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혼선'이 빚은 현대차CTO 경질..R&D개편은 'SW-HW 디커플링'

우수연 2023. 12. 2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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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기아가 6개월여 만에 연구·개발(R&D) 조직 대수술을 예고하면서 배경과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6개월 된 CTO가 물러나고 또다시 R&D 조직개편이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차량 SW 개발 과정 혼선에 따른 문책성 인사", "포티투닷과 SDV본부를 이끌고 있는 송창현 사장과의 알력 다툼에 따른 정치적 인사"라는 등의 뒷말이 나오고 있다.

내달 현대차·기아의 R&D 조직 개편은 그동안 분산됐던 SW 개발 인력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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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R&D 수장 교체…이례적 인사 평가
문책성·알력 다툼 등 뒷말 무성
소프트웨어중심차 개발 속도낼 듯

현대자동차·기아가 6개월여 만에 연구·개발(R&D) 조직 대수술을 예고하면서 배경과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R&D 조직의 수장을 6개월 만에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8일 현대차·기아는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용화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나고 내년 1월을 목표로 연구개발조직의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 6월 신설된 CTO를 맡았는데, 불과 6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 통보를 받은 것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6개월 된 CTO가 물러나고 또다시 R&D 조직개편이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차량 SW 개발 과정 혼선에 따른 문책성 인사", "포티투닷과 SDV본부를 이끌고 있는 송창현 사장과의 알력 다툼에 따른 정치적 인사"라는 등의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1년간 이 회사에선 R&D 조직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인사를 앞두고 추교웅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부사장), 장웅준 자율주행사업부장(전무)이 회사를 떠났다. 모두 미래 이동 수단과 관련해 중요한 축으로 꼽히는 분야다. 핵심 R&D 인력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건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지난 2021년 송창현 사장이 현대차·기아 R&D 조직에 합류한 이후 이 같은 인사가 나왔다는 점에서 알력 다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송 사장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했던 엔지니어 출신으로 정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사로 꼽힌다. 현대차 합류 전에는 네이버 CTO를 지냈고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는 포티투닷을 창업했다.

지난 6월 조직개편에도 불구하고 R&D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현대차·기아의 SW 개발은 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 현대차·기아 내 CTO 산하 조직, SDV 본부가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긴밀한 협업을 이루고 있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사실상 경쟁 체제에 가까웠다. 조직이 분산되다 보니 시너지 효과는 떨어지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찾기도 어려웠다. 협업을 하려면 각 조직에서 결재를 받아야 하는 등 실무적인 문제도 발생했다.

최근 현대차·기아는 SW 결함에 따른 신형 그랜저의 무더기 리콜,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기아 EV9 출시 연기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앞둔 미래 모빌리티는 SW 개발과 검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올바른 개발과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규모 SW 결함·리콜이라는 잠재적인 리스크도 커진다. 이에 따라 SW 인력 중심의 대대적인 R&D 조직 개편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의 퇴진으로 송 사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SW 중심의 연구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달 현대차·기아의 R&D 조직 개편은 그동안 분산됐던 SW 개발 인력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차량 개발에서 SW와 HW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조직 재정비도 병행한다.

송 사장은 일찍부터 개발의 ‘디커플링’을 주장해왔다. 기존 차량 개발은 차체나 엔진 등 HW를 먼저 개발하고 그 위에 SW를 얹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송 사장은 그동안 SDV 시대 차량 개발은 HW와 SW를 분리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해왔다. 개발의 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검증 기간도 줄여 R&D의 빠른 대응이 조직개편의 핵심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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