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억' 소아약 건보 진입…이어지는 고가약, 커지는 재정 부담

이춘희 2023. 12. 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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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투약 비용이 2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소아 희소질환인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 '코셀루고'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내년부터 이뤄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희소·중증질환의 건강보험 적용을 공약한 이후로 고가 치료제의 급여화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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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투약 비용이 2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소아 희소질환인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 '코셀루고'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내년부터 이뤄진다. 약값이 억대를 넘는 고가 약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이어지면서 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셀루메티닙)'[사진제공=아스트라제네카]

신경섬유종증 1형은 전신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증식하는 희소질환이다. 보통 10세 이전에 진단돼 성장에 따라 병변도 계속 커져 언어장애, 척추측만증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환자 수는 4317명으로 추산된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셀루고는 2021년 5월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1년에 2억8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약값 때문에 급여 적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3~18세 환자의 치료에 급여가 적용된다. 희소질환에 대한 산정특례(10%)와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되면 환자는 최대 1014만원만 내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급여 진입에 어려움을 겪던 코셀루고의 급여가 속도를 낸 건 정부가 '소아의 삶의 질을 개선한 중증 희소질환 약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경제성 평가를 생략하고 약품 허가와 급여 적용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의 방안을 올해부터 추진했기 때문이다. 앞서 소아 구루병 및 골연화증 치료제 '크리스비타'가 이를 통해 급여 적용에 성공했고, 신경모세포종 치료제 '콰르지바'와 진행성 담즙 정체증 치료제 '빌베이'가 이러한 절차를 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희소·중증질환의 건강보험 적용을 공약한 이후로 고가 치료제의 급여화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코셀루고 외에도 약값이 20억원에 달하는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 3억6000만원의 백혈병·림프종 치료제 '킴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고가 희소질환 치료제의 급여화가 이어지면서 악화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에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노바티스의 백혈병·림프종 치료제 '킴리아'

이에 정부는 신약의 급여화 과정에서 '위험분담제(RSA)'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만약 신약이 제대로 된 효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제약사가 치료비를 환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약사와 위험부담을 나눠서 지는 제도다. 실제로 킴리아는 림프종 환자 130명 중 99명(75%)에서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RSA에 따른 환급이 결정되기도 했다. 다만 킴리아를 개발·판매하고 있는 노바티스 측은 "이는 최종 심사 결과가 아니고, 신약을 기다려 온 중증 환자들이 초반에 대거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아 이 데이터만으로 치료성과를 단정 짓는 것은 어렵다"며 "킴리아를 통해 림프종 환자들의 기대여명이 늘어난 측면이 있고, 25세 이하 소아·젊은 성인의 백혈병 치료에서는 기대만큼의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희소질환 치료제는 대상은 적은데 개발비는 많이 들어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고가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하고자 한다면 쓸 때는 쓰고,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는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급여가 된 약들은 위험분담제 등을 통해 잘 운영되도록 하는 한편 실손보험으로 인한 과잉진료와 같은 시스템적으로 누수되는 부분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해외처럼 희소질환 신약을 위한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이탈리아는 제약사 판촉비의 5%로 이뤄진 '5% 펀드'에 정부 재원을 결합해 기금을 꾸리고 있고, 호주도 별도의 정부 재원으로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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