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19) 우리 인연은 하나님의 뜻…서로의 귓가에 “네 반려자다”

최기영 2023. 12. 2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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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인이라고? 하나님의 음성이었을까.' 나는 피식 웃고는 예배를 인도했다.

피아노 반주를 하던 자매는 잘나가던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였다.

인천제철이란 강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스포츠 선교를 하겠다며 기독교 여자 축구팀인 헤브론 축구팀의 멤버가 된 자매였다.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해 없이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무슨 말씀인데요?" "하나님께서 자꾸 자매님이 제 반려자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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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말씀으로 서로의 마음 확인
자매 어머니의 결혼 반대 심했지만
집회 무대 선 모습 본 후 허락받아
전용대 목사와 노강숙 사모가 2001년 11월 목동제일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내 여인이라고? 하나님의 음성이었을까.’ 나는 피식 웃고는 예배를 인도했다. 피아노 반주를 하던 자매는 잘나가던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였다. 인천제철이란 강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스포츠 선교를 하겠다며 기독교 여자 축구팀인 헤브론 축구팀의 멤버가 된 자매였다.

얼마 후 예배 인도를 위해 다시 축구팀을 찾아갔을 때였다. 그 자매가 또 시야에 들어왔다. ‘네 여인이다.’ 귓가에 동일한 음성이 또 들렸다. ‘하나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님의 뜻이라면 저에게 다시 한번 확신을 주세요. 우리 두 사람에게 같은 마음을 주세요.’

그날부터 자매를 놓고 기도가 시작됐다. 틈이 날 때마다 기도제목을 붙들었다. 그 간절함이 목 끝까지 차올랐을 때 용기를 냈다. 그러곤 자매 앞에 섰다.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해 없이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무슨 말씀인데요?” “하나님께서 자꾸 자매님이 제 반려자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간증인지 고백인지 통보인지 모를 말이었다. 긴장되는 맘으로 자매의 얼굴을 바라봤다. 미소가 엿보였다. ‘뭐지? 비웃는 건가?’ 자매가 말을 꺼냈다. “사실 저한테도 하나님이 말씀하셨어요. 목사님이 강단 위로 올라가시는데 ‘네 남편이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똑같은 마음, 똑같은 말씀. 분명 하나님의 뜻이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의 인연은 본격적인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꿀 같을 것만 같던 인연 앞에 쓴맛이 찾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양쪽 집안의 반대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나를 데리고 살아왔던 넷째 누나의 반대부터 난관이었다. 내가 어렵게 사역하는 것을 지켜봐 온 누나로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배우자와의 결혼을 내심 바라왔던 것이다. 하지만 누나와의 전쟁은 의외로 쉽게 종전을 맞았다. 그간 몇 번이나 하나님 뜻대로 살지 않으면 몸에 병이 났던 누나는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할 만큼 탈이 났다. 결국 누나는 백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자매의 집이 문제였다. 어머니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 이해가 됐다. 어미의 입장에서 딸이 고생하지 않도록 건강한 사위를 얻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때 자매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간청했다. “엄마, 목사님 집회에 딱 한 번만 참석해 보세요. 그러고 나서도 마음에 안 들면 미련 없이 헤어질게요.”

얼마 후 어머니는 집회 무대에 선 내 모습을 보고 결혼을 허락하셨다. 나는 그날의 이야기를 상견례 자리에서 어머니께 들을 수 있었다.

“딸아이 말대로 집회에 참석하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계속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날은 집 근처에서 집회를 하지 않겠나. 더는 핑계를 댈 수 없어서 집회에 참석했지. 그런데 찬양하면서 사위가 손을 드는데 그 손에서 빛이 나는 거야.”

내 손은 늘 거칠다. 항상 목발을 짚기 때문에 겨울엔 찢어져서 피도 자주 난다. 그래서 내겐 다리 다음으로 자신 없는 신체 부위가 바로 손이다. 그런데 그 거친 손이 어머니 눈엔 인생의 어떤 거친 파도도 헤쳐나갈 수 있는 든든함으로 보였던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역사하신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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