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적 ‘힙’을 구현한 일 팔라초 익스페리멘탈 #호텔미감

이경진 2023. 12. 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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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스트라이프와 레드와 그린, 블루의 변주. 일 팔라초 익스페리멘탈의 기원인 칵테일 바를 지나 리셉션에 들어서면 1920년대 아르데코를 기반으로 한 해변가의 룩이 펼쳐진다.
「 IL PALAZZO EXPERIMENTAL 」
베니스만큼 환상적인 이야기를 품은 곳이 있을까? 산타루치아 역에 내려, 넘실거리는 물살 앞에 서면 ‘살아 있다’는 감각이 생생해진다. 마비된 감각으로 물길이 데려가는 곳들을 걷기도 하고, 잠시 아찔해지는 바포레토를 타고 두둥실 떠가는 몸의 움직임을 즐기기도 한다. 오늘은 베니스의 얼굴 그랑 카널이 아닌, 섬을 바깥으로 감싸는 주데카(Giudecca) 운하가 목적지다. 관광객을 실은 곤돌라나 수상택시보다 베니스의 생활을 체감할 수 있는 화물선이나 바포레토를 더 빈번하게 볼 수 있는 곳도 주데카다. 일 팔라초 익스페리멘탈(Il Palazzo Experimental)은 칵테일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쳐온 파리의 익스페리멘탈 그룹이 탄생시킨 호텔이다.

아만이나 다니엘 리 같은 극적인 클래식과는 달리 베니스적 ‘힙’함을 구현한 곳이다. 베니스 화파의 보고 아카데미아 미술관, 페기 구겐하임의 성지인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과 그 자장을 함께하는 예술적 바이브 안에 있다. 주소지는 맞는데, 호텔 입구가 안 보인다 싶었다. 건물 파사드엔 호텔 이름이 아닌 ‘아르디아티카(Adriatica)’라는 단어가 황금색으로 쓰여 있는데, 16세기 아드리아티카 해운회사의 팔라초로 지어졌다는 흔적이다.

호텔 이름은 출입구 옆 작은 사이니지(Signage)에 쓰여 있을 뿐이다. 일 팔라초 익스페리멘탈의 기원인 칵테일 바를 지나 리셉션에 들어서면 호텔의 디자인 컨셉트가 진하게 느껴진다. 전형적인 클래식이 아닌, 강렬한 스트라이프와 레드와 그린, 블루의 변주. 이어지는 아치들의 리드미컬한 조형. 1920년대 아르데코를 기반으로 한 해변가의 룩, 이것이 호텔 공간을 점유한 비주얼인 듯하다. 키를 받았지만 곧장 객실이 아닌 정원으로 나가봤다. 멋쟁이들의 웃음소리가 나서 봤더니 그들은 이미 아페리티보(식전주)를 즐기고 있었다. 정원에는 무화과 나무들이 옛 조각상과 풍경을 이룬, 꽤 넓은 정원이 팔라초의 일부인 듯 자리하고 있었다. 정원 끝의 좁은 물길은 주데카 운하의 장대함과는 또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바를 가득 메운 음악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 버전의 ‘The windmills of your mind’와 멀어지며 객실로 올라갔다. 모스그린 컬러의 벽, 테라초 바닥, 레드 스트라이프 소파, 콘 모양의 월 램프. 디자이너 도로티 메일리종(Dorothe′e Meilichzon)이 구사하는 ‘지역성에 뿌리 내린’ 디자인은 베니스에서도 꽤 유효한 듯하다.

창밖으론 베니스의 작은 집들과 장대한 성당이 여름 태양 아래 빛나고 있었다. 정원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웃음소리는 아직도 끊이질 않는다. 하루 남짓 남은, 이곳에서 보낼 모든 시간이 기대로 충만해지는 순간. 눈과 귀를 채우는 감각적인 요소들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베니스의 일 팔라초 익스페리멘탈에서 머문 하루는 어떤 자각을 갖게 했다.

‘과연 나는 진득한 히스토리에 절묘하게 스며든 ‘쿨’한 멋을 만끽해야 직성이 풀리는 까다로운 손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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