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는 결국 상저하중"…'최상목호' 2기 경제팀 숙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이끈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은 고물가, 수출 부진, 성장률 추락이란 숙제를 남겨두고 임기를 마무리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는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숙제가 늘었다. 최상목 신임 경제부총리가 키를 잡을 2기 경제팀이 호된 ‘신고식’을 앞두고 있다.
통계청장·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은 “1기 경제팀은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방했다”며“낙제점은 아니지만, 흔쾌한 합격점도 주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먼저 고물가 추세를 확실하게 잡지 못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물가 안정 등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물가는 5.1% 올랐다. 국제유가·원자재 비용 상승 등 정책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대외 요인이 크긴 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오름폭이 가장 컸다. 정부는 올해 7월까지도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2%대에 머물며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3%를 기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고금리로 실질소득이 줄면 가계 구매력이 떨어져 내수가 얼어붙는다”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출은 최근에서야 가까스로 반등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하던 수출 실적이 올해 10월 플러스로 전환했다. 무역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간 이어졌다. 역시 대외 요인 탓이 컸지만,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최장기 기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연내 수출을 플러스로 전환하겠다’던 정부 목표는 달성했지만 지난해 워낙 수출 실적이 안 좋았던 기저효과(base effect)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하다 보니 경제성장률도 낮아졌다. 1기 경제팀이 예측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다. 성장률이 2%대 아래로 떨어진 건 심각한 흉작을 겪은 1956년(0.6%), 2차 오일 쇼크를 겪은 1980년(-1.6%),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5.1%),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9년(0.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0.7%)까지 5차례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 목표(1.4%)가 낮다 보니 달성한다고 해도 체감하기 어렵다”며 “지표상 정부가 예측한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 반등)’ 경제 전망을 달성할지 몰라도, 가계와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상저하중(上低下中)’에 가깝다”고 말했다.
자칫 경제 위기로 번질 요소를 잘 관리했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다. 추 부총리 스스로 성과로 꼽았듯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혼란에 빠진 채권 시장을 큰 문제 없이 진화했다. 최근 요소수·희토류 등 공급망 불안 리스크도 비교적 큰 피해 없이 대처 중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부채를 크게 늘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건전재정' 기조를 강화한 면도 평가받는다.
국회는 28일 본회의 직후 기획재정위원회를 열어 최상목 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시선은 다음달 초 발표할 경제정책방향에 쏠리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의 정책운용 메시지가 처음으로 담긴다는 점에서다. 1기 경제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되, 그가 청문회 등을 통해 강조한 '역동경제'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다행히 최대 6%까지 올라섰던 물가 상승률은 현재 3% 초반까지 내려왔고 반도체·제조업 중심의 수출 부진 역시 플러스 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2기 경제팀은 물가 안정세가 이뤄진 이후, 성장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1월 초 발표할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제시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최근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내년 연간 세출예산(총지출 656조6000억원 중 기금 일부를 제외한 예산) 550조원 중 75%인 412조5000억원을 상반기에 집행한다. 또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내년 세수가 충분치 않은 만큼, 재정을 풀기보다는 규제를 풀어 민간 주도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도 경방에 담길 키워드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전체 금융시장으로 번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당면 과제도 있다. 이날 공교롭게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2기 경제팀이 출범하자마자 기존 숙제(고물가, 수출 부진, 성장률 추락)에 더해 부동산 PF 부실 문제 처리라는 난제까지 받아든 셈이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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