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의 시선] 노인 인구 1000만 시대, 준비는 돼 있나

주정완 2023. 12. 2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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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 논설위원

대한민국의 미래는 ‘노인의 나라’다. 물론 노인밖에 없는 나라를 말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만한 여유는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노인 인구 비중이 커지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것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특히 다가오는 새해는 인구학적으로 중대한 고비를 맞는다. 노인 인구 1000만 시대가 열린다. 단군 이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현실로 닥쳐온다.

내년은 베이비붐 세대의 중간에 속한 1959년생이 65세가 되는 해다. 통계청이 이달 중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자. 앞으로 50년간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를 예상한 보고서(‘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다. 통계청은 내년 7월 1일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994만 명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8월께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건 기정사실이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사회적 의미는 절대 작지 않다.

「 내년 8월 고령자 1000만 돌파
‘고갈 예정’ 연금개혁 시급한데
무책임한 정치권 시간만 낭비

더구나 내후년에는 전체 인구에서 노인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65세 이상 노인이란 뜻이다. 인구 고령화는 농촌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과 6대 광역시도 심각한 상황이다. 2035년이면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가 초고령사회가 된다. 특히 부산과 대구에선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세 명 중 한 명꼴로 많아진다.

이와 동시에 일할 나이의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국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이미 2019년을 고비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통계청은 2030년 생산연령인구를 3417만 명으로 전망했다. 올해(3657만 명)와 비교하면 7년 만에 240만 명이 줄어든다. 가장 큰 원인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층으로 이동하는 2020년대에는 생산연령인구가 연평균 32만 명, 2030년대에는 연평균 50만 명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복지에 필요한 돈은 급격하게 증가할 텐데 그 돈을 부담할 사람은 빠르게 줄어든다. 조만간 우리 사회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위기의 본질이다. 이대로 가다간 젊은 세대의 복지 비용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다. 복지 제도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는 연금개혁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에 적자로 돌아선다. 이때를 고비로 연금 재정은 급속히 악화한다. 현역 세대가 내는 연금 보험료보다 은퇴 세대가 받아가는 연금급여가 더 많아진다. 이대로 2055년까지 가면 연금 기금은 한 푼도 남지 않고 바닥난다. 1990년생이 65세가 되는 해다.

연금 기금이 고갈하면 국민 세금으로 ‘구멍’을 메워야 한다. 그 세금은 누가 낼 것인가. 2055년 이후에도 일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런데 생산연령인구는 지금보다 더 쪼그라든다. 통계청은 2055년 생산연령인구를 2280만 명으로 추산했다. 올해보다 1380만 명가량 줄어든 규모다.

정부가 세금을 더 걷는 대신 적자 국채를 대량으로 찍는 방법도 있다. 솔깃한 유혹이지만 이렇게 하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일본이 이런 선택을 했다가 장기 침체의 덫에 빠져 버렸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원화의 신인도는 일본 엔화보다 훨씬 낮다. 외환보유액으로 봐도 일본은 세계 2위, 한국은 9위다.

정부는 겉으로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국 알맹이가 쏙 빠진 ‘맹탕’ 개혁안을 내놨다. 지난 10월 말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연금 보험료율의 구체적 인상안이 빠졌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알맹이 없는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의 발표로 무책임과 무능함을 고백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무책임하긴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정기국회 기간에 단 두 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안건을 주고 의견을 물어야지 백지상태로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맹탕 개혁안으로 국회에 공을 넘긴 정부에 다시 공을 넘기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렇게 핑퐁식으로 서로 공을 주고받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정치적 계산을 내려놓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연금개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정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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