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야의 ‘총선용 쌍특검’ 폭주, 거부권만이 능사 아니다

2023. 12. 2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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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야당 주도로 재석 180명에 찬성 180표로 통과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건희 특검법’ 등 강행, 대통령실 “이송 즉시 거부”


특별감찰관제, 제2부속실 등 재발 방지책 검토돼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이 어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검법 2개를 동시에, 압도적 과반 의석을 내세워 강행 처리한 건 헌정 사상 전례가 없다.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김 여사가 가담했는지를 가리겠다는 ‘김건희 특검법’은 명백한 ‘총선용’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우선 지난 4월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연말 본회의 자동상정이 가능하게 시점이 맞춰졌다. 또 특검 임명 절차와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2월 중순부터 70일간 수사하도록 해 특검 수사 한복판에서 4·10 총선이 치러지게 돼 있다. 수사 대상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모든 불법행위’로 광범위하고 모호해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도 반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검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도) 의지를 가지면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 2명 중 한 명을 무조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못 박아 중립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2018년 드루킹 특검 때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먼저 4명을 추천하는 중립성 담보 장치가 있었다. 또한 특검에 피의사실 공표죄의 예외도 허용됐다. 유사 사례가 있었지만, 대부분 여야가 합의한 경우였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 수단으로 흐를 소지가 있다. 정작 이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그 정당성을 옹호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대통령실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즉각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여론이 다수다. 서울경제신문-한국갤럽 조사(18∼19일)에서 67%가 특검법을 지지했다. 특히 중도층은 찬성률이 73%에 달했다. 국민일보-한국갤럽 조사(7∼8일)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로 나왔다. 법안 내용이나 절차적 문제를 떠나 김 여사와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던 김 여사의 당초 약속과 달라진 여러 돌출 행보가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은 싸늘한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도입 등 재발 방지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거부권은 정확한 현장 민심 파악과 뼈아픈 성찰, 제도적 보완책 등을 토대로 신중히 행사돼야 한다. 이번 특검법은 경제·사회적 폐해가 우려돼 거부권이 행사된 노란봉투법 등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민심을 다독여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도 막중하다. 국민 여론과 괴리된 판단으로는 비대위가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 거부권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칫 잘못 쓰면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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