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맞이 파티에 알맞은, 쉽고 가벼운 술 리스트

정소진 2023. 12. 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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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니 워커 블론드 」
알코올 최약체인 내게 가벼운 술이라는 개념은 애초에 없다. 내 몸에 알코올 분해 요소는 존재한 적 없다는 듯이 한 입만 마셔도 얼굴이 새빨개진다. 이런 치명타를 가리기 위해 술에 항상 무언가를 탄다. 특히 위스키에는 토닉 워터나 탄산수 중에서 무엇이든! 하이볼에 최적화된 위스키는 많지만, 새로운 위스키를 찾다가 조니 워커가 조니 워커 블론드라는 이름의 하이볼 제조용 위스키를 최초로 내놓은 걸 알았다. 섞어 마시기 좋은 이 프리미엄 위스키는 달콤한 바닐라와 과실 향이 짙게 깔려 있고, 얼핏 신선한 베리 맛도 스쳐 지나간다. 어떤 음료와 섞어 마셔도 좋다니 올해의 시작, 이 친구만 믿고 가보련다!

정소진(〈엘르〉에디터)

「 불라 칼바도스 」
코냑은 뚜껑을 열었을 때 포도 냄새가 진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칼바도스는 사과 냄새가 확 올라온다. 사과 맛도 강하고, 다른 술보다 단맛이 강하다. 많은 애주가가 그렇듯 단맛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에 만연한 레몬에 토닉까지 들어간 하이볼은 단맛 정도가 아니라 커피에 설탕 2작은술을 넣은 것과 같다. 효모가 애써 먹어 치운 당분을 다시 첨가하는 과정은 마치 커피에 시럽을 넣는 셈이다. 가벼운 술을 찾는다면 브랜디에 탄산수만 타서 마시면 된다. 칼바도스는 충분히 달기 때문에 탄산수만 넣어도 괜찮다. 위스키를 제외하고 주종별 브랜드가 거기서 거기인 한국에서 칼바도스는 불라가 거의 유일하고, XO 등급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경제적 관점까지 더해서 강추한다.

정우영(바 ‘에코서울’ 대표, 프래랜스 에디터)

「 레볼리 람부르스코 」
새해 1월 1일은 마법 같은 하루다. 우리를 뜻깊고, 설레고, 희망찬 사람으로 만들어주니까. 아무리 암흑기를 보냈더라도 1월 1일만 되면 새사람처럼 개운한 마음이 든다. 동시에 식욕도 왕성해지는데, 신년회를 앞두면 몇 가지 메뉴를 열심히 구상해 보기도 한다. 특히 갈비찜과 전, 삼겹살에 집중하는 편. 퍽퍽하고 기름기 있는 음식들이라 소화가 안 될 수도 있으니 레볼리 람부르스코를 곁들여 먹고 싶다. 레볼리 람부르스코는 복분자와 오디, 딸기, 블루베리 같은 과실 향을 흠뻑 머금고 부드러운 거품이 퐁퐁 솟아오르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새해맞이 음식이나 술자리에 제격이다. 마개를 딸 때 “뽕!” 하는 소리가 나서 파티 감성을 물씬 풍기기도 한다. 콜라 한잔 마셨을 때의 개운함도 함께 느끼고 싶다면 차갑게 마시자.

김정은(와인 보틀 숍 ‘쉘터’ 대표)

「 다리오 프린칙 비앙코 」
추운 겨울날 우연히 만나 나의 최애가 된 와인. 다리오 프린칙의 엔트리 와인인 비앙코는 기분 좋은 오렌지색과 겨울 동치미 같은 새콤함과 시원함을 지녔다. 한 주간 잔뜩 쌓인 스트레스를 안고 퇴근할 때면 긴장한 몸과 마음을 녹일 해열제처럼 꼭 떠올리게 된다. 지역과 방식, 재료 본연으로 회귀하자는 내추럴 와인 붐의 대표 와이너리인 다리오 프린칙의 사랑스러운 와인은 매 빈티지마다 달라지는 새콤함도 매력적이다. 우연히 식당의 와인 리스트에서 다리오 프린칙을 봤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봐도 좋을 것이다.

정지원(푸드 큐레이팅 인플루언서 tasteseoul)

「 발렌타인 싱글 몰트 글렌버기 12년 」
나에게는 조금 무지막지한 새해 전통이 있다. 매년 친구들과 모여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고, 거하게 술을 나눠 마시는 것.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예년보다 조촐해졌지만, 올해 역시 이 전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화려한 싱글들의 새해맞이 파티를 계획한 것이다. 특별한 술도 준비했다. 바로 발렌타인 싱글 몰트 글렌버기 12년이다. 친구들에게는 “싱글들의 모임에는 역시 싱글 몰트 아니겠냐?”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 술을 고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발렌타인은 성공의 상징이다. 십수 년째 ‘대한민국 CEO가 가장 선호하는 위스키’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발렌타인 위스키를 마시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또 발렌타인 싱글 몰트 글렌버기 12년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을 지녔다. 누군가는 개성이 덜하다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마지막 이유는 꽤 합리적인 가격표가 붙었다는 것. 모든 모임이 그러하듯 조금 거하게 마실 일이 생기더라도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아 참, 하이볼로 제조해 마시기에도 훌륭한 술!

이승률(한국경제매거진 〈Money〉 기자)

「 화전일취 」
새해를 멋지게 보내고 싶은 소망에 좋은 의미가 담긴 술까지 더해지면 느낌도 증폭되기 마련. ‘축배’라는 키워드를 듣고 곧바로 떠올린 술은 지시울 양조장의 ‘화전일취(花前一醉)’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에 나오는 표현으로 “님도 꽃이요, 꽃도 꽃이니, 꽃 앞에서 함께 취하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의미만큼 맛도 훌륭하다. 탁주와 약주, 소주 등이 생산되고 있는데 쌀과 물, 누룩으로만 빚어냈는데도 꽃과 과일 향이 나며, 단맛이 과하지 않고 밸런스가 좋아 한 잔 맛보면 연이어 다음 잔을 찾게 된다. 이 양조장의 시그너처인 백화주도 1월 중에 출하될 예정이라는데, 29가지 꽃을 넣은 백화주도 기회가 되면 꼭 맛보시고 새해에는 꽃길만 걸으시길!

이지민(‘대동여주도’ 대표)

「 19 크라임스 」
호주에서 온 가성비 좋은 와인 ‘19 크라임스(19 Crimes)’의 첫인상은 꽤 강렬하다. 18세기 산업혁명 당시 피폐한 삶과 맞서 싸우다 호주로 강제 이주 형벌을 받은 이들의 모습을 와인 라벨에 담았다. 블랙베리의 향과 다크 초콜릿의 풍미가 짙은 레드 블랜드 라벨에 소개된 인물은 아일랜드 시인 존 보일 오라일리(John Boyle O’Reilly). 그는 대기근으로 굶주린 아일랜드인을 대변해 영국에 반란을 일으켰고, 밴드 U2는 그에게 ‘Van Diemen’s Land’라는 노래를 헌정했다. 새해에는 불의에 눈감지 말고, 소신 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19 크라임스 레드 블렌드는 2024년 첫 축배를 들기에 딱이다. 한 잔 가득 따르고, 존의 눈동자에 치얼스.

서동현(‘무신사’ 브랜드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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