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입김 나오는 추위에 어묵 국물 한 잔 어떠세요

유영숙 2023. 12. 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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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서는 늘 사람 사는 향기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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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가끔 전통시장에 간다. 안 가면 가고 싶고 사람들이 궁금하다. 한 달 반마다 혈압약을 타러 병원에 가는데 병원 건물 뒤에 전통시장이 있다. 약을 탄 뒤에 꼭 전통시장에 들른다. 이번 주는 신정 전이라 전 가게에는 전이 가득했다. 
 
▲ 송화 시장 내가 자주 가는 전통시장이다. 우장산역에서 바로 이어져서 교통이 편리하다.
ⓒ 유영숙
   
전통시장에 가면 볼거리가 정말 많다. 가게마다 파는 물건도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과일도 작은 바구니에 담아서 팔고, 채소도 바구니에 담아서 판다. 한 바구니를 검정 봉지에 넣어서 준다. 말만 잘하면 한 바구니에 몇 개를 덤으로 얹어 주기도 한다. 생선 가게에도 없는 생선이 없다.
  
▲ 전통시장 풍경 과일과 채소를 작은 바구니에 담아서 팔고, 생선도 정말 싱싱하다.
ⓒ 유영숙
 
생전 친정엄마가 강릉에 혼자 사실 때, 가끔 고향에 가면 나를 강릉 중앙시장에 데려가셨다. 시장에 가서 난전(길거리)에 앉아서 채소를 파시는 어르신이 많았다. 시골에서 농사지으신 것을 가지고 오셔서 한 무더기씩 쌓아 놓고 파셨다.

친정엄마는 단골이 있어서 아무 곳에서 물건을 사지 않았다. 꼭 단골 어르신이 파는 곳에 가서 호박도 사고 가지도 사고 사셨다. 걸음도 어찌나 빠르신지 내가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채소를 다 사면 지하에 있는 해산물 가게로 데려가셨다. 우리가 내려가면 꼭 비싼 문어를 사주셨다. 살아있는 문어를 그 자리에서 솥에 넣어 삶아 주는 가게가 있었다. 문어는 킬로당 가격을 매긴다. 보통 2킬로나 3킬로 되는 문어를 사면 여러 명이 실컷 먹을 수 있다.

바로 삶아서 가져오면 문어가 달면서 정말 맛있다. 그 문어를 먹으면 다른 곳에서 파는 문어는 못 먹는다. 지금은 친정엄마가 세상에 안 계시지만, 지금도 강릉에 가면 꼭 그곳에서 문어를 사 온다. 택배로도 보내주셔서 가끔은 특별한 날 주문해서 먹기도 한다.
  
없는 게 없는 전통시장

전통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 대형 마트에도 물론 없는 것이 없지만, 전통시장에 가면 먹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떡 가게도 쳐다보고 옛날 과자 가게도 기웃거려 본다. 어묵 파는 가게에 서서 꼬치 어묵도 먹어본다. 어묵 국물을 그릇에 담아 호호 불며 먹는다. 추위가 다 달아난다. 정말 맛있다.
  
▲ 전통시장에는 먹거리가 정말 많다 자주 들르는 떡 가게와 옛날 과자 가게다. 가끔 어묵도 먹고 떡볶이도 먹는다.
ⓒ 유영숙
 
오늘도 전통시장에 가서 한 바퀴 구경하고 필요한 것을 사 왔다. 전 가게에서 아주 커다란 녹두 빈대떡을 7,000원 주고 사 왔다. 즉석 두부는 2,500원, 도토리묵은 3,000원이다. 예전에는 전 한 팩에 7,000원 정도 했던 기억인데, 오늘 가니 11,000원이나 하였다.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다. 나도 친정엄마처럼 단골 가게를 정해놓고 반찬도 몇 가지 사 왔다. 오늘 저녁상은 진수성찬이 될 것 같다.
 
▲ 전 가게와 반찬 가게 각종 전과 반찬을 팔고 있어서 갈 때마다 꼭 들러서 반찬을 사온다.
ⓒ 유영숙
   
전통시장에 가면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주로 어르신들이 많다. 검정 봉지에 담아주는 물건을 바퀴 달린 장바구니에 담아 끌고 가신다. 허리도 조금 굽으셨지만, 가족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드리려는 정성이 담겨있다. 내게 전통시장은 사랑이다.

아직도 현금 고집하는 시장도 있어... 카드사용 편해졌으면 

전통시장에서는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하면 좋다. 공무원은 맞춤형 복지에 의무적으로 전통사장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하게 되어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다. 퇴직 전에 매년 온누리 상품권을 행정실에서 구매해 주었다. 물론 맞춤형 복지 포인트로 사주는 거다. 온누리 상품권을 친정엄마에게 드리면 시장에 가셔서 고기를 사서 드시며 많이 좋아하셨다.
  
▲ 각종 나물 가게 카드 사용이 편하면 좋은데 대부분 현금만 받아서 조금 불편하다.
ⓒ 유영숙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하면 연말 정산에도 도움이 되어 원래는 현금 영수증도 해 줘야 하지만 거의 안 해준다. 카드보다는 현금을 선호하고, 현금이 없으면 계좌 이체하라고 가게마다 계좌번호를 적어 놓았다. 물론 싸게 팔면서 카드 수수료까지 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한다.

전통시장에서도 카드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연말 정산에도 전통시장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은 따로 공제받는다. 그것도 다른 곳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상인들이 카드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면 손님이 더 많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시장마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우리 집 주면 시장에 갈 때는 꼭 현금을 찾아가야 해서 그 점이 조금 불편하다.

전통시장은 늘 활기가 넘친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기분 좋은 곳이다. 신정 전이라 주말에 전통시장을 한 번 다녀오시면 좋을 것 같다. 다음에 갈 때는 설날 즈음에 방문할 예정이다. 그때는 더 푸짐하게 물건을 쌓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겠지. 새해가 벌써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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