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결산·전망]이단의 교세 확장에 제동 건 한국사회
전문가들 “내년에도 이단들의 미혹은 이어질 것, 경계 늦춰선 안 돼” 조언
본격적인 포스트코로나 시기에 접어든 2023년은 무엇보다 한국사회와 교계가 이단·사이비 종교 단체들의 확장을 막아낸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교주의 성폭행 비위에 법원은 철퇴를 내렸고, 주민들은 건물 매입을 통해 교묘하게 지역사회로 침투하려던 이단들의 꼼수에 제동을 걸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무렵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교주 이만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면,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올 한해는 신천지와 마찬가지로 한국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의 비위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여신도 성폭행 등으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018년 출소한 정명석은 재차 같은 혐의가 불거졌고 최근 1심 법원으로부터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명석 사건을 들여다본 검찰과 1심 재판부는 각각 정명석이 “메시아로 행세”했다고 판단했고, “종교적 약자로서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들의 심신장애를 계획적으로 야기해 저지른 범행”이라고 봤다. 또 재판 기간 피해자들을 향한 지속적인 2차 가해도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명석의 범죄 행위를 돕거나 방조한 혐의로 구속된 JMS 이인자 일명 정조은 역시 징역 7년형을 받았다.
정 교주의 성범죄는 지난 3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JMS 편이 사회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며 촉발됐다. 외국인 여신도 등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성폭행 피해 증언과 함께 자세한 피해 사실이 알려지며 정명석과 JMS 지도부를 향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정명석과 정조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함에 따라 내년에도 이들을 상대로 한 재판은 계속 이어진다.
지역 내 대형 건물을 매입한 후 용도 변경 등을 통해 포교의 거점으로 삼는 이단들도 올 한해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대표적으로 하나님의교회와 신천지가 있다. 경기도 하남, 과천, 군포, 안양, 의왕 지역 교계와 주민들은 하나님의교회가 종교 용지를 매입한 뒤 건물을 지으려 한다며 이를 막아서고 나섰다. 특히 하남 감일지구 주민들은 하나님의교회가 감일지구 내 종교 용지를 매입하는 과정에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건물 건축을 강하게 반대했다. 다만 하나님의교회 측은 이를 부인한다.
신천지 역시 인천 중구와 경기도 고양시, 부산 사하구의 대형 건물을 매입해 용도 변경 등을 통해 지역사회로 들어가려다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인천의 경우 현재 담당 구청으로부터 ‘착공 불가’ 처분을 받았고, 고양시의 경우 주민뿐 아니라 여야 정당 의원들까지 반대에 나서 종교시설로의 용도변경 신청 건이 시청으로부터 ‘직권취소’됐다. 부산에서도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주민의 반대로 건물 건축 등의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진 신천지는 행정심판 등을 통해 법의 판단을 받겠다는 태도라 내년에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이단 전문가들은 지속해서 상황을 감시하며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신천지의 경우 코로나를 지나며 복음방이나 센터 같은 주요 포교 거점이 일반인들에게 노출됐다”며 “그 결과 지속해서 새로운 곳으로의 이전을 추진함에 따라 다른 지역에 영향을 끼치는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 같은 거점 변화는 교세 성장으로 인한 확장의 성격보다는 교주 이만희의 사후를 대비한 내부 혼란의 결과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 과정에서 주로 쓰이는 전략이 바로 건물 매입 후 문화·근린시설로의 용도 변경이다. 종교 용도를 내세우는 것보다 지역 사회의 거부감이 적고 법적 문제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 교수는 “그동안 겉으로는 문화시설로 활용한다고 해놓고는 실제로는 종교 활동을 꾸려나간 이단들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이에 “적법한 절차를 내세워 일을 진행하는 이단에 지역 교계가 전면적으로 막고 나서 단순 종교 갈등으로 치부되게 하기 보다는 지역 주민과 학부모 위주로 이단의 지역 침투를 우려하는 민원을 넣으며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앞선 사례 지역 주민들은 이단들이 들어서려는 건물 주변에 학교가 많아 학생들이 이단 교리 포교에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우며 이단의 건물 건축 등을 반대한다.
더구나 내년 4월에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지역 주민의 여론이 이단의 확장을 막아서는데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이 여론을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탁 교수는 “선거를 앞두지 않았다면 고양시처럼 지자체나 지역 국회의원 등이 주민들의 우려와 불만 해결에 나섰겠느냐”며 “이단의 확장을 막아서는 데 있어서 선거철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해결법이 나오도록, 좋은 사례가 계속 나오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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