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할부가 자꾸 사라지는 이유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2023. 12. 29.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드사 실적부진…알짜카드 100여장 줄였다
고금리 여파에 비용절감 본격화
내년도 부가서비스 혜택 감소 전망

[한국경제TV 장슬기 기자]

"특정 업종이나 일부 가맹점의 경우 할부 이용 개월 수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최근 한 카드사가 안내한 공지글입니다. 분명히 이전에는 24개월까지도 카드 할부가 가능하고, 일부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는 기본이었던 것 같은데, 날이 갈수록 혜택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카드사 홈페이지만 가도 '할인 프로모션 종료' '무이자 할부 종료' '부가서비스 변경 안내' 등의 혜택 종료 공지가 잇따르죠. 좋은 혜택 때문에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건데, 카드사들은 왜 자꾸 혜택을 줄일까요?

◆ 혜택 좋은 카드 매년 100장씩 사라진다 혜택만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카드상품 자체가 사라지는 일도 이제는 비일비재하죠. 지난 2018년에는 100장, 2019년과 2020년에는 200여장, 2021년에는 209장, 지난해에는 116장의 카드가 단종됐습니다. 매년 100여장이 넘는 카드가 사라지는 겁니다.

그 중에는 혜택이 좋은, 일명 '혜자카드'로 불리는 알짜카드들도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카드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옛 카드가 좋은 카드'라는 말이 돌 정도입니다. 실제 할인폭이나 적립폭이 큰 카드, 다양한 가맹점에서 할인 혜택을 주는 카드들은 대부분 수명이 길지 않습니다.

제휴처와 제휴가 만료돼 관련 부가서비스가 종료되는 경우도 적지 않죠. 예를 들어 A호텔에서 제공됐던 할인이나 적립서비스가 사라지는 대신 다른 서비스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할인폭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신용카드의 대표 혜택 중 하나로 꼽혔던 '6개월 무이자 할부'는 최근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이 혜택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카드사들도 기한은 올해 말까지만 정하고 있습니다.

◆ 카드사도 돈 아낀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돈 쓰기가 무서운데, 카드사들은 왜 자꾸 혜택을 줄여나가는 걸까요. 무이자 할부나 각종 할인 프로모션은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 일부 또는 이자를 카드사나 가맹점이 지불하는 일종의 서비스입니다. 돈을 들여서라도 회원을 유치하는 전략인데, 문제는 카드사가 쓸 수 있는 돈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2023년 3분기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의 순익은 7,3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습니다. 올 1~9월 누적 기준으로 봤을 때에도 전체 순익 2조781억 원으로 전년보다 11.7% 줄었습니다. 카드사들은 은행처럼 예금을 받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오는데, 올해 이어진 고금리 여파로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금융사들은 경제상황 악화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 할 것을 대비해 대손충당금이라는 것을 쌓는데, 고금리의 카드론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카드사 입장에선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지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국내 카드업계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카드사들 모두 지난해보다 순익이 감소했습니다.

◆ 카드 혜택 더 줄어든다

과거부터 지속 줄여온 카드가맹점 수수료도 카드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카드사들의 본업은 신용판매, 즉 가맹점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에 한 번씩 원가를 책정해 수수료율을 조정하는데, 가맹점 수수료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정부의 압박에 사실상 '공공재'가 되면서 매년 인하돼왔습니다. 현재 전체 가맹점의 약 80%에 해당하는 영세가맹점은 0.5%라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카드사들은 카드 본업 외에 신사업을 통해 수익을 끌려올려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플랫폼이나 마이데이터 사업 등은 아직 기업에게 '돈'을 가져다줄 만한 사업은 아닙니다. 결국 카드사 입장에서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이자 수익을 놓칠 수가 없는데, 경제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만큼 막무가내로 돈을 빌려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카드사 입장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혜택 축소입니다. 소비자에게 카드 결제와 할부 결제 등 기본적인 기능만 제공하고 각종 할인과 적립, 무이자 프로모션 등을 줄이면 카드사들이 지출하는 비용이 당연히 줄어들겠죠. 문제는 이런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점입니다.

★ 슬기로운 TIP 카드사 입장에선 비용이 많이 드는 부가서비스는 당장 줄여나가고 싶겠죠. 하지만 지난 2019년 이후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출시 후 3년 동안은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경우 기존 이용자들에게 6개월 전 통보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때문에 최근에는 부가서비스 변경보다는 '카드 단종'이 더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카드사 입장에서 복잡한 절차를 거쳐 변경하는 것보다 아예 없애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단종예정인 카드들은 카드사별로 홈페이지나 앱에서 안내 공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한 카드의 경우는 어떨까요? 내가 현재 보유한 카드들의 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싶다면 어카운트인포 홈페이지나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 내 '내 카드 한눈에' 서비스를 통해 카드정보, 휴면여부, 잔여포인트 등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