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SH 김헌동 사장이 추진하는 '반값아파트'의 문제점

이강훈 2023. 12. 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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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아파트 맞나? 저렴한 토지 임대료, 가능할까?

세입자·청년· 주거·빈곤·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내놔라공공임대’는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원활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내놔라공공임대’는 매입임대주택이 필요한 청년과 주거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SH공사 매입임대주택 공급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짚어보는 연속으로 전합니다. <기자말>

[이강훈]

 서울 여의도 63아트 센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김헌동 사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취임한 2021년부터 주력하는 사업은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택사업자가 주택을 지어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임대하는 방식으로, 근거 규정은 주택법에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은 2007년 4월에 처음 도입되었고, 같은해 10월 군포 부곡지구에서 첫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했는데, 청약이 저조해 대부분 일반 분양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다 2009년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주도하에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었다. 그 후 한국토지주택공(LH공사)는 서울 강남·서초 보금자리지구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772세대를 분양했는데, 성공했다.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서 2억 원 내외로 저렴하게 분양했기에 가능했다.

김헌동 SH 사장이 추진하는 반값 아파트는 새로운 실험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 가격에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무주택가구들이 사전청약에 몰린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사전청약을 통해 흥행을 예고한 이 공공분양주택사업을 잘된 사업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말하기 어럽다. 그 진실을 알아보려고 한다. 

반값아파트의 공공환매 조건 없애, 로또아파트 양산

SH 김헌동 사장은 2021년 1월 5일 '주택법'에 도입된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공 환매조건이 지속되는 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에 SH공사는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을 통해 전매제한기간 이후 사인간 자유로운 주택 매매 거래를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 법안은 지난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렇다면 주택법에 왜 이런 공공환매조건을 도입했을까? 2021년 당시 법 개정은 공공분양주택 수분양자가 개발이익을 가져가는 방식에 대한 반성적 고민이 담겨 있었다.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는 이유는 무주택가구들이 저렴한 가격에 내집을 마련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공공에서 주택을 저렴하게 분양하면 최초 분양자만 경제적 이익(=시세차익)을 독식한다는데 있다. 분양 이후 시장 가격에 매매되는데, 1주택자들의 주택매매는 양도차익을 세금으로 환수할 수 없으며, 양도소득세 적용대상이 되더라도 장기특별공제 등이 적용되어 세금으로 환수되는 금액은 매우 적다. 이 때문에 공공분양주택의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었다.

공공 환매조건이 붙으면, LH가 매입해 계속 저렴한 가격의 분양주택 공급이 가능해진다. 신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한 2017년 임직원 토지 투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 후 LH 임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투기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말미암아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4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2021년 4월 퇴임했다.

2021년 1월에 도입된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공 환매조건은 단 한 차례도 적용되지 못한 채, 올해 12월 주택법 개정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개발이익은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고, 최초 분양자만 시세차익을 얻게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SH 김헌동 사장이 추구하는 반값 아파트는 누군가에게 로또를 안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신규 주택을 대량 공급하지 않고도 미래세대에게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할 방안은 김헌동 사장이 추진하는 반값아파트 사업으로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럴 바에야 저렴한 임대료에 통합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공급해 무주택자 가구가 자산을 축적하도록 하는게 낫지 않을까?

주택 매매 실거래가 신고 1건도 없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 서울주택도시공사
 
LH가 공급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인 LH 서초 5단지(358세대, 2011년 10월 분양공고, 2013년 12월 사용 승인)와 강남브리즈힐(402세대, 2012년 11월 분양공고, 2014년 10월 사용 승인)의 주택매매 실거래가 신고 내역을 조사해보았다.

연합뉴스(2020. 12. 8.) 기사를 보면 59㎡와 84㎡의 분양가는 각각 1억4천470만∼1억4천480만원, 2억450만∼2억460만원으로 저렴하게 책정됐다. LH강남브리즈힐 전용 74㎡과 84㎡의 분양가는 각각 1억9천380만∼1억9천610만원, 2억2천50만∼2억2천230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용승인 후 10년이 지나도록 매매 실거래가 신고가 단 1건도 없다. 당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의 전매행위 제한기간인 주택공급계약 체결 후 5년을 경과했는데도 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재되지 않은 것을 볼 때 모두 거래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거래가 쉽지 않은 것은 토지 소유권이 없어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재(2023년 12월) KB부동산시세로 우면동 소재 LH 서초 5단지 116㎡(전용 84)㎡가 11억 3500만원, 강남브리즈힐 102㎡(전용 74㎡)가 10억 2500만원으로 나온다. 다만 KB부동산시세는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에 기반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대신 전월세계약 실거래가 신고는 많다. LH 서초 5단지의 2023년 12월 6층 전용 84.95㎡는 전세보증금 7억 2천만원에, 15층 84.99㎡는 전세보증금 8억원에, 2층 84.95㎡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60만원의 주택임대차계약 체결이 신고되었다. 강남 브리즈힐의 경우, 2023년 12월2층 전용 74.04㎡는 전세보증금 5억5000만원에, 같은 면적의 11층 주택은 보증금 6억 500만원의 전세보증금에, 2023년 11월의 경우는 같은 면적 13층 주택에 대해 전세 보증금이 6억 5천만원에 각각 주택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신고되었다.

이를 비추어 볼 때,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개인 거래를 허용할 경우, 토지가치까지 반영해 주택매매거래가 이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세는 최초 분양 이후 주택 가격이 저렴하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지 소유권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시세 형성이 가능할까? 토지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 때문에 개인간의 주택 매매 거래시 사실상 토지를 소유한 것처럼 주택이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주택소유자의 재건축 요구시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토지소유자가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 주택법 규정 때문에 주택소유자가 반영구적으로 계속 토지를 지배할 수 있다는 법적 확신이 생기면서 토지임대료 부담이 반영되는 수준에서 토지를 사실상 소유한 것처럼 주택이 시장에서 거래가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택지의 사적 전유의 가능성
 
▲ 최초 분양가를 안정시키고 투기이익을 사전적으로 억제하는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시행 촉구  2007년 1월 10일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최초 분양가를 안정시키고 투기이익을 사전적으로 억제하는 정책을 유보 없이 도입 시행을 요구했습니다.
ⓒ 참여연대
 
현재 주택법에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재건축 조항을 통해 주택소유자들이 재건축을 요구하면 공공주택사업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건물만 소유한 가구들이 공공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공공택지를 특정 개인들이 반영구적으로 사적으로 전유할 위험성이 크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이 아니다. 이런 주택을 공공주택사업자가 공공 재원을 투입해 40년간 부채를 떠안고 있다가 재건축 이후 다시 40년... 이렇게 재건축아파트 소유자들을 위해 공공이 토지 임대를 계속해 제공해 주어야 할까? 이런 방식으로 공공주택사업자가 시세 차익을 추구하는 건물 소유자에게 시세보다 싸게 토지를 임대해줘야 할 것인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토지를 영구히 공공주택사업자의 수중에 두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최소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소유자들의 재건축 요구에 공공주택사업자가 응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법률에 애매 모호하게 "정당한 사유"로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 공공주택사업자가 공공임대주택사업이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사업 등을 이유로 주택소유자의 재건축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

반값 아파트 맞나? 저렴한 토지 임대료, 가능할까?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성공은 건물 분양 가격과 토지임대료 수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토지가격은 빼고 건물만 분양하니 당장은 분양가격이 낮아 보인다. 그런데 토지 임대료가 비싸다면, 반값 아파트가 될 수 있을까? SH가 추진하는 방식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저렴한 토지임대료로 공급이 가능할까?

공공주택사업자가 토지를 조성하여 건물을 신축한다면, 건축비는 분양을 통해  회수한다고 해도 토지 조성에 소요된 자금(그 대부분은 공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성한다)의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한다. 향후 40년간 이어질 토지임대차 계약을 통해 토지 임대료에서 적정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주택법 개정으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시세차익을 전매제한 기간 후 최초 분양자가 가져가게 되었다. 공공주택사업자는 토지 임대료 외에 다른 수익이 없다. 40년 후 토지를 처분하여 차익을 실현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현행 주택법상 토지임대차 기간 40년 후 공공주택사업자가 공공택지를 임의처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택지 조성원가를 회수하지 못한 채 아파트 단지당 수천억원의 부채(공사채)를 수십년간 지게 된 공공주택사업자가 토지임대료마저 할인하면 공공주택사업자는 빚더미 앉게 될 것이다.

토지임대료를 시세에 맞추어 제대로 받는다면 임대료가 비싸지기 때문에 반값 아파트라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84㎡ 아파트 분양가를 10억원(건축비와 토지가격 비율 6:4), 수익률을 연 5%라고 가정할 때, 토지 가격 6억원의 월 임차료는 250만원이다. 주택 면적을 줄이고, 토지가격이 1/2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월 임차료는 125만원이다. 여기에 매월 지급해야 할 월세까지 더하면 매월 부담해야 할 금액은 더 커진다.

토지 임대료를 충분히 받아야 주택 소유자에게 돌아갈 개발이익도 실질적으로 환수될 수 있다. 시세차익을 공공주택사업자가 환수하지 못할 때에는 시세대로 토지임대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만, 그 경우 반값 아파트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한 목적이 달성되기 어렵다는 목소리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사적 거래가 시작된 이상 주택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세를 따르게 된다. 토지임대료만 낮추어 어떤 공익을 달성할 수 있을까?

공공주택사업자의 입장에서 택지조성에 소요되는 원리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는 수준의 토지임대료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공공주택사업자가 토지임대료를 너무 낮게 책정하면 손해보면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주택법 개정 이후 토지임대료 외 수익이 없는 공공임대사업자가 매매 차익을 상당 부분 회수할 수 있었던 때와 다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당초 공공주택사업자에 대한 주택 환매를 의무화해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은 공공주택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토지임대료는 상대적으로 낮게 가져가는 모델이었다. 그런데 토지에서 발생하는 차익을 공공주택사업자가 아니라 주택소유자에게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상품성을 강화한 결과, 토지임대료를 낮출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토지임대료를 올려야 하므로 조삼모사의 결과가 예상된다. 세상에 진짜 반값아파트는 없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첫 매매가 이루어질 때부터 저렴한 공공주택의 공급 기능을 상실하여 공공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 SH 공사가 추진하는 반값아파트는 개발이익의 공공 환수를 사실상 포기하고 최초 수분양자의 시세차익 귀속을 강조한 사업 모델이다. 개발이익을 공공주택사업자가 환수하기 위해서는 토지 가격과 주택 시세를 고려해 토지임대료를 높게 책정해야 한다. 이 경우 사업 모델의 공공성 부재를 둘러싼 비판이 더 커질 것이다.

SH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성공이 주택 정책의 진보라고 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럼 점을 고려할 때, 자산이 많지 않은 무주택 가구들에게 통합형 공공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 같다. 대안적 분양주택사업을 모색한다고 하더라도 SH 공사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사업 모델보다는 공공환매 조건이 붙은 이익공유형 분양주택이 검토되어야 한다. SH공사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 모델의 단점을 개선하면서, 개인과 공공주택사업자가 주택 기여 비율에 따라 시세차익 공유를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강훈 변호사는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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