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실장 모두 물갈이…용산 2기 전격 가동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대통령실의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안보실장을 새로 임명했다. 이관섭 정책실장이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정책실장에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를, 안보실장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각각 발탁했다. 윤 대통령은 비서실의 정점인 3실장 자리를 한번에 재정비하면서 대통령실 2기 진용을 갖췄다. 2기 체제는 새해 1월 1일부터 가동된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이런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김 실장은 자신의 후임인 이 실장에 대해 “풍부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역량은 물론이고 정무 감각까지 아주 훌륭하게 갖춘 분”이라고 소개했다.
경북 경주 출신인 이 내정자는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7회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의 길을 걷기 시작해 에너지자원실장과 산업정책실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차관을 마지막으로 2016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맡았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발해 임기를 남긴 채 사표를 썼다.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이던 지난해 8월 국정기획수석으로 대통령실에 합류했다. 지난달 30일 신설한 정책실장에 임명됐다가 한 달 만에 다시 비서실장으로 이동하게 됐다. 이 내정자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같이 일해 보고 나서 대통령이 더욱 신임하게 된 케이스”라며 “대통령실 운영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내부 혼란을 최소화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정책실장을 맡게 될 성 내정자에 대해 김 실장은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부처들의 정책 자문에 활발히 참여하며 이론과 실무를 갖춘 정책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연세대 경제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팀 부연구위원과 KAIST 경영대학 조교수를 거쳐 2007년부터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일해 왔다.
성 내정자는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거시경제 전문가로 평가된다. 2015년에는 한국경제학회가 뛰어난 연구 성과를 보인 만 45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청람상을 수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코로나19 대응 당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성 내정자는 지난 8월 별세한 윤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제자다.
이관섭, 정책실장 임명 한 달 만에 비서실장으로 이동
여권 관계자는 “성 내정자는 그동안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등을 외곽에서 지원해 왔다”며 “윤 대통령도 성 내정자를 따로 만나는 등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안보실장을 맡게 된 장 내정자에 대해 김 실장은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정통 외교관으로 오늘날 안보에는 동맹국과의 외교 관계가 더없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외무고시 16회에 최연소 합격해 동구과장, 주(駐)러시아 참사관, 북미국장 등의 요직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퇴직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외교·안보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대선 때는 윤 대통령 캠프의 멤버였다. 윤석열 정부 초대 주러시아 대사를 맡았다가 4월 외교부 1차관에 임명됐다. 조태용(14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조태열(13기)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공직 후배다. 후임 외교부 1차관에는 김홍균 주독일 대사가 내정됐다.
이날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김대기 비서실장의 교체다. 김 실장은 “20개월 정도 하면 내 소임은 다 하지 않았나 싶어 대통령께 말씀을 드렸고, ‘생각해 보자’하시다가 그저께 승인해 주셨다”며 “대통령께서 저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해 주시고 또 많은 신뢰를 해주셔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에서도 “오래전부터 결심해 온 김 실장 사의를 윤 대통령이 숙고 끝에 수용한 것”이란 반응이 다수다. 한 참모는 “김 실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는 여전하다”며 “김 실장과 가까운 이관섭 정책실장을 신임 비서실장에 앉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여권에선 ‘한동훈 비대위’ 출범과 맞물린 인적 쇄신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큰 폭의 개각을 했고, 당도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했다”며 “가장 중요한 3실장이 바뀐 건 큰 변화이자 쇄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는 73년생 비대위원장이 들어오며 젊어졌는데, 대통령실에도 60년생 이하 참모진들이 남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 쇄신 드라이브를 걸려는 한동훈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모종의 교감을 나눈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여권에선 김 실장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이어진 게 사실이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국민의힘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전에서 예상 밖의 큰 표차로 졌을 때부터 김 실장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최근 수석들도 모조리 바뀌었는데 비서실장만 그대로 있는 것에 대한 분위기도 우호적이진 않았다”고 전했다. 김기현 전 대표가 쇄신을 명목으로 물러난 마당에, 또 다른 한 축인 대통령실에서도 못잖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도 컸다고 한다.
일각에선 김 실장과 관련한 이른바 ‘지라시’(괴소문의 쪽지) 고발 사건을 언급하기도 한다. 김 실장은 최근 “김 실장이 모 기업 회장 인사에 개입하려 한다” 같은 종류의 지라시가 급속히 퍼지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구설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안긴다고 보고 결단했다는 것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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