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억의 마켓 나우] 보조금 논란 만난 ‘반도체 강국 독일’ 구상
“인텔의 투자는 독일의 산업 입지를 강화할 것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를 지난 6월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인텔은 구동독 마그데부르크 시 인근에 330억 유로(약 45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독일 정부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라고 널리 홍보하며 투자 중 3분의 1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독일 정부의 이 약속이 지켜질지 불확실하다. 원래 독일은 600억 유로 규모의 ‘기후위기 및 디지털전환기금’(KTF) 중 일부를 전용해 인텔을 지원하려 했는데, 연방헌법재판소가 이를 부채제동장치 규정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독일 기본법(헌법)은 정부의 순부채가 GDP의 0.35%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대만의 TSMC에 대한 투자 지원도 불투명해졌다. 이 반도체 제조사도 지난 8월 구동독 드레스덴에 100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독일 정부는 절반 지원을 천명했다. 통일 후 구동독 지역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고 힘 써왔던 독일이다. 또 지원은 유럽연합(EU)이 반도체법에서 제시한 ‘회원국의 반도체 제조역량 확충 차원’에서 추진된다. 일부에서는 두 기업에 대한 지원 액수가 줄면, 이들이 원래 투자 계획을 시행할지 우려한다. 적어도 투자 액수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헌재 판결이 몰고 온 후폭풍이다.
외국인 투자뿐만 아니라 독일의 기업들도 헌재 판결 후 불확실성에 노출됐다. 독일중소기업협회가 이달 초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4%만이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라 대답해 2010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42%는 독일에 더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외부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에다 최근 헌재 판결에 따른 정부의 각종 지원금 삭감이 더해졌다. 독일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 매출의 35%, 정규직 고용의 60% 차지하며 독일 경제의 허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 왔다. 독일 IMK 경제연구소의 제바스티안 둘리엔 소장은 “헌재 판결 후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바람에 2024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의견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올해 독일 경제는 -0.3% 정도, 내년에는 0.6%(OECD 전망), 0.8%(EU 전망) 정도의 소폭 플러스 성장이 예측된다. EU 27개국은 내년 1.3%의 경제성장이 전망되기에,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의 내년 성장은 EU의 절반에 불과하다. 경제대국 독일이 평균을 깎아 먹고 있다. 연방하원의 3분의 2가 개헌에 찬성하지 않는 한 부채제동장치는 계속해 독일 정부를 긴축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독일의 상황이 변할 가능성이 아주 낮기에 유럽은 당분간 저성장에 머물 듯하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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