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결국 워크아웃行…정부 “60개 사업장 일부 정리, 분양자·협력사 보호”
태영건설이 결국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채권단이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정부도 ‘태영건설 리스크’ 확산 방지를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발표했다.
워크아웃 신청날, 채권단 소집 통보
이미 워크아웃 신청설이 돌았던 만큼 금융당국과 관계기관의 움직임은 빨랐다. 28일 오전 태영건설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산은은 즉각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보했다. 산은은 “금융채무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의 강제적 조정 없이는 위기상황의 타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오전 김주현 위원장 주재로 정부 및 관계기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만큼 채권자들은 내년 1월 11일까지 논의를 거친 뒤, 태영건설 회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신용공여액 4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한다. 이후 최대 4개월간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자구책 마련에 나선다.
SBS 제외하고 계열사 정리 수순
금융당국은 일단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 전제로 채권단과 함께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태영 측이 SBS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계열사를 매각 내지 정리할 거란 관측이 높다.
이와 관련해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태영) 계열주가 자구노력을 1조를 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이 있고, 그다음에 골프장을 담보로 대출도 받고, 태영건설의 주주인 티와이홀딩스가 에코비트를 판 자금도 넣는 식”이라며 “더 추가적인 자구계획은 지금 산은에 제출했다”고 했다.
60개 사업장, 일부 강제 정리 불가피
다만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우발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까지 신청한 만큼, 문제 PF 사업장의 강제적 정리는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사가 개입된 태영건설 부동산 PF 사업장은 총 60개다. 금융당국은 이 중 본 PF까지 진행한 주거 사업장(25개) 중 분양을 마친 곳은 사업을 정상 진행하기로 했다.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18개)과 비주거 사업장(17개)·주거 사업장 중 분양을 진행하지 못한 곳은 대주단이 사업성을 판단해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권 상임위원은 “어려운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나 재구조화를 하되 분양자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보증 활용해 분양금 및 대금 환급
PF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분양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을 활용한다. 태영건설 사업장 22개(1만9869세대) 중 14개(1만2395개)는 HUG의 분양보증에 가입했다. 사업이 막히면 분양보증으로 분양대금을 환급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진행하는 6개 사업장(6493세대)은 필요하면 공동도급 시공사나 대체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나머지 2개 사업장도 신탁사·지역주택조합보증이 사업을 차질 없이 완료시킬 계획이다.
하도급 업체 등 협력업체 미지급 대금도 최대한 갚게 한다는 게 금융당국 방침이다. 권 상임위원은 “(태영건설 협력업체) 상거래 건이 1485억 돌아오는데 이런 것 막고 금융채무를 만기연장하는 게 워크아웃 철학”이라고 했다. 만약 협력업체 대금 지급에 문제가 있으면 건설공제조합의 지급보증 등을 활용한다. 이미 협력업체 581개의 하도급 계약(1096건) 중 96%(1057건)가 지급보증에 가입돼 있다. 태영건설에 매출 의존도가 높아(30% 이상) 피해가 발생하는 하도급사는 우선 금융사 채무 상환을 연장(1년)하거나 금리감면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일시적 유동석 부족 업체는 ‘신속지원(Fast Track) 프로그램’도 적용한다.
경영 정상화 쉽지 않아
다만, 정부 노력에도 태영건설 정상화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건설사 특성상 이렇다 할 자산이 많지 않은 데다 이미 워크아웃 신청 전 태영 측이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았다는 분석 때문이다. 태영 측이 SBS 등 우량 계열사의 매각 등에 소극적인 점도 자구책 마련을 어렵게 한다. 실제 방문신 SBS 사장은 28일 오후 회사 내부망에 담화문을 올려 “TY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 또한 없다”며 “TY홀딩스에서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SBS 경영과 미래 가치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이 때문에 태영건설 자구책 마련 과정에서 산은 등 채권단의 자금이 과도하게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권 상임위원은 “(채권단 자금 지원은) 금융시스템을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그런 비용으로 보셔야 한다”고 했다.
“태영이 특수 사례, 위기 전이 없다”
정부는 태영건설 위기가 다른 건설사나 또 다른 위기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374%)과 부채비율(258%)이 타 건설사보다 유독 높은 만큼, 이들의 사례가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 PF 불안이 계속되고, 건설사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는 만큼 관련 대책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태영건설 사태로 인해 PF 사업장에 자금이 과도하게 회수되는 것을 상시 점검하고 기존 PF 사업장보증(25조원)과 대주단협약·PF 정상화 펀드 등을 활용해 PF 사업 재구조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건설사 지원을 위해서 정부 합동으로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을 해나가고, 한 축으로는 PF 사업장 자체에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해나가면 생각했던 바대로 연착륙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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