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한다

김경준 2023. 12. 29. 10: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장]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교권을 보호하는 방법 아냐

[김경준 기자]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처리가 예정된 15일 충남도의회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역사 앞에 부끄러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5일,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충남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전국 7개 시도 가운데 인권조례 폐지안이 지방의회에서 의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남도의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폐지를 추진해왔다. 성적지향과 정체성, 임신·출산과 관련한 잘못된 인권 개념을 추종하고, 학생의 권리만 부각하고 책임을 외면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은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였을까? 학습권과 교권 확립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공존할 수 없는가?'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과 교권이 대립한다는 전제로 이 사안을 바라봤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교사는 학생들을 교육할 권리를 행사하고, 학생은 인간답게 대우받을 권리를 보장받는 것 뿐인데 두 가지가 공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되어야 다른 집단의 권리가 보장된다면 그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기자의 부모님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현직 교사다. 충남도의회의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두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부모님이 제시한 해결책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것을 말하기에 앞서 기자의 부모님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미리 밝히며, 교사들이 만든 단체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한 게 아니라 교권을 확립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들을 요구해왔다고 한다. 이제 기자의 부모님이 제안한 교권 확립 방안을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해결책이 아냐"

첫째, 교사의 교육권을 확립할 수 있는 교권조례가 제정되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와 함께 교권조례를 제정하여 교사의 교육권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그것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교사가 통제할 수 없다면 학교는 더이상 교육의 장소가 되기 어렵다. 교사의 권한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고 교사가 학생들의 교육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권 조례의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 아동학대의 범위을 광범위하게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아동학대를 금지하는 법은 본래 가정에서 이뤄지는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그것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교육의 현장인 학교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동학대는 금지되어야 하며, 그것은 학교에도 마땅히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 일어난 다툼을 교사가 말리는 과정에서 학생의 몸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하는 상황에서는 교사가 교육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 이런 사례는 학교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일이다. 교사들이 이런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보호해줘야 학교에서 교권이 바로설 수 있다.

셋째, 교사가 학부모에게 갑질을 당하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군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도 학부모의 갑질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교사가 학부모의 갑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교사도 인권을 누릴 권리가 있는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교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실질적인 법이 필요하다. 

충남도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역사의 후퇴

한국 사회는 지난 수십년간 인권의 발전을 도모해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미성년자인 학생들도 인권이라는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상징하는 그 결과물을 우리가 스스로 없앤다는 것은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반비례 관계가 아니며 서로 공존할 수 있다.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과 교권은 공존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바꾸고 충남학생인권조례를 원래대로 복구시켜야 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