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전환기 올 것… 통일 준비돼 있어야 기회 잡아”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과거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냉전도 결국 탈냉전과 세계화 시대로 전환된 것처럼 남북 관계도 전환기적 상황을 반드시 맞게 될 것”이라며 “그 상황이 왔을 때 우리가 통일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통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데,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국가 규모와 국력이 두 배로 커질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 대해 “우리 국민이 통일 의지를 잃어가는 것은 상당한 위기”라고 우려했다.
김 원장은 30여년간 남북 대화의 역사적 현장에서 활약한 대북정책 전문가다. 노태우 정권 때인 1990년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법 제정 당시 통일부 사무관으로 법안 초안 작성 실무에 관여했고, 1991년 12월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 작성에도 참여했다. DJ정부 때인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 통일부 정책총괄과장으로 배석했고, 2011년 10월 이명박정부 통일부 차관으로 임명돼 2013년 3월까지 재직했다. 퇴임 후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지내다 윤석열정부 들어 지난 7월 통일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김 원장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군사도발로 한반도 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윤석열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도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단편적 평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종합구상”이라며 “우리의 억제력 강화와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은 핵 보유가 체제 안전에 오히려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임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에는 인색했다. 김 원장은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은 평화적 환경을 조성해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는 구상이었는데,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진 상황에서 평화적 환경 자체가 조성될 수가 없다”며 “모순된 두 가지를 하겠다고 하니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국민 비율이 늘고 있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자유를 위해서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는 자유롭지도 평화롭지도 않다. 특히 북한에 있는 2500만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이 자유와 인권을 부정당하는 상황을 그대로 두면서 우리가 스스로 자유롭다고 얘기할 수 없다.”
-어떤 방식의 통일이 필요한가.
“헌법 제4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헌법 방향대로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적 방식으로 통일해야 8000만 한국인이 더 자유롭고 인권을 보장받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전제로 하는가.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느냐, 안 무너지냐는 다른 문제다. 통일은 민족자결권에 관한 사안이다.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8000만 한국인이 어떻게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독일 통일도 8000만 독일인들의 선택이었다. 특히 동독 주민이 선거를 통해 체제를 선택할 정도로 평화로운 통일이었다. 우리도 그런 상태가 될 때까지 남북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정권에 따라 통일 정책이 뒤바뀌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역대 정부를 거치며 일해온 입장으로서 통일의 방향성이 정권마다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대 모든 정부는 헌법에 담긴 통일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또 남북 간 점진적 관계 개선을 통해 단계적 통일을 하겠다는 구상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북핵에 대한 대응이 정권마다 달랐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을 막자는 정권이 있었다. 반면 강압적으로 북한을 비핵화해야 한다는 정권도 있었다. 지금은 자체적 국방력, 한·미 동맹, 한·미·일 안보협력 등 억제 조치를 이중, 삼중 강화해 북한이 핵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다.”
-통일을 당장 바라보기에는 남북관계가 과거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인데.
“매우 안타깝다. 2000년 6월에 남북 정상회담에 다녀온 후 친구들한테 ‘20년 후면 통일이 될 것 같다’고 얘기했었다. 그때의 정세가 이어졌으면 지금쯤 통일됐을 것이다. 그러나 2003년에 북핵 문제가 다시 터지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2017년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후 과거 대화 방식은 통하지 않게 됐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은 올해만 5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국방과학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무기를 개발·시험하고 있다. 특히 노동당 전원회의에 앞서 주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줄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 경제는 여전히 침체돼 내세울 게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강도 높은 도발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북한은 여러 방식으로 우리 내정에 개입하는데, 핵실험을 통한 군사적 긴장 고조도 그런 방법 중 하나다. 특히 선거 국면이나 혼란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철저한 군사 대비 태세와 국민의 성숙한 대응으로 북한의 심리전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권중혁 박준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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