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다진 가상자산…2024년 '6만달러' 고지 향한다
Fed 3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유동성 ↑
현물 ETF 상장 기대…기관 돈 담는다
올해 바닥을 다진 가상자산 시장이 2024년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질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1월 미국 시장 최초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올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부펀드, 연기금 등 전 세계 '큰손'들의 참여도 기대된다.
대장주 4만달러 회복…크립토 윈터 버텼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28일 오전 5400만원~5600만원대를 횡보 중이다. 연초 대비로는 3배 가까이 올랐다. 비트코인은 지난 10월부터 꾸준히 우상향해 12월 한 때 최고 6000만원을 돌파했다. 장중 최고 6086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루나 사태 이전 가격인 4만달러 (5200만원)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대장주의 강세에 주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류)인 이더리움·바이낸스코인·리플·솔라나 등도 동반 상승했다.
올 상반기 가상자산업계는 '혹한기'라는 뜻의 '크립토 윈터'를 견뎌냈다. 미국이 2022년에 이어 2023년까지 2년 연속 유동성을 줄이면서 가상자산 투자도 위축됐다. 2022년 3월 0%대였던 기준금리는 11차례에 걸친 인상 끝에 5.25~5.50%까지 급등했다. 과거에는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자산과 상관관계가 -0.1~0.1 정도로 적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위험자산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쟁글 리서치팀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눈에 띄게 부동산, 하이일드채, 주가지수 같은 위험자산과 눈에 띌 정도로 결부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도형 대표의 사기 행각으로 점철된 루나·테라 사태, 전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등 2022년 사건들이 시장 참가자들의 이탈로 연결됐다.
하반기가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손' 연기금과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기대됐다. 미국 시카고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계약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상장된 바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측은 가상자산에 대한 조작 가능성을 이유로 상장을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량의 30~50%를 차지하던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소수 특급 고객의 이용자 확인 절차 우회를 방조한 혐의로 벌금형에 처한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 가상자산업계 관계는 "코인베이스 등 감시공유협정을 맺어서 투명성을 높였던 것처럼 충분히 나아질 수 있는 문제"라며 "코인베이스가 바이낸스보다 미 규제당국의 규율도 잘 준수하면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美 훈풍·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기대감
내년 첫 번째 화두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내년 3월 최초로 금리 인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4년 기준금리 중간값으로도 지난 9월 제시했던 5.1%보다 낮은 4.6%를 내놨다. 김재원 쟁글 리서치팀장은 "거시 경제적인 관점에서 미국 경기는 연착륙할 것"이라며 "Fed가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가며 시장에 유동성을 재주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 상승 동력이었던 비트코인 현물 ETF 역시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SEC는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에 내년 1월까지 최종 답변을 해야 한다. 사실상 1분기 내 최종 승인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10월 워싱턴순회항소법원이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비트코인 ETF 신청안을 거부한 건에 관련해 취소 명령을 내린 만큼 블랙록 같은 타 운용사들의 ETF 상품 신청을 거부할 근거가 약해졌다. 회계 문제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적극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추가 자금 유입 규모가 200억달러(약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시장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실제 상장될 경우 유통을 담당하는 거래소들 역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됐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제도권 기관자금은 규제를 준수하는 거래소를 선호할 것"이라면서 "가상자산 유통시장이 규제를 준수하는 미국 시장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12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사 대부분이 수탁 협력사로 코인베이스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주기로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 역시 화제가 될 전망이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수요는 일정한데 발행량이 줄어드니 통상 가치는 높아진다. 업계에선 2024년 4월 말경 비트코인 반감기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1차 반감기는 2012년에 처음 있었으며, 2차 반감기와 3차 반감기는 2016년, 2020년이었다.
내년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장기 보유자 가운데 일부만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시장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은 비트코인이 정식 자산군으로 발돋움하는 해로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음 타깃은 6만달러(7800만원)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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