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의 직격인터뷰] “집단 사고에 갇힌 정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한 ‘경제통’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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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바꿔보고자 정치권에 들어왔는데, 간극 컸다”
우리 정치권, 기득권 중심에 지연·학연 비중 높아
국회, 예산 살펴볼 시간 부족에 감액만 가능해 한계
정치권 바뀔 게 많은데, 정치인 스스로 변화 어려워
」
여의도의 미래학자가 경험한 정치권
Q : 비명계라 공천이 어려워져서 불출마하는 건가.
A : “전혀 아니다. 정세균·이낙연 전 총리 등과 정책 공부를 하면서 정치와 인연을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경제 비전을 만든 사람이 나다. 경제전문가로 민간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초선의원을 친명·비명으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22대 총선 불출마는 내가 세상을 보는 잣대와 현재의 정치권이 가진 한계에 대한 간극 때문이다. 사회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과거의 관성 때문에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국회의원이 되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은 ‘민주당 의원이니 당리당략 차원에서 저런 말을 한다’라고 받아들인다. 정치인이 아닐 때보다 영향력이 더 없어졌다. 우리 사회를 바꿔보고자 정치권에 들어왔는데, 정치인으로서는 이 간극을 메울만한 능력도, 세력도 없다고 느꼈다.”
Q : 성명서에서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언급했는데.
A : “정치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거다. ‘후진적’이라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게 관점이 현재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거다.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앞에 어마어마한 난관이 있고 이걸 정치가 돌파해야 하는 데, 그게 안 된다. 일단 선거제도부터 기득권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정치인들의 네트워크를 보면 지연·학연 비중이 너무 높다. 공천할 때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논란이 되는 비례대표제나, 국회의원들이 거의 손댈 수 없는 예산문제도 그렇다. 국회는 감액만 가능하고, 세부 내역을 제대로 살펴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후진적 정치 구조, 문화다.”
“정치권, 과거의 관성 때문에 안 변해”
Q : 애초 출마 계기는 뭐였나.
A : “정치엔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권력 투쟁적인 요소와 정책적인 요소가 그것이다. 나는 3, 4선이 되고 당대표가 되겠다는 그런 권력 투쟁적 요소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정책으로 한국 사회가 잘 되게 하고 싶었다. 대우증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책을 써온 것들을 정책에 구현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한계가 너무 컸다. 나가서 자유롭게 생각을 펼치는 게 우리 사회에 더 영향력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Q : 밖에서 본 정치권과 안에서 경험한 정치권은 뭐가 다른가.
A : “밖에서 본 정치권은 일반인하고 큰 차이는 없었을 거다. 나는 정치인이란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정치권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는 전제로 말하는 거지만, 정당 정치인은 집단적인 사고로 갈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게다가 통상의 경우 정치 입문 시절 선배들로부터 배운 DNA를 바꾸기가 어려운 게 작용한다. 세상이 바뀌고 정치권 내부도 바뀔 게 너무 많은데, 정작 정치인들은 스스로 변화하기 어려운 거다. 게다가 정치인은 지역구 관리를 포함해 너무 바쁘다. 정치권 자체가 새로운 것을 충전하고 고민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선진국 함정에 빠진 대한민국
Q : 지난 4년간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고, 우리에게 주어진 대전환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는데.
A : “나는 이런 현상을 선진국 진입의 초입에서 겪는 선진국의 함정, ‘하이 인컴 트랩(high income trap)’이라고 표현해왔다. 그간 한국 사회는 소득 중심의 성장만 하다가 어느 단계에 이르러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대규모 은퇴자들이 나오고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산업적으로 살펴봐도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산업 구조 전환에 특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너무 커졌고, 다른 것들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게 자동차인데, 실은 전기차 효과가 아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신모델이 많이 나온 것뿐이다. 이외에도 국민연금·건강보험 개혁처럼 혁명 수준으로 바꿔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등 다른 패스트팔로워의 추격을 받는 시점에 와 있는 거다.”
Q : 미래학 연구자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A : “우리는 모든 의사결정을 미래를 생각해서 하지 않나. 정치권을 포함해 우리 사회 지도층은 대중보다 2~3년 앞서 살아야 한다. 이게 사실 미래학자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말하는 미래학 연구자는 미래를 학문적으로 연구한다기보다 현재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 변화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역할이다.”
지금은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
Q : 지난 여름 『수축사회 2.0:닫힌 세계와 생존게임』을 내는 등 그간 적잖은 저서를 썼다.
A : “30대까지 책을 계속 많이 읽다가 40세를 넘기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겠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2004년 『디플레이션 속으로』를 시작으로 같은 주제로 8권을 써왔다. 특히 40세를 넘기면서 어떤 직위보다는 ‘무엇을 했느냐’로 인생의 좌우명이 바뀌게 됐다. 과거와 완전히 다른 대전환, 즉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것을 인생의 주제로 삼았다.”
(『수축사회 2.0』은 전 세계가 본격적으로 수축사회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변화한 현실과 이후 미래를 전망하는 내용이다. 그는 지금이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이며, 사람들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나라의 파이를 빼앗아 자신의 생존을 모색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수축’이란 잣대로 다양한 영역을 탐구하는 것이 자신의 저술 방향이라고 말한다. 2004년 첫 저서 『디플레이션 속으로』를 출간한 이래,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2006), 『글로벌 위기 이후』(2008), 『미래 설계의 정석』(2012), 『세계가 일본 된다』(2014), 『인재 vs 인재』(2017), 『수축사회』(2018)를 연이어 써왔다.)
Q : 30년 증권맨이었다. 한국 증시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내년 전망을 하자면.
A : “내수 경기의 위기다.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134조원, 한전과 가스공사의 누적적자가 57조5000억원, 소상공인 원리금 만기연장 규모가 76조원이다. 2024년 증시는 상고하저로 본다. 상반기엔 글로벌 금리의 바닥 확인 기대감 때문에 증시가 좀 올라가다가 체력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다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한다.”
Q : 이제 뭘 할 건가.
A : “22대 총선 지원은 나의 마지막 책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내 순수성을 알아줄 테니까. 국회를 나가면 사무실을 하나 차릴 계획이다. 예전에 미래에셋증권 사장 끝나고 국회에 들어오기 전 3년간 혜안이라는 개인 사무실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걸 복원해서 책 쓰고, 기고하고, 강의하면서 지낼 계획이다. 정당 구분 없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서 필요한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홍성국=1963년 충남 연기군 생.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학부 졸업 후인 1986년 첫 직장으로 대우증권에 입사했고,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과 KDB대우증권 대표이사,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경제대변인으로 정치권에 입문, 21대 총선에서 세종시 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금은 원내대표 경제특보다.
최준호 과학 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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