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에서 경험한 고향사랑기부제…한국, 지자체 통제 아쉬움.
도쿄에 사는 필자는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원하고 싶은 지자체에 기부하고 있다. 이를 취급하는 다양한 민간 플랫폼(포털사이트)이 있어서 기부금 한도 확인이나 답례품 선택, 기부금 송금을 클릭 몇 번으로 간단히 처리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필자는 후루사토 초이스라는 민간 플랫폼을 통해서 히로시마현에 있는 진세키코겐쵸(神石高原町)에 기부하였다. 이 지자체는 히로시마현의 유기견 살처분을 없애고 유기견들을 위해 마을에 일본 최대 규모의 유기견 보호소와 구조견 훈련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진세키코겐쵸는 약 5억 엔 정도의 운영 경비를 고향납세를 통해 충당한다.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필자는 ‘답례품 받지 않음’을 클릭했다. 또 다른 한 기부처는 과거에 살던 니가타시(新潟市)인데, 이 시의 육아지원 프로그램에 지정 기부하였다. 답례품으로 니가타의 특산품(쌀, 지역 맥주 등)을 받았다.
필자는 이런 경험을 통해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의 취지와 운영방식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도시부와 지방 지자체 사이의 세수 격차를 시정하고자 2008년에 일본 정부가 시작한 이 제도는, 납세자가 자신이 살고 있지 않은 지자체에 직접 납세(기부)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부한도(총소득금액의 30%) 내에서 2000엔을 제외한 전액을 소득세(국세) 환급과 주민세 공제(대부분은 지방세인 주민세 공제)를 통해 돌려받게 되고, 동시에 납세한 지자체로부터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민간 포털 사이트를 통한 기부 방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4년 이후부터 고향납세 참여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2022년엔 1786개의 지자체가 5184만여 건의 기부와 기부금액 9654억여 엔을 달성하였다. 2023년 8월, 일본 총무성 자치세무국이 발표한 ‘2022년도 고향납세에 관한 현황조사 결과’에 나오는 통계이다. 이에 따르면, 고향납세를 재원으로 실시하는 사업에 대해 사용처를 납세(기부)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한 지자체가 97.7%에 달했다. 그리고 사용처별로 고향납세 조달이 가장 많았던 분야는 육아(674만 건, 1222억 엔)이며, 그 다음으로 교육(345만 건, 672만 엔), 지역 및 산업진흥(352만 건, 623억 엔), 마을만들기 및 시민활동(285만 건, 498억 엔) 등이었다. 환경·위생, 건강·의료·복지, 관광·교류·정주촉진, 스포츠·문화진흥, 안심·안전·방재, 재해지원 등도 고향납세를 재원으로 하는 사업 분야였다.
고향납세의 조달 규모와 사업 내용의 결과를 공표하는 지자체는 전체의 81%인 1446곳이었다. 수입 기부금의 53.2%가 사업비로 투입되었고 나머지 46.8%가 관련 비용으로 사용되었다. 관련 비용의 내역은, 답례품 관련 비용 35.4%, 사무 및 결제 비용 10.6%, 홍보 비용 0.7%이다. 답례품 비용은 지역에 환원되니 순수 비용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11%대이다. 이 중에서 민간 포털사이트에 수수료가 지급되는 구조이다.
이와 같은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는 4자가 모두 이익을 얻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중앙정부는 지방 활성화와 지역 간 격차 완화를 통해 국가 전체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중앙정부가 지방에 주는 교부금(국세) 재원을 좀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고향납세와 관련한 업무는 모두 지자체에 일임하기 때문에 행정부담이 적다.
둘째, 지자체는 납세자로부터 직접 납세(기부)를 받아 지역에 맞는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여 지역의 매력을 발산하고, 관광과 산업의 진흥을 촉진할 수 있다. 그리고 지자체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운영할 수 있다.
셋째, 납세(기부)자는 국민참가형 납세제도를 통해 자신의 출신지 또는 관심 지역의 진흥에 직접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되어 지역과 국민의 연계가 깊어진다. 실질 2000엔의 기부로 지역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받거나 지역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여 의미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유인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여 고향납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계기가 되었다.
넷째, 민간 플랫폼(포털 사이트) 비즈니스는 지자체, 지역 특산품(답례품) 업체, 그리고 납세(기부)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성과 사업성을 결합하여 ‘정보 비즈니스’ 신사업으로서 성장한다. 일본에서 고향납세가 크게 성공한 배경에는 지역의 특산물을 발굴하고 의미 있는 지원사업을 찾아내 이를 발신하는 민간 플랫폼의 역할이 매우 컸다.
한편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는데 지자체의 행정부담 증가, 도시부 지자체의 지방세 세수 감소, 답례품의 과당 경쟁 등과 같은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지역간 격차 완화의 과제 달성이라는 큰 틀에서 감수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한국에서 2023년 1월에 시작하여 이제 1년이 된 고향사랑기부제를 일본의 성공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첫째, 지자체에 운영 권한을 맡기고 둘째, 사용처 지정 기부를 허용하며 셋째, 민간 플랫폼의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활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대한 통제보다는 지자체의 활력을 지지하고 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지자체와 민간이 협업하고 납세(기부)자가 지역의 진흥을 위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찬우 일본 테이쿄대 현대비지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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