동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공산주의 국가 건국을 위한 독립운동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번 달 취임한 강정애 보훈부장관 또한 홍범도 장군에 대해 "이 분의 행적이 우리나라의 정체성 등 여러 논란을 야기하기에 이 부분은 다시 한번 점검을 해야 한다"며 독립유공자의 '정체성' 점검을 시사했다.

독립유공자 1만7915명 모두 전수조사해봤다
 
 현재 국가보훈부는 누리집에 독립유공자 공적조서와 독립유공자 공훈록을 토대로 독립유공자 공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949년부터 2023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독립유공자로 공식 승인한 인물은 총 17915명이다.
ⓒ 국가보훈부 누리집
 
그렇다면 사회주의 계열을 비롯해 자유민주주의 계열 독립유공자가 아닌 독립유공자들은 전체 독립유공자 중 얼마나 될까.

현재 국가보훈부는 누리집에 독립유공자 공적조서와 독립유공자 공훈록을 토대로 독립유공자 공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949년부터 2023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독립유공자로 공식 승인한 인물은 총 17만915명이다.

필자는 세 달 동안 이 1만7915명의 공적정보를 전수조사했다. 보훈부는 자체적으로 독립유공자의 운동계열을 의병·임시정부·3.1 운동 등 17개로 분류하고 있지만 사회주의 계열의 분류는 따로 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필자는 보훈부가 공개한 공적정보를 토대로 1만7915명의 독립유공자를 일일이 분류했다.

헌법 전문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임시정부가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정을 기본 체제로 한 만큼 임시정부에 속한 인물과 광복군은 모두 자유민주주의 계열 독립유공자로 분류했다. 임시정부에 자금을 지원한 인물들과 명목상으로라도 임시정부의 산하를 자처하거나 임시정부 지지를 선언한 북로군정서나 참의부 등 여러 무장투쟁단체에 속한 인물들 역시 광의적으로 이 분류에 포함했다. 또한 미주방면에서 독립을 후원한 인물들과 일부 미국, 캐나다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 출신의 독립유공자도 모두 포함시켰다.

반면 사회주의 계열 독립유공자의 경우 보훈부가 제공한 공적정보 내에서 사회주의 혹은 무정부주의 계열임을 알 수 있는 이들에 국한해 분류했다. 한편 여운형 선생과 같이 보훈부는 임시정부로 운동 계열을 분류했으나 행적이 명백히 사회주의 계열인 극소수의 인물들은 보훈부의 분류와 달리 사회주의 계열로 분류했다.

이외에도 1910년 경술국치 이전의 의병과 그 의병을 지원한 인물들 또한 의병 계열로 분류했다. 이 세 가지 분류에 속하지 않는 인물들은 공적정보에 적힌대로 정리했을 뿐, 따로 분류하진 않았다.

15%에 불과한 자유민주주의 계열 독립유공자... 보훈부, 나머지 박탈할 자신 있나
 
 임시정부 등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계열의 독립유공자는 2709명, 조선공산당 등을 포함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유공자는 1305명이다. 의병 계열 독립유공자가 2717명으로 자유민주주의 계열과 비등한 숫자고 6235명의 3.1 운동 참가자들을 포함해 이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독립유공자가 전체의 60%가 넘는 11184명이다.
ⓒ 박성우
 
이러한 분류 기준에 따라 1만7915명을 분류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임시정부 등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계열의 독립유공자는 2709명, 조선공산당 등을 포함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유공자는 1305명이다. 의병 계열 독립유공자가 2717명으로 자유민주주의 계열과 비등한 숫자고 6235명의 3.1 운동 참가자들을 포함해 이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독립유공자가 전체의 60%가 넘는 1만1184명이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설에 기여한 인물만이 독립유공자라는 보훈부의 주장대로라면 이처럼 최소 1305명에 달하는 독립유공자의 서훈을 박탈해야 한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무관한 의병 계열 독립유공자 2700여 명 역시 서훈이 박탈당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독립단(284명), 대한의군부(44명), 대동단(41명) 등 공화정이 아닌 대한제국의 복원을 바랐던 복벽주의 독립단체 소속의 독립유공자 수백 명 또한 서훈 박탈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속했다고 보기 힘든 수많은 독립유공자들에 대해 보훈부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최대한 폭 넓게 자유민주주의 계열 독립유공자를 추려 봐도 전체 독립유공자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보훈부는 정말로 이들만이 대한민국이 기념해야 할 독립유공자라고 생각하는가. 보훈부가 그리 소중히 여기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체제는 이념의 자유를 허락하기에 다른 여타 체제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보훈부가 정말로 자유민주주의 계열 독립유공자만을 대한민국 정체성의 맞는 독립유공자로 인정하겠다면 사회주의 계열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계열이 아닌 1만5206명의 독립유공자 모두의 서훈을 박탈하고 나서 추진하길 바란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독립유공자를 향한 뉴라이트 이념 잣대를 당장 거둬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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