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리듯… 나이 들면 자연스레 망막도 늙습니다"

이금숙 기자 2023. 12. 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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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안과의원 망막센터 유형곤 원장 인터뷰
시력도 늙는다. 시력을 담당하는 망막에 노화가 오면 망막에 변성이 생긴다. 망막 중에서도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황반’ 변성은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이다. 뇌신경세포가 손상돼 치매에 걸리듯, 황반의 신경세포가 노화로 변성되면 황반변성이 생긴다. 황반변성은 60세가 지나면 5~10%, 75세가 지나면 30% 이상에서 나타난다. 국내 대표적인 망막질환 명의 하늘안과의원 망막센터 유형곤 원장을 만나 황반변성에 대해 들었다. 그는 지난해 5월까지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로 지냈으며, 정년을 10년 앞두고 환자 가까이에서 망막질환 진료에 몰두하고자 하늘안과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까지 망막질환과 관련해 국제적인 논문을 200편 넘게 썼으며, 현재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하늘안과의원 망막센터 유형곤 원장/하늘안과의원 제공
-황반변성이란 어떤 질환인가?

황반변성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노화에 의해 황반의 망막신경세포가 변성되는 ‘건성 황반변성(나이관련 황반변성)’과 황반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 신생혈관이 터지고 아물면서 흉터를 남기는 ‘습성 황반변성’이 있다. 황반변성의 90%는 건성 황반변성이고, 나머지 10%가 습성 황반변성이다. 건성 황반변성이 진행되면 습성 황반변성이 되며, 습성 황반변성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실명을 할 수도 있다. 황반변성 증상은 변시증(물체가 비뚤어지게 보이는 상태)과 시력감소다. 보통 5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며, 오래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황반변성 환자가 5년 사이(2018년~2022년) 130% 급증했다.

-황반변성이 급증한 이유, 노화만 가지고 설명할 수 있나?

실제로 병 자체가 증가했느냐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과거에 비해 진단이 늘면서 환자 수가 증가할 수는 있다. 과거에는 황반변성이라는 병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병 인지도가 많이 늘었다. 황반변성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늘어난 것도 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황반은 혈류가 가장 많이 흐르는 부위다. 고혈압, 당뇨병 등 혈관에 영향을 주는 질환 관리가 중요하다. 포도막염, 망막박리 같은 안질환도 황반변성의 원인이 된다. 절대적인 환자수는 적지만 유전성 망막변성도 있다. 이 경우 양쪽 눈 모두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황반변성 증상은? 노안과 많이 헷갈리나?

황반변성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시력이 떨어졌다면 이미 병이 진행 돼 중간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눈이 침침해지거나 사물이 휘어져 보이고 시야 한 가운데가 검게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할 수 있다. 
하늘안과의원 망막센터 유형곤 원장/하늘안과의원 제공
-황반변성 조기진단을 위한 방법은?

안저촬영을 하면 진단할 수 있다. 황반변성 초기엔 증상을 못 느낄 수도 있으므로 4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은 망막 상태를 살피는 안저촬영 검사를 해야 한다. 눈동자를 키운(산동) 다음 빛을 통해 망막혈관을 자세히 본다. 안저촬영은 1만 원 내외의 저렴한 검사지만 황반변성은 물론, 당뇨 망막병증, 녹내장, 망막혈관폐쇄 여부까지 알 수 있다. 정밀 검사를 위해서는 안저단층촬영(OCT) 검사도 한다. 황반부의 단면과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해 황반변성의 원인이 되는 드루젠(노폐물), 시신경섬유층 손상 등을 정밀하게 볼 수 있다. 우리 병원에는 황반 색소의 밀도를 측정하는 검사도 있다. 눈에 염증을 그래프로 보여주는 검사, 미세 시야 검사 장비도 마련돼 있어 정밀한 검사가 가능하다.

-황반변성 치료는?

건성 황반변성은 치료제가 없다. 습성 황반변성은 대개 눈 속 항체주사 치료를 하게 된다. 항체주사란 신생혈관을 자라게 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에 대항하는 항체를 눈에 직접 주사하는 치료다. 이미 만들어진 신생혈관뿐 아니라 신생혈관이 앞으로 더 생기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황반변성에서 눈 속 항체 주사 치료를 하면 환자의 80~90%는 시력을 유지하거나 호전을 경험한다. 그러나 제때 주사 치료를 하지 않거나, 심하게 출혈이 발생하면 시력이 더 떨어지거나 실명할 수도 있다.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체주사는 루센티스, 아일리아, 비오뷰, 바비스모 등 7가지가 있다. 루센티스의 경우 종근당,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만들었다. 우리 병원에서는 7가지 오리지널 약제 뿐만 아니라 복제약을 모두 처방한다. 치료 옵션이 많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쓸 수 있다. 항체주사는 처음에 한 달 간격으로 맞다가, 효과가 있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돼 본인부담금 10%만 내면 된다. 눈 속 항체주사의 건강보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환자들은 항암제 ‘아바스틴’을 투여한다. 아바스틴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도 치료 비용이 10~20만 원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복제약이 나와 환자들의 치료 부담이 크게 줄었다.

-건성 황반변성은 치료가 아예 안되나?

현재로서는 비타민C, 비타민E 등 항산화제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규모 연구 결과, 이런 항산화제들이 건성 황반변성의 진행 속도를 늦췄다. 황반을 포함한 망막은 자외선에 노출돼 있고 대사량이 높아서 산화스트레스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조직이다.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이 황반변성 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는 올 2월과 7월에 각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신경 위축의 진행을 막는 역할을 한다. 신약이라 비용이 1회에 2000달러나 한다는 게 부담이다. 

-100세 시대 눈 건강을 위한 팁은? 

건강에 좋은 습관이 결국 눈에 좋은 습관이다. 예를 들면 운동을 하는 경우 그 순간 눈에 좋은 단백질이 증가한다. 하루에 3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맥박이 평소보다 50% 이상 빨라질 정도로 유산소 운동을 하도록 하자. 식이요법의 경우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포도·산딸기 등 색이 짙은 과일과 채소, 녹차, 커피, 생선, 콩과 견과류 등이 눈에 좋다. 담배는 확실히 황반변성에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외선은 안구 조직에 영향을 미쳐 망막을 손상시키고 황반변성 진행을 유발한다. 선글라스는 반드시 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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