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이재명에 “절벽에서 손 놓아야”…강도 높은 결단 촉구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당내 분열 상황에 대한 수습과 결단을 촉구했다. “절벽에 매달려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현애살수’(懸崖撒手)를 언급하며 강도 높은 조치를 요구했다.
이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날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1시간 40여분 동안 오찬 회동을 가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총선 승리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민주주의의 미래도 없다”면서 “단합은 선거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당의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지는 모양새가 있어 걱정스럽다”며 “당 분열을 막고 수습할 책임과 권한이 당 대표에게 있으니 책임감을 갖고 최근 상황을 수습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동에선 총선 공천 관련 논란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정 전 총리는 “특히 총선 공천 문제는 매우 스마트하고 나이스하게 당 대표가 진행해나가야 한다”며 “이 과정서 분열양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비명계 김윤식 전 시흥시장, 최성 전 고양시장 등이 예비후보 심사에서 탈락하자 “비명계 숙청”이라며 잡음이 인 걸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아울러 백범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에게 건넸던 사자성어 ‘현애살수’(懸崖撒手)를 거론하면서 이 대표에게 “필요할 때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당에도, 나라에도 그리고 대표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26일 수락연설에서 언급한 ‘선민후사(先民後私)’를 비틀어 “‘선민후민(先民後民)’의 정신으로 정치를 해달라”라고도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이 대표 본인이 쥐고 있는 무언가를 통째로 내려놓으라는 의미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 대표는 정 전 총리의 조언을 경청하며 “비상한 시기이고, 총선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렸다”는 말에 일일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또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당내 통합, 이 두 개를 조화롭게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며 “당 대표로서 최선을 다해서 조화롭게 이뤄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나 당내 비명계가 요구해 온 '통합 비대위'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둘의 대화에서 적지 않은 인식차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비명계 관계자는 “이 대표 발언의 행간에는 당내 통합이 혁신을 저해한다는 인식이 깔렸다”며 “이는 적극적인 통합을 당부한 정 전 총리의 발언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정 전 총리가 ‘선민후사(先民後私)’ 대신 ‘선민후민(先民後民)’을 입에 올린 건, 상황에 따라 이 대표가 개인적인 걸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 전 총리가 언급한 ‘결단’의 뜻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정 전 총리가 과감한 혁신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이 대표의) 2선 후퇴나 (통합) 비대위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신당 합류를 선언한 최성 전 고양시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오늘 (이재명-정세균) 대화 내용을 간략히 설명 들었다. 정 전 총리로서는 하실 말씀을 거의 다 한 거로 보이고, 이 대표의 대답은 없었지 않았냐”고 말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대표의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측근을 통한 협의 과정에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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