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돌아보는 마음으로 ‘노량’ 만들었죠” [쿠키인터뷰]

김예슬 2023. 12. 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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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자그마치 10년이다. 2014년 영화 ‘명량’으로 시작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톺아보기는 지난해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올해 ‘노량: 죽음의 바다’로 마침내 끝을 맺었다. 한 인물을 세 작품으로 나눠 조명하는 프로젝트. 쉬울 리 없었다. 참사와 팬데믹 등 어려운 순간에 선뵀다. 눈이 한창 내리던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민 감독은 “천행이 따랐기에 가능했다”며 감회를 전했다.

김한민 감독은 소문난 ‘이순신 광’이다. 평소 역사에 많았던 그는 교과서에 실린 한 줄만 봐도 함의를 궁금해했다. 그의 마음에 유독 남은 위인은 이순신 장군이다. 마음이 착잡할 때면 난중일기를 읽을 정도다. 그로부터 얻은 용기와 위로를 떠올리며 감독은 이순신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노라 결심했다.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1962년 개봉한 ‘성웅 이순신’(감독 임권택) 이후 처음이었다. 주변 우려에도 그는 굳건했다. 당초 역사 3부작을 준비하던 감독은 병자호란 시기를 다룬 ‘최종병기 활’을 연출하고 ‘봉오동 전투’를 기획, 임진왜란 배경인 ‘명량’을 선보였다. 감독은 “‘명량’을 제작하며 이순신을 더 살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두려움과 좌절을 용기로 바꿔내는 이순신을 이 시대에 재조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김 감독은 이순신이 참전한 전쟁들에서 각각의 의미를 찾았다. 조선에 다시금 용기를 심어준 명량 해전을 비롯해 “치밀한 전략전술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한산도 대첩,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전쟁을 완전히 종결시키고자 한” 노량 해전까지, 감독은 전쟁 양상을 들여다보며 방향성을 잡았다. 가장 많은 물음표를 가진 게 ‘노량: 죽음의 바다’다. 감독은 노량 해전을 공부할수록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내가 내린 결론이 장군에게 결코 누가 되지 않으리란 생각으로 이번 작품을 밀어붙였다”면서 “100분에 달하는 치열한 해전 설계를 해야 했던 이유”라고 회상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촬영 현장 모습. 롯데엔터테인먼트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없던 건 아니다. 각본 단계부터 촬영에 들어가기 전 수많은 순간마다 혼란을 겪곤 했다. “해전을 왜 이리 치열하게 보여줘야 하나”를 고민하기도 했단다. 동시에 그 지점이 절실히 느껴졌다. 감독은 “해전을 잘 담아야 전장의 중심에 선 이순신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면서 “관객이 영화의 리듬에 따라오게끔 하는 데 공들였다”고 돌아봤다.

2020년 ‘한산: 용의 출현’ 촬영을 마친 뒤 약 3달간 재정비를 거쳐 ‘노량: 죽음의 바다’로 뛰어든 감독. 그 결의는 대단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한 CG·VFX 인원만 800명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음악과 음향에도 각고의 공을 들였다. 모든 장면을 애틋하게 느끼는 게 당연지사다. 조선을 비롯해 명나라와 왜나라 등 3국이 얽힌 만큼 당시 상황 정세를 이해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이를 설명하는 전반부는 관객 사이에서 다소 고루하다는 평을 받는다. 감독은 “필요한 대목인 만큼 최소한으로 완벽하게 보여주려 했다”면서 “지루해도 어쩔 수 없다”며 웃었다. 

이순신에 빠져 보낸 10년. 김 감독은 “지금도 빠져있고 앞으로도 빠져있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속 이순신을 각각 용맹한 장수(용장), 지혜로운 장수(지장), 현명한 장수(현장)로 표현한 감독은 “이 영화들로 이순신을 다루는 역사 맥락을 바로 보길 바란다”고 했다. 감독은 “이순신 정신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그 마음은 카이로 선언으로도 이어진다”면서 “과거 조상들의 진심을 되새기며 새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일환으로 감독은 임진왜란 당시 정치·외교 정세를 담은 8부작 OTT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한음 이덕형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다. 감독은 “끓어오르는 ‘명량’, 호쾌한 ‘한산: 용의 출현’, 장엄한 ‘노량: 죽음의 바다’로 이순신을 다시 돌아보길 희망한다”며 “앞으로의 신작에선 요즘 정치사에 적용할 혜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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