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로컬보이' 이재원, 2024년은 대전에서
[양형석 기자]
▲ SSG 포수 이재원이 한화로 영입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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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한국시리즈 3회 우승 경력의 베테랑 포수를 영입하며 선수층을 강화했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까지 SSG랜더스에서 활약했던 포수 이재원과 연봉 5000만 원에 입단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손혁 단장은 "최재훈과 박상언 외 경험 있는 포수가 부족하고 부상에 대한 대비와 뎁스를 강화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영입했다"라며 "유망주 허인서가 내년 시즌 후반기 상무에서 복귀할 때까지 이재원이 포수진에 무게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재원은 2006년 인천 연고의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올해까지 무려 18년 동안 인천 구단에서만 활약했던 대표적인 '인천 로컬보이'다. 하지만 올해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며 27경기에서 타율 .091 2타점으로 크게 부진했고 시즌이 끝난 후 방출을 요청해 고향팀과의 길었던 인연을 마무리했다. 과연 이재원은 내년 대전연고의 한화에서 선수생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까.
2018 SK 한국시리즈 우승 시즌 주전포수
류현진 거르고 이재원. 20년 가까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야구팬들 사이에서 꾸준하게 회자되고 있는 야구 역사상 가장 안타까운 신인 드래프트의 사례로 꼽히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 SK의 선택이었다. 당시 SK는 동산고의 좌완 류현진 대신 인천고의 대형포수 유망주 이재원을 1차지명으로 선택했다(1년 후 안산공고 에이스 김광현을 지명할 수 있었다는 점도 SK가 이재원을 선택한 요인이 됐다).
한국야구 최고의 좌완투수가 된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실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류현진은 프로에서의 활약을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유망주'였다. 동산고 2학년 시절에 받은 팔꿈치 수술 경력 때문이었다(이 때문에 SK에 이어 2차1라운드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 자이언츠 역시 류현진 대신 광주일고의 사이드암 나승현을 지명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류현진은 루키 시즌에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을 석권했다.
사실 류현진이라는 비교대상이 없다면 이재원 역시 인천에서 나고 자라 인천연고의 SK에 입단해 주전포수로 성장한 아주 잘 키워낸 '로컬보이'였다. 물론 입단 초기만 해도 이재원은 팀 내 KBO리그 역대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박경완(LG트윈스 배터리 코치)과 백업 정상호(롯데 배터리코치)까지 있어 포수로서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이재원은 2010년대 초반까지 포수보다 대타요원이나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경기가 많았다.
그렇게 백업포수와 지명타자 자리를 오가던 이재원은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14년 타율 .337 139안타12홈런 83타점을 기록하면서 프로 데뷔 9년 만에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15년에도 17홈런 100타점의 좋은 성적을 올리며 SK의 주력선수로 자리매김한 이재원은 정상호가 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한 2016년부터 SK의 주전포수로 활약했다. 10년의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SK의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2016년 타율 .290 15홈런 64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이재원은 2017년 타율 .242 9홈런 42타점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FA를 앞둔 2018년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329 134안타 17홈런 57타점 63득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면서 SK의 창단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FA를 앞두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데다가 '우승 프리미엄'까지 얻은 이재원은 2018 시즌이 끝나고 옵션 없이 4년 총액 69억원의 거액에 SK와 FA계약을 체결했다.
최악의 부진 끝에 방출 후 한화서 새 출발
2019년 김원형 전 감독(2007~2008년)에 이어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2년 연속 주장을 맡은 이재원은 FA 계약 첫 해 타율이 .268로 떨어졌지만 12홈런 75타점을 기록하면서 제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2019년의 활약은 포지션 대비 최상위의 정확도와 준수한 장타력을 겸비했던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 이재원의 마지막 전성기(?)가 되고 말았다. 이재원이 2020년대 들어 믿기 힘든 추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20년 손가락 부상으로 80경기 출전에 그친 이재원은 타율 .185 2홈런21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에 머물렀다. 이재원은 2021년 107경기에서 타율 .280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했지만 3홈런 30타점에 그치면서 장타가 실종된 '똑딱이 타자'로 전락했다. 이재원은 계약 마지막 시즌이었던 작년 철치부심하며 또 한 번의 반등을 노렸지만 타율 .201 4홈런 28타점으로 부진하면서 SS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유강남(롯데),박동원(LG) 등 포수 FA들이 대거 좋은 계약을 따내는 동안 이재원은 FA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90% 삭감된 1억 원에 SSG와 계약했다. 하지만 이재원은 고향팀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올 시즌 27경기에서 1할도 채 되지 않는 타율 .091에 그치면서 18년 만에 정든 고향팀을 떠나 그 동안 상대팀으로만 만났던 한화와 계약을 맺었다.
이재원의 새 소속팀이 된 한화에는 최재훈이라는 확실한 주전포수가 있다. 올해 타율 .248 81안타를 기록한 최재훈은 무려 80개의 사사구를 얻어내면서 .392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화는 상대적으로 백업포수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올해 박상언이 86경기에 출전했지만 타격에서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재원이 백업포수로 나서면서 타격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준다면 한화로서는 결코 나쁘지 않은 영입이 될 것이다.
1988년 2월생으로 만36세 시즌을 앞두고 있는 이재원은 포수로서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이재원은 올해 통산 8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양의지와 동갑이고 이재원보다 나이가 많은 1986년생 이지영(키움 히어로즈)과 1985년생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도 여전히 소속팀의 주전포수로 활약하고 있다. 프로에서의 19번째 시즌을 대전에서 보내게 된 이재원은 내년 SK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주전포수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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