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이재명에 “절벽에서 손 놓아야”…강도 높은 결단 촉구

위문희, 이세영 2023. 12. 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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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당내 분열 상황에 대한 수습과 결단을 촉구했다. “절벽에 매달려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현애살수’(懸崖撒手)를 언급하며 강도 높은 조치를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날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1시간 40여분 동안 오찬 회동을 가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총선 승리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민주주의의 미래도 없다”면서 “단합은 선거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당의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지는 모양새가 있어 걱정스럽다”며 “당 분열을 막고 수습할 책임과 권한이 당 대표에게 있으니 책임감을 갖고 최근 상황을 수습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동에선 총선 공천 관련 논란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정 전 총리는 “특히 총선 공천 문제는 매우 스마트하고 나이스하게 당 대표가 진행해나가야 한다”며 “이 과정서 분열양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비명계 김윤식 전 시흥시장, 최성 전 고양시장 등이 예비후보 심사에서 탈락하자 “비명계 숙청”이라며 잡음이 인 걸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아울러 백범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에게 건넸던 사자성어 ‘현애살수’(懸崖撒手)를 거론하면서 이 대표에게 “필요할 때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당에도, 나라에도 그리고 대표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26일 수락연설에서 언급한 ‘선민후사(先民後私)’를 비틀어 “‘선민후민(先民後民)’의 정신으로 정치를 해달라”라고도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이 대표 본인이 쥐고 있는 무언가를 통째로 내려놓으라는 의미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 대표는 정 전 총리의 조언을 경청하며 “비상한 시기이고, 총선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렸다”는 말에 일일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또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당내 통합, 이 두 개를 조화롭게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며 “당 대표로서 최선을 다해서 조화롭게 이뤄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4일 저녁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거룩한 기다림'의 밤 행사에 참석,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나 당내 비명계가 요구해 온 '통합 비대위'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둘의 대화에서 적지 않은 인식차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비명계 관계자는 “이 대표 발언의 행간에는 당내 통합이 혁신을 저해한다는 인식이 깔렸다”며 “이는 적극적인 통합을 당부한 정 전 총리의 발언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정 전 총리가 ‘선민후사(先民後私)’ 대신 ‘선민후민(先民後民)’을 입에 올린 건, 상황에 따라 이 대표가 개인적인 걸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 전 총리가 언급한 ‘결단’의 뜻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정 전 총리가 과감한 혁신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이 대표의) 2선 후퇴나 (통합) 비대위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신당 합류를 선언한 최성 전 고양시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오늘 (이재명-정세균) 대화 내용을 간략히 설명 들었다. 정 전 총리로서는 하실 말씀을 거의 다 한 거로 보이고, 이 대표의 대답은 없었지 않았냐”고 말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대표의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측근을 통한 협의 과정에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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