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전략 ‘완승’→‘유리한 종전협상’으로 수정”

전웅빈 2023. 12. 2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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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우크라이나 지원 여론이 점점 힘을 잃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조용히 전략 수정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 정부의 초점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에서 '종전 협상 때 유리한 위치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편 미 정부는 이날 가용한 마지막 자원으로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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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 “영토 일부 포기 의미”
반격서 방어 강화로 초점 옮겨가
美국방부 우크라 지원자금 소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크로이섬의 헨리 E 롤센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그는 이 섬에서 부인 질 여사와 함께 연말연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우크라이나 지원 여론이 점점 힘을 잃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조용히 전략 수정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 정부의 초점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에서 ‘종전 협상 때 유리한 위치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미 당국자와 유럽연합(EU) 외교관을 인용해 “미국과 EU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군을 실패한 반격 위치에서 벗어나 동부 지역에 있는 러시아군에 대한 강력한 방어 위치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 강화, 철조망과 대전차 장애물 설치 등 북부 벨라루스 방면 국경의 요새화, 우크라이나 자체 방위산업 재건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반격보다 방어태세 강화에 중점을 둔 전략이다.

폴리티코는 이 같은 전략 전환이 향후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이 전쟁은 협상을 통해서만 끝낼 수 있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우리는 그 상황이 왔을 때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위치에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이 협상을 두고 “우크라이나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서도 미국의 전략 수정 조짐을 엿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침공) 2년이 다 돼가는 오늘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강하고 자유롭다는 것은 이미 엄청난 승리”라고 말했다. ‘이미 승리’라는 표현을 두고 전문가들은 부분적 승리 선언과 함께 휴전이나 종전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는 의미로 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워싱턴에 주재하는 한 유럽 외교관은 “EU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앞당길 수 있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며 이 역시 러시아와의 협상 때 우크라이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 정부는 이날 가용한 마지막 자원으로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번 지원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올해 마지막 무기와 장비 패키지”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맥코드 국방부 감사관은 지난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지원이 이뤄지면 국방부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위한 예산안은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에 묶여 있다. EU도 이달 중순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를 지급하는 장기 지원 패키지에 합의할 계획이었으나 친러 성향의 헝가리가 제동을 걸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맹국의 지원은 매우 중요하고 긴급하게 필요하다”며 “공무원 50만명, 교사 140만명과 연금 수령자 1000만명이 돈을 제때 못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실패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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