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올해의 책] 목회자 안일함 질타… 평신도 신학의 가능성 열다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은 두 권의 신학 입문서다. 하나는 평신도인 안과 전문의가, 다른 하나는 조직신학자가 저술했다. 기독교에 회의적인 교양인들에게 기독교가 생각보다 훨씬 지적으로 존중받을 만한 종교라는 점을 알린다. 한국교회에 덧씌워진 혐오와 정죄란 이미지를 벗기고, 이해와 공감과 환대의 종교임을 깨닫게 하는 책들이다.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정은문고)는 서울 신용산교회 성가대원인 안과 전문의 정한욱 안수집사가 실제 딸들과 주고받은 질문에 기초한 책이다. 딸은 당차게 묻고 아빠는 진솔하게 답한다. 정 전문의는 평생 읽어온 신학책들을 기초로, 읽고 고민하며 실천하는 평신도의 지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기독 출판인들의 상찬이 책에 쏟아졌다. 이재웅 지우 대표는 “책을 통해 저자는 성도들이 얼마나 깊고 진지하게 시대와 부딪히고 있으며, 성경적 신학적 답변을 기다리는지 알려 준다”며 “동시에 시대와의 소통을 기피하는 기성 목회자들의 태만과 지적 게으름, 신학적 안일함 역시 날카롭게 지적한다”고 평가했다. 민경찬 비아 편집장은 “평신도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열린 마음으로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의 길을 걸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경지”라며 “평신도 신학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저작”이라고 말했다.
‘신학의 영토들’(비아)은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조직신학 교수의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사도신경을 해설한 ‘우리가 믿는 것들에 대하여’로 2022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에 올랐다. 2019년에도 ‘질문하는 신학’으로 최고의 책에 선정된 바 있다. 송용원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책에 대해 “20세기 신학자들에 대한 빼어난 핵심 짚기이자 치밀한 비평과 분석,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는 글쓰기를 선보인 최고급 입문서”라고 밝혔다.
‘시대를 읽다, 성경을 살다’(복있는사람)는 목회 신학 국내 분야 다추천 책이다. 1세기 문서 전공 성서학자인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가 저술했다. 정병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책에 대해 “AI 힐링 비정규직 피로사회 시민주권 엔터테인먼트 등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제들과 연관된 인간의 실존, 약자에 대한 애정을 깔고 있다”면서 “주제와 관련해 다루는 성경 본문 해석이 정확하고 주제와의 연결 고리가 탄탄하다”고 언급했다.
목회 신학 해외 분야에선 로완 윌리엄스의 ‘상처 입은 앎’(비아)과 헬무트 틸리케의 ‘기다리는 아버지’(복있는사람)가 선정됐다. 영성신학을 전공한 이종태 서울여대 교목실장은 ‘상처 입은 앎’에 관해 “신학사와 교회사 저변에 흐르는 웅숭깊은 영성의 강을 만나게 해주는 명저”라고 평했다. 최성은 지구촌교회 목사는 틸리케 책에 대해 “익숙한 예수님 비유를 통해 우리를 무장해제 시키고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눈을 번쩍 뜨게, 가슴을 쾅쾅 치게 만든다”고 말했다.
‘경이라는 세계’(복있는사람)는 일반 신앙 국내 분야 다추천 책으로 서울여대 교목실장 이 교수의 글이다. 경이로운 세계가 아니고 경이라는 세계다. 홍종락 번역가는 “CS 루이스 전문가라고 할 저자가 기독교의 메시지를 인문교양 언어로 완벽하게 번역해낸 전범 같은 책”이라고 평했다.
일반 신앙 해외 분야는 지난 5월 별세한 팀 켈러 목사의 ‘팀 켈러, 집사를 말하다’(두란노)와 헨리 나우웬의 공중그네 이야기에 기반을 둔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바람이불어오는곳)가 선정됐다. ‘집사를 말하다’는 특히 목회자들의 추천이 몰렸다. 장덕봉 새행로교회 목사는 “교회가 생존하는데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집사 직분에 대한 고언”이라고 언급했다.
어린이 청소년 분야에선 ‘가장 위대한 성경 이야기’(성서유니온)가 압도적 추천을 받았다. 도지원 예수비전교회 목사는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과 마음을 하나님께로 향하게 하는 글이 조화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조승현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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