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에 '건설사 회사채' 불안한 움직임

임정수 2023. 12. 2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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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채권, 원금의 60%까지 가격 급락
다른 건설사 회사채도 매매수익률 꿈틀
내년 상반기 만기 건설사 채권 2.4조 차환 비상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가 가격 급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을 신청하면서 건설사 채권과 신용도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건설사 채권이 2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건설사의 만기 차입금 차환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28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입구.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29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전날 태영건설이 발행한 회사채는 평가가격의 60% 수준까지 급락 거래됐다. 채권 거래 금리(매매수익률)는 102% 수준으로 민간 채권평가사 평가 금리(민평금리)보다 97%포인트 오른 수준에 매매가 이뤄졌다. 매매수익률이 급등했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은 워크아웃 단계의 기업에 부여되는 CCC로 추락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면 채권단이 보유한 채무(대출, 회사채 등)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채권 원리금을 적기에 상환받기 어려운 것은 물론 원리금 중 일부를 상환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채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사 채권도 평가가격보다 하락 거래됐다. SK에코플랜트와 한신공영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는 전날 민평금리 대비 각각 308bp, 205bp 높은 금리 수준으로 매매가 이뤄졌다. 다만 두 채권은 만기가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다. 만기 1년 이상을 남겨 놓은 GS건설 회사채는 민평금리보다 101bp 높은 6.038%에 거래됐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사 회사채가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금리로 거래돼 왔다"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사 채권에 대한 투심이 더욱 악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건설사로의 부실 전이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평가사는 올해 시공 사업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GS건설과 과도한 차입금 부담에 시달리는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 A+와 A3+에서 각각 A와 A3로 강등했다. 앞서 신세계건설 역시 미착공 사업장 증가와 지방 사업장 분양률 저조 등으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 입장하는 정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가운데 내년 상반기에만 건설사 회사채 2조4000억원어치가 만기 도래해 차환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2024년 1월과 2월 2개월 동안에만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한화거설,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의 회사채 만기가 1조4200억원어치 대기하고 있다.

신용등급 별로는 A급(A+, A, A-)이 약 1조8800억원으로 전체 만기 물량의 약 79%를 차지했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우량한 AA급은 1400억원에 불과했고, 차환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BBB급 만기 물량은 약 35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내년 하반기 회사채 만기 물량은 1조2000억원어치로 상반기 비해 부담이 다소 덜하지만, 채권 만기가 단기화되면서 만기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건설사의 경우 과거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어음(CP)이 단기사채 등으로 자금조달 만기가 단기화돼 있다"면서 "일반 회사채뿐만 아니라 옵션부사채나 CP 등에 대한 만기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태영건설 사태도 차입금 만기가 점차 단기화되다가 한꺼번에 만기가 몰리면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이라며 "차입금 단기화가 심화하는 건설사들은 차입금 연장이나 차환이 계속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최상목 기재부 장관(부총리) 후보자,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이른바 ‘F(finance)4’는 29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부동산 PF 부실 방지 대책과 금융시장 전이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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