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헤일리, 남북전쟁 원인 답변서 '노예제' 뺐다…역사인식 논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 사실상 유일한 공화당 내 경쟁자로 부상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역사 인식 문제로 복병을 만났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전날 뉴햄프셔주 북부 도시 베를린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남북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한 유권자 질문에 끝까지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대신 그는 전쟁의 원인이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며 "자유와 더불어, 사람들이 할 수 있었던 것과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제 폐지 결정보다는 단지 정부 운영 방식에 대한 견해차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헤일리 전 대사는 "그것이 항상 정부의 역할과 사람들의 권리가 무엇이냐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문한 유권자는 "2023년에 노예제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 이 질문에 답한다는 게 놀랄 일"이라며 그를 압박했고 둘 간의 언쟁으로 이어졌다.
헤일리 전 대사가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이 원인이라고 보느냐"고 되묻자 질문자는 "내가 대선에 출마하는 게 아니다"라며 답을 피했다. 다시 "노예제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하길 원하느냐"고 물었고, 질문자가 "당신은 내 질문에 (이미) 답을 했다"고 말하자 헤일리 전 대사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자신을 '패트릭'이라고만 밝힌 질문자는 헤일리 전 대사가 과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에 출마했을 때에도 비슷하게 답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답할지 궁금했다"며 질문 이유를 밝혔다.
이런 헤일리 전 대사의 어정쩡한 태도는 당장 도마 위에 올랐다.
가상대결에서 헤일리 전 대사에게 큰 폭으로 뒤지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논란이 된 발언 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것(남북전쟁)은 노예제에 대한 것"이라고 콕 집어 적었다.
비판은 공화당 내 경쟁자 사이에서도 나왔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헤일리의 발언에 "어이쿠(Yikes)"라는 반응을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디샌티스 측 대변인은 "(헤일리가) 남북전쟁의 원인처럼 기본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어떻게 되겠냐"고 비난했다.
미국 언론들은 '노예제'를 제대로 이야기 못 한헤일리 전 대사에겐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분석했다.
NPR은 인도계 이민자 출신의 헤일리 전 대사가 노예제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진 공화당 백인 유권자들의 눈치를 봤을 것이라고 봤다.
그가 남북전쟁 중 최초로 분리독립을 선언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출신이란 점도 주목했다. 단지 노예제 때문에 전쟁이 난 것이 아니라는 지역 정서를 반영했다는 이야기다.
CNN은 헤일리 전 대사가 주지사 출마 당시인 2010년에도 한 인터뷰에서 남부연합 역사의 달이나 남부연합 깃발 등을 옹호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헤일리 전 대사는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물론 남북전쟁은 노예제에 대한 것"이라고 다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전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유권자는 "민주당이 심은 인물"이라며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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