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훈련'부터 늘 바빴던 '괴물'…독일 키커는 호평 "앞으로 더 잘할 모든 자질 갖췄다"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바이에른 뮌헨(독일) 주전 센터백으로 혹사 논란을 들을 만큼 고생한 김민재가 독일 매체로부터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독일 매체 키커는 27일(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 분석, 전반기 선수별 리뷰"라는 제목으로 "다요 우파메카노는 안정적이었고, 김민재는 매우 바빴으며 알폰소 데이비스는 정체됐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21일 볼프스부르크전을 끝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친 뮌헨은 리그 15경기 12승2무1패, 승점 38로 선두 바이엘 레버쿠젠에 4점 뒤진 2위에 위치해 있다. 49득점으로 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15실점으로 경기당 1골만 내줘 레버쿠젠 다음으로 적은 실점을 기록했다.
매체는 "뮌헨은 분데스리가 15경기에서 15골을 내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프랑크푸르에게 1-5로 진 경기만 아니었다면 실점 기록은 훨씬 더 좋아보였을 것"이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DFB-포칼에서도 경기당 평균 1골을 내줬다"라고 수비력 전반엔 준수한 평가를 내렸다.
이어 선수 개별 평가에서 키커는 김민재에게 바쁜 와중에 기복이 있었지만, 미래가 기대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매체는 "나폴리에서 온 새로운 영입생 김민재는 정말 급할 정도로 휴식이 필요했지만, 주전 선수로 변신해야 했다. 이적과 군사훈련, 대표팀 일정으로 인한 여정 등으로 김민재는 항상 도전을 받아야 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민재에게 빛과 그림자가 번갈아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전 1-5 대패 때 6점을 받았던 그는 8일 뒤, 슈투트가르트전에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포함해 평점 1점을 받았다. 김민재는 미래에 더 잘 뛸 수 있는 모든 자질을 갖췄지만, 우선 그는 아시안컵에 가야 한다. 휴식기에 어느 때나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2022/23시즌을 앞두고 나폴리에 입단하며 유럽 빅리그에 첫 데뷔했다. 그는 세리에A 36경기에 출전하며 세리에A 공격수들 도장 깨기에 성공했다. 이탈리아 축구계가 발칵 뒤집어질 만큼 김민재의 충격적인 수비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카테나치오'로 대변되는 수비축구가 성행했던 이탈리아가 놀란 경기력이었다.
김민재는 이탈리아에서 단 한 시즌만 뛰고도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상, 세리에A 올해의 팀, 이탈리아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팀에 선정되며 단기간에 최고의 임팩트를 남겼다. 이런 활약에 유럽 유수의 빅클럽들이 군침을 흘렸다. 가장 강력한 제안을 한 건 독일 최고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김민재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뮌헨에 입단했다. 나폴리가 설정했던 바이아웃(이적 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구단 간 협상을 하지 않는 조항) 금액 5000만 유로(약 717억원)를 뮌헨이 지불했고 개인 협상에서 연봉 1200만 유로(약 170억원)에 2028년 여름까지 5년 계약을 맺었다.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상을 받은 그에게 합당한 대우였다.
김민재는 뮌헨에서도 주전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그는 시즌 중반 공식전 15경기 연속 풀타임 기록을 세우며 때아닌 혹사 논란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자신의 기량을 유지했다. 우니온 베를린전이 폭설로 연기된 뒤 치러진 프랑크푸르트 원정에서 아쉬움을 삼켰지만, 곧바로 정상 기량을 회복해 다시 팀의 연승 가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독일 언론 빌트는 전반기에 김민재에게 박한 평가를 했다. 빌트는 23일 바이에른 뮌헨 전반기를 결산하면서 20명의 평점을 매겼다. 여기서 김민재가 뒤에서 5등이라는 충격적인 순위를 차지한 것이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전반기 뮌헨이 치른 15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한 뒤 13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다. 총 1317분간 그라운드를 누벼 간판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과 함께 뮌헨에서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센터백들인 마테이스 더 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가 돌아가면서 다치는 바람에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도 조별리그 6경기 중 5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어야 했다. 그렇게 헌신했지만 빌트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독일 언론은 영국 언론과 다르게 선수 평점을 1~6점으로 매기며 1점이 최고 활약이다. 그런데 김민재는 15경기 평균 평점에서 3.2667점을 얻었다. 그저 평범했다는 뜻이다.
물론 측면 수비수인 알폰소 데이비스와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각각 3.3077점, 3.3636점을 받았다. 김민재와 함께 센터백 콤비로 자주 나선 우파메카노는 3.3846점에 그쳤다. 역시 수비적인 포지션을 맡는 하파엘 게헤이루는 3.4000점으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빌트가 뮌헨의 수비수들에게 혹독한 평점을 준 것이다.
하지만 후스코어드닷컴에서 분데스리가 베스트 11에 뽑힌 김민재를 16위까지 끌어내린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한 사건이다.
사실 빌트는 시즌 중에도 김민재의 플레이에 3~5점을 곧잘 매겨서 국내 팬들은 물론 독일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김민재를 냉정하게 평가한 끝에 전반기 뮌헨 선수 20명 중 16위에 올려놓았다.
뮌헨 수비수들 중 유일하게 상위권에 오른 선수는 부상으로 고작 5경기에 출전하고 평균 2.6000점을 얻은 더 리흐트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의 시선은 달랐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키다가 25일(한국시간) 2023년 세계 최고의 센터백 5명을 거론하며 김민재를 1위로 선정했다.
언론은 "센터백이 더 이상 수비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 축구에서 센터백은 견고한 수비 외에도 빌드업에 참여해 유동성과 창의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김민재는 이러한 측면에서 아주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민재가 나폴리의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타고난 피지컬과 침착함, 기술이 강점으로 돋보였다. 뮌헨으로 이적해서도 주전을 확보했고 탁월한 기량을 펼쳤다"라고 1위로 선정한 이유를 나열했다.
김민재의 뒤로 맨체스터 시티의 트레블을 이끈 후벵 디아스를 비롯해 다비드 알라바(레알 마드리드), 윌리엄 살리바(아스널), 페어질 판 다이크(리버풀)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등장했다. 현 시점에서 뮌헨의 괴물이 어느 정도 위상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발맞춰 키커도 김민재에게 좋은 평가를 했다. 하지만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선수는 우파메카노였다. 매체는 "전반기 최고의 수비수이자 가장 안정적인 수비수였다. 나쁜 모습을 보여준 경기는 프랑크푸르트전 뿐이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레버쿠젠, 슈투트가르트 등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는 물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높은 수준의 활약을 펼쳤다"라고 긍정 평가를 남겼다.
더리흐트에 대해서는 "토마스 투헬 감독은 더리흐트를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경기력은 비판을 받았고, 무릎 부상으로 자주 결장했다. 김민재가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1월에 자신의 실력을 다시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레프트백 알폰소 데이비스도 그리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키커는 "처음 2경기 동안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캐나다 선수는 더 이상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라며 "여전히 스피드만으로 전술적 실수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년 동안 발전하지 못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기껏해야 평균 수준이었다"라고 혹평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도 지난 21일 "2023년 세계 최고의 남자 축구선수 100인"이라며 올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100명을 선정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100명을 뽑은 매체는 그들의 활약 정도에 따라 1~100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이때 11~100위까지 선수 90명의 순위를 먼저 공개한 뒤 상위 10명은 추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1년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100명을 선정한 결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핵심 손흥민(24위)과 김민재(37위)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김민재가 가디언이 선정한 최고의 축구선수 100인 안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 순위 선정에서 김민재는 37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수비수임을 증명했다.
김민재에 대해 매체는 "상위 100위 안에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인 김민재에게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그의 엄청난 상승세를 의미한다"라며 "페네르바체에서 좋은 한 해를 보내고 곧바로 나폴리에서 우승 영광을 거머쥐며 역사를 만든 그가 유럽 경기에 출전한 건 2021년부터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아웃 5000만 유로(약 715억원) 조항은 김민재가 이번 여름 유럽의 엘리트 클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으며, 바이에른 뮌헨은 최근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영역에서 그들을 이끌 수 있는 강인하고 용감하며 빠른 김민재를 중심으로 수비를 구축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민재는 아시안컵 참가 후 주전 자리를 잃을까 걱정했다. 독일 바바리안풋볼에 따르면 김민재는 "아시안컵 일정 동안 난 구단을 떠나있어야 한다. 만약 내가 없는 사이 우파메카노와 더리흐트가 좋은 활약을 보인다면 내가 복귀한 다음에도 두 선수가 붙박이 주전으로 남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받아들인 김민재는 "내가 없는 동안 잘하는 선수가 나타나면 계속 신뢰받는 것은 당연하다. 돌아와서도 주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한다"며 복귀해서도 주전 경쟁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재는 리그 일정을 마치고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 뒤, 내달 2일 오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합류해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로 향한다.
사진=Reuters,AP,EPA,DPA/연합뉴스, 후스코어드, 가디언, 빌트, 뮌헨, 엑스포츠뉴스DB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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