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임성 좋은 직원 어디 없나요? 능력보다 인성...확 바뀐 채용 시장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사람은 없다.”
“겨우 사람을 뽑았는데, 조직원과 문제만 일으켜서 내보냈다. 사회생활 잘하는 직원 찾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오죽하면 MBTI까지 보겠나.”
최근 들어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 인사 담당자가 부쩍 늘어났다. 채용 단계에서는 뽑을 만한 사람이 없어 골머리를 앓는다. 채용 과정에 대한 불만 역시 상당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대규모 인·적성 평가, 집단 토론 면접 등이 사라졌다. 비대면, 최종 면접 등으로 채용 절차가 축소됐다. 선별(Screening) 과정이 한 단계 줄어든 탓에 인재를 평가하기 매우 까다로워졌다. 기껏 뽑아놓으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Z세대(2000년대생 이후 출생자)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직장 내 세대 갈등, 조직 부적응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재계에서는 ‘인재 고갈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위기와 변화에 맞춰 기업들의 채용 전략도 바뀌고 있다. 게임 형식을 활용한 인지능력 검사, 조직 적응도와 기초 인성을 평가하는 ‘반생산성 검사’ 등 새로운 평가 방식을 적극 도입한다. 또 신입 직원까지 평판 조회를 늘리는 등 ‘맞춤형 인재’ 찾기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인재 선별 어렵고 부적응자도 많아
취업 준비생들이 느끼는 ‘취업난’과 별개로, 국내 기업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2023년 12월 기업 317개사를 대상으로 채용 결산을 조사한 결과, 직원을 채용한 기업의 80.4%가 연초 계획한 인원만큼 충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26.8%는 계획한 인원의 절반도 못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목표 달성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인재 부족’이었다. 응답 기업(291개사) 51.7%가 ‘지원자 중 적합 인원 부족’으로 인재 채용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적합한 인재를 찾기 어려운 이유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2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채용 절차의 간소화, ‘조직 맞춤형 인재’의 부족이다.
무엇보다 채용 절차 간소화가 손꼽힌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서류 전형 이후 인·적성 필기시험, 실무 면접, 최종 면접 순으로 인재를 뽑았다. 검증된 절차로 선별을 거친 인재들만 최종 면접을 봤다. 때문에 면접이 끝나면 비교적 쉽게 인재를 뽑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굳어진 이 절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변화를 맞이했다. 대규모로 인원을 모으지 못하면서 인·적성 필기 검사와 집단 면접의 과정이 사라졌다. 선별 과정이 대폭 줄면서 면접으로만 인재를 뽑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 AI 면접, 비대면 면접 등 새로운 방법을 도입한 곳도 있지만, 기존 방식보다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다수다. HR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면서 기업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비대면 면접으로만 뽑으면 인재를 제대로 선별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AI 시대에 구시대적인 인·적성 평가로 돌아가는 것도 ‘난센스’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평가 기준 마련 전까지 직원 채용을 아예 보류하는 기업까지 등장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직 적응도가 낮은 직원이 많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학습 능력은 좋지만 동료와의 협업, 소통 능력, 친화력이 부족한 인재가 많은 탓에 채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평판 조회 플랫폼 ‘스펙터’의 윤경욱 대표는 “평판 조회를 의뢰하는 기업 90% 이상이 신입 직원의 사회성 부족 문제를 호소한다. 대인 관계, 협동,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인재가 많다. 협업 능력이나 소통 능력은 검증이 쉽지 않아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평판 보고 반생산성 검사까지
인재 채용이 어려워지는 현실에 맞춰,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 변화를 주고 있다. 경력 직원 채용 시 쓰던 평판 조회를 신입 직원까지 범위를 늘리는 한편, 게임을 접목한 인지 능력 검사, 적응도를 검사하는 반생산성 검사 등으로 인재 채용에 변화를 주는 식이다.
신입 직원의 평판을 조회하는 것은 사실상 대세가 돼가는 분위기다. 평판 조회는 직원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 기존 직장에서 업무 능력, 인성 등이 어땠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과거에는 경력직 입사자에 한해서만 적용했다.
최근 들어서는 평판 조회 범위를 신입 직원까지 늘렸다. 조직에 어울리지 못하는 직원을 사전에 확인하자는 취지에서다.
아르바이트, 인턴 활동 당시 어떤 직원이었는지 조사하는 방식이다. 평판 조회에 동의하면 지원자의 이력서를 토대로 단기 근로 때의 평판까지 모두 조회한다. 박사 이상을 뽑는 연구직의 경우 대학원 때 생활까지 조사가 들어간다고. 기업들이 앞다퉈 평판 조회를 늘리면서 평판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실적도 급등했다. 신입·경력 직원의 평판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스펙터’의 경우 2023년 상반기 대비 하반기 유료 고객사가 30배 증가했다. 현재 스펙터의 평판 조회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은 4000곳이 넘는다. 스펙터 관계자는 “과거 평판 조회는 경력직 직원의 ‘결격 사유’를 확인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은 다르다. 경력에 관계없이 이 직원이 우리 회사와 얼마나 잘 맞느냐를 따진다. 성향을 파악해 채용하려는 조직에 잘 융화될 수 있을지 확인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조직에 융화되지 못하는 직원을 선별하기 위한 ‘반생산적 행동 검사(CWB)’도 인기를 끈다. HR 플랫폼 인크루트가 개발한 검사다. 반생산적 행동이란, 조직의 생산성과 성과를 저해하는 행동을 말한다. 과시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팀원을 무시하거나,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게 대표적인 반생산적 행동이다. 학력은 높지만 사회성이 결여된 인재가 늘어나자, 반생산적 행동 성향을 사전에 확인하려는 기업이 급격히 증가했다.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김현근 인크루트 팀장은 “조직에 해가 되는 인물을 사전에 차단하는 ‘휴먼 리스크’를 줄이는 채용 방식이다. 교육, 의료계 등 폭력성을 노출하면 안 되는 직종을 중심으로 반생산적 검사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귀띔했다.
검사 방식은 인성 검사와 비슷하다. 제한 시간 내에 질문을 던지며 응답을 요구한다. 대답에 따라 반생산적 성향을 가졌는지 판별한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 문항마다 시간제한이 걸려 있다. 해당 시간 내 답을 못하면 다음 문항으로 바로 넘어간다. 응답자가 왜곡된 답변을 하지 못하도록 최소화한 조치다. 일반적으로 약 90%의 응답자는 ‘정상(Normal)’으로 판별이 난다. 이후 10% 정도 응답자는 ‘주의(Attention)’ 단계로 넘어간다. 답변에서 다소 문제가 발견된 사람들이다. 이들을 상대로는 ‘투사 검사’가 이어진다. 여러 장의 사진과 그림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해석을 요구한다. 같은 그림이라도 정상적인 집단의 해석과 조직에 어울리지 못하는 비정상 집단의 해석은 명확히 차이가 난다.
임상 심리, 상담 심리에서 쓰이는 기법을 활용한 방식이다. 심층 조사 결과 반생산적 성향이 짙은 사람은 ‘경고(Warning)’가 뜬다. 일반적으로 전체 검사자의 1~2% 정도가 경고를 받는다고. 결과는 인사팀의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 명단을 전달하고 ‘채용 여부를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인사팀에게 권고하는 식이다.
적성 검사를 대신하는 ‘메타인지 검사’도 대세로 떠오른다. 채용 절차 간소화로 필기 검사를 없앴던 기업들이, 적성 검사 대신 인재 선별을 위해 새로 도입한 절차다. 과거 적성 평가는 공간지각 능력, 언어 능력, 문서 작성 능력 등 개별 능력만 따로 확인했다. 메타인지 검사는 이보다 한 단계 나아간 개념이다. 각 능력을 유기적으로 활용해, 업무에 얼마나 잘 녹여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학력뿐 아니라, 소위 ‘일머리’라 부르는 업무 능력, 향후 발전 가능성까지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주로 게임 방식을 활용해 PSG(Problem Solving Game)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사용하는 개념이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PSG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인크루트웍스가 개발한 PSG를 각 기업들이 사용 중이다.
평균 이하 능력에 “헉”…반생산적 평가 정상에 ‘휴’
우선 메타인지를 측정하는 PSG 검사를 시작했다. 검사는 간단하다. 로그인 직후 튜토리얼을 마치면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 목표는 40분 동안 무인도에 갇힌 캐릭터를 생존시키는 것이다. 체온, 수분, 열량 등의 지표를 살피며 물, 고기를 섭취하고 수면을 취해야 한다. 생존에 필요한 도구들은 ‘미니게임’을 통해 얻어야 한다. 미니게임은 공간지각 능력, 논리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들로 이뤄져 있다.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만 생존에 필요한 가죽, 고기, 물, 석재 등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아무런 지시가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멋모르고 돌아다니다 보니 10분 뒤에 캐릭터가 수분 부족으로 사망했다. 아차 싶어 다시 게임을 진행했다. 2회 차부터는 전략을 짰다. 미니게임을 하며 물품을 차곡차곡 모았다. 그런 와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는 미니게임이 2개가 있었던 것. 가죽을 얻는 미니게임과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석재를 얻는 게임이었다. 가죽을 얻는 미니게임은 논리 능력을, 석재를 얻는 게임은 공간지각 능력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두 게임은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 결국 체온이 떨어진 캐릭터가 사망하고 말았다. 시간은 이제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3회 차에는 전략을 바꿨다. 자신 있는 물 구하기 미니게임만 진행하며 버텼다. 물만 마시면서 10분을 버티자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종료 1분을 앞두고 배고픔에 지친 캐릭터가 사망했다. 이후 평가가 종료됐다. PSG 검사 직후 바로 반생산성 검사를 진행했다. 인성 검사에 등장하는 문항이 계속 나왔다. 틈틈이 ‘나는 현재 똑바로 응답하고 있다’와 같은 신뢰성 문항이 등장했다. 솔직하게 답하며 빠르게 검사를 끝냈다. 순식간에 50분이 지나갔다.
검사가 끝나고 10분 만에 결과가 나왔다. 가장 빨리 나오는 반생산성 검사 결과를 들었다. 다행히 ‘정상’ 판정을 받았다. 평소 기행(?)을 벌인다는 평가를 받아왔기에 긴장하던 터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PSG 검사 결과였다. 평균적으로 검사자들은 게임을 하는 동안 캐릭터가 1번 죽는다고 한다. 3번이나 캐릭터가 죽는 것은 드문 경우라고. 예상대로 결과는 처참했다. 대다수 지표가 40점대로 평균(50점)을 밑돌았다. 실용 지능은 다소 높았지만, 일반 지능은 C로 낙제점에 가까웠다. 논리, 공간지각 능력 문제를 거의 풀지 못한 게 문제였다. 정보처리 능력은 30점대로 만점인 100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다. 거의 보기 힘든 수준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총평. PSG는 게임이지만 하는 내내 긴장을 멈출 수 없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평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계속 몰려왔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 PSG를 접하는 취업 준비생이라면 사전에 철저한 점검을 마치고 시작할 것을 권한다. 반생산성 행동 검사도 제한 시간이 짧은 탓에 긴장감이 상당했다. 마음 편히 보기 힘들다. 특히 답변할 때 오랫동안 고민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답변 신뢰도가 깎이기 때문이다. 답변 신뢰도가 낮으면 정상이 떠도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솔직하고 빠른 답변이 필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0호 (2023.12.27~2023.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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