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혼자 가는 먼 집
2023. 12. 28. 21:19
우리가 저마다 홀로 길을 떠나야 해서 밤마다 서러운 소리를 해도, 홀로라는 것은 언제나 둘을 부르는 것이어서 아주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길 위에는 만남이 있고 그 만남 끝에는 먼지와 검불, 재가 내려와 덮이는 온전한 시간이라고도 공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차원이 있고, 그 만남 끝에는 당신이 있고 그 말은 아리고 쓰라린 것이기는 하지만… 그 말에는 언제나 집이 있습니다 어느 날 지나온 집을 떠올리며 나라는 것은 없고 나라는 것은 단지 과정이구나, 나는 머물 집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북받치는 것이 있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뒤돌아보면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멀어지고 있는 집
-장이지 시집 '편지의 시대' 중에서
수록된 모든 시들이 편지처럼 읽힌다. 편지라는 형식은 이제 거의 사라진 것이 됐지만 시인은 편지가 갖는 시적인 글, 시적인 마음을 지켜내고자 한다. 이 시에는 ‘고 허수경 선생께’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2018년 독일에서 홀로 세상을 떠난 허수경 시인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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