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봉의 시시각각] 출판·독서 위축, 해법은 있나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작은 출판사 대표가 최근 신문사로 찾아왔다. 올해 첫 책을 전자책으로만 내는데, 신문의 서평란에서 다루는지 궁금하다는 거였다. 설립 10년이 넘는 이 출판사는 해마다 서너 권의 책을 내왔다. 하지만 올해는 첫 책을 연말에, 그것도 전자책으로만 낸다고 한다. 종이책을 내면 손해 보기 때문이다. "달달한 내용의 수필집 초판 1000부를 찍는 데 종이 값과 인쇄 비용만 750만~1000만원가량 든다"고 했다. 최근 1~2년 새 종이 값이 크게 오른 탓이다. 요즘 같은 출판 불황에 종이책 초판 소화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한 1인 출판사 대표는 이런 얘기도 했다. "국내 출판 산업은 저변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다." 경기도 파주의 인쇄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70대쯤이라는 것이다. 물가는 뛰는데 임금은 제자리니 젊은 사람들이 배겨 나질 못한다. 이 출판사 대표는 "인쇄소의 나이든 직원들을 보면 앞으로 출판업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나이 들어서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출판 미래가 그만큼 불투명하지 않으냐는 거다.
새삼스럽게 출판 불황을 얘기하는 건 그만큼 요즘 현실이 녹록지 않아 보여서다. 출판 불황은 더는 뉴스도 아니다. 누구나 책 대신 유튜브나 OTT, 책 읽는 거실 소파 대신 코로나19 이후 보복 여행을 선택하려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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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 값 인상 작은 출판사 타격 커
성인 독서율 하락 갈수록 빨라져
관련 부처 독서 진흥 기능 통합을
」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 해 한 권이라도 종이책을 읽는 19세 이상 성인의 독서율은 특히 최근 10년 이내 하락 폭이 컸다. 2013년 71.4%, 2021년 40.7%였다. 8년 동안 30%나 빠졌다. 갈수록 책 읽지 않는 추세가 가팔라진다. 올해 출판연감에 따르면 전체 파이는 갈수록 준다. 2021년에 비해 2022년 신간 발행 종수와 발행 부수가 각각 5.4%, 8.8% 줄어들었다. 출판사 숫자는 갈수록 는다. 2021년 7만1319개던 출판사가 2022년 7만5196개로 증가했다. 그 결과는 출판사의 양극화 현상이다. 매출 상위 300개가량의 출판사가 한 해 1조원 정도 되는 단행본 매출의 60%를 차지하다 보니 간판만 내건 소규모 출판사가 그 아래 부지기수라고 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저출산 영향이 이미 시작된 거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 매출이 2022년 3분기 이후 계속해서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었다는 통계청 통계가 근거다.
AI 시대에 독서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고 독서를 내치기로 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독서 소멸'에 맞서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방법은 결국 독자 발굴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입시·취업 등에 치여 등 돌렸던 비애독자의 마음을 돌려 놓아야 한다. 독서교육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대입에서 놓여난 20대 청년 시기가 비애독자→독자 전환의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독서의 즐거움을 스스로 깨치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고려대 국어교육과 이순영 교수는 이런 문제의 전문가다. 이 교수는 "문체부와 교육부로 나뉘어 있는 독서 진흥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정책을 추진하는 별도의 독립 기구 설립이 시급하다"고 했다. 교육부 관할인 초·중·고에서 시행하는 한 학기 한 책 읽기 프로그램에 따라 억지로라도 독서의 재미를 맛본 아이들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면 스스로 책을 읽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 바깥의 지역 도서관과 연계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지역의 공공도서관은 문체부 소관인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두 기관 사이에 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문체부는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5년마다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 내년에 4차 기본계획을 확정, 공표해야 한다. 내년 계획에서 별도의 독서 진흥 기구 설립을 제안하면 어떤가.
신준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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