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굿바이 2023, 웰컴 2024”
스윙 교정 이후 슬럼프 올해 상금 579만원
80타 이상 스코어, 실수 통해 배우자는 각오
베트남 전지훈련 출발 “내년 우승 믿음 있다”
최악의 2023년을 보낸 선수가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간판스타 장하나다. 올해 28개 대회에 나서 두 차례 본선에 오른 것이 전부다. ‘컷 오프’ 17회, 기권 9회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상금이 579만5000원(123위)이다. 장하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그는 2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리듬과 틀이 무너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그래도 희망을 봤다”고 웃었다.
장하나는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은 ‘천재 골퍼’다. 2004년 한국을 찾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인 장하나가 260야드를 날리는 것을 보고 극찬했다. 떡잎부터 달랐던 장하나는 2011년 KLPGA투어 데뷔해 메이저 4승을 포함해 15승을 쓸어 담았다. 고(故) 구옥희와 신지애(이상 20승), 박민지(18승), 고우순(17승)에 이어 다승 5위다. 통산 상금도 57억6763만원이나 벌었다. 이 부문 1위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5승을 거두며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실력을 자랑했다. 2017년 국내 복귀 이후에도 착실하게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그러나 장하나는 지난 2년 동안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편안하게 안주하지 않고 모험을 선택하는 스타일이다. 이번엔 새로운 변화를 준 것이 화근이 됐다. 그는 “기존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스윙을 교정했다”고 설명했다. 연습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대회에 나서면 티샷이 많이 흔들렸다. 올해 평균 비거리는 203.73야드(120위)다. ‘열정의 아이콘’ 장하나도 위축됐다. 주변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장하나는 “다른 분들은 응원이라고 얘기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지나가면서 ‘요즘 왜 이래’, ‘뭐가 걱정이야’라는 말을 하고 가신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장하나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80타 이상을 적어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는 “올해 전반기는 쉬고, 후반기에 나서자는 얘기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후원해주시는 분을 생각했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동안 성적이 월등했던 장하나는 미스 샷에 대한 경험도 별로 없었다. 그린을 놓치는 것이 실수였을 정도였다. 그는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대회를 뛰면서 얻어가는 것이 분명 있었다. 최악인 상황에서 교훈과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하나는 자신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알게 됐다. 그는 “2년 동안 성적이 없었는데 지원해주신 후원사 분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성적보다 아껴주시는 마음에 후원해주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또 안선주에 대해서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주 언니도 고마웠어요. 저보다 승수가 2배나 많은 대선배입니다. 프로 생활에서 나온 경험을 가식 없이 말해줬어요. 큰 위로가 됐습니다. 가끔 혼내기도 했지만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내게 와서 울어도 된다’고 얘기해줬어요. 친언니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하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아버지 장창호 씨 영향을 받았다. 장하나는 “아버지가 고깃집을 하셨는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강남보육원 친구들에게 밥을 먹이셨다”면서 “이 모습을 보고, 저도 돈을 많이 벌면 꼭 기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복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많이 기부하고 있다”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장하나는 시즌 막판 희망을 봤다. 그는 “후반기는 전반기보다 확실하게 성적이 좋아졌다. 실수는 있었지만 내 무기를 강화한다면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장하나는 시즌 이 종료된 이후 체력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선수들과의 경쟁을 위해서 더 집중하고 있다. 또 휴식을 통한 밸런스로 찾고 있다.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면서 힐링을 하고 있다. 가끔 집 근처에 있는 ‘불멍 카페’에도 다니고 있다.
장하나는 내년 1월 8일 베트남 하이퐁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2월 24일 귀국하는 일정이다. 그는 “김창민 코치와 함께한다. 코치님이 ‘주니어 시절처럼 운동할 것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말해 주셨다”고 했다. 전훈지에선 거리 늘리기에 집중하고, 쇼트게임도 보완할 생각이다. 장하나는 다시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 있어요.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코스에 대한 두려움만 없애면 될 것 같아요. 돌파구를 찾는다면 순식간에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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