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임명 여론 강한데…"尹에 누가 건의할 수 있겠나"

김효성, 김은지 2023. 12.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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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상정되자 의원들과 함께 본회의장 밖으로 나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김건희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처리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국민의힘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이 상정된 직후 의원들과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는 “특검법은 총선 기간 내내 가짜뉴스를 만들어 대통령 내외를 공격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민심을 교란하겠다는 목적”이라며 “민주당이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신성한 국민 주권을 교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특검법 통과 약 10분 만에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도운 홍보수석)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 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이 행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권에서는 이를 대비한 시나리오가 여럿 나온다.


‘거부권 행사 반대 70%’ 여론 매만져라


지난 11일 발표된 한국갤럽·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70%였다. ‘보수 텃밭’ 대구·경북에서도 ‘거부권 행사 반대’ 여론은 67%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에 당내에서는 “사전에 충분히 여론전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검법이 민주당의 ‘민심 교란용 악법’이라는 점을 유권자에게 충분히 알려 거부권에 대한 부정여론이 전파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당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윤 대통령 내외가 2012년 결혼하기 전인 2009~2011년 주로 연관됐다는 점,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수사에도 김 여사가 무혐의 처분 받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와 무관하다”(윤희석 선임대변인)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특수활동비로 장신구 등을 구매했다는 의혹으로 이날 검찰 고발당하자 “진실규명이 필요하다”(신주호 상근부대변인)며 맞불도 놨다.


특별감찰관·제2부속실 거론…“고양이 목에 방울은 누가?”


그러나 반발 여론을 쉽게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이에 대통령실이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도록 당 지도부가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KBS라디오에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영부인 활동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드려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비서실에 제2부속실을 설치해 김 여사의 대·내외활동을 공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대통령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자진 신고하도록 당 지도부가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여론이 완화하면 그때 거부권을 행사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당 지도부 관계자는 “그런 민감한 문제를 당에서 누가 대통령께 전달할 수 있겠느냐”며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백약이 무효”…속전속결론으로 귀결될 듯


뚜렷한 해법이 없는 탓에 당내에서는 “차라리 속전속결로 사태를 돌파하자”는 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부터 국회 재의결까지 연말·연초에 일시에 처리하자는 것이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어떤 대책을 내놔도 특검법 국면에서는 백약이 무효할 것”이라며 “한대 세게 맞더라도 속전속결로 이 국면을 끝내는 것이 총선 기간 내내 쥐어 터지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그렇지만 야권이 재의결 시점을 2월 공천 시점까지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총선을 총괄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특검법 표결 당일인 28일 국회에 아예 오지 않았다. 일종의 ‘거리 두기’를 통해 ‘한동훈 비대위’에 오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재의결에서 이탈표가 없도록 당 여론을 모으는 것이 숙제라고 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민주당에 역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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