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노인, 전국 4만2000명… 한달 일해 버는 돈은?

이해나 기자 2023. 12. 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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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폐품, 폐지 등을 손수레에 싣고 고물상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조선일보 DB
국내에서 생계 유지 등을 위해 폐지를 줍는 65세 이상 노인이 4만2000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일주일에 6일, 하루에 5시간 넘게 폐지를 주워도 한 달에 고작 16만원을 손에 쥐었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와 지원대책을 공개했다. 정부 차원의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와 지원책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국에 있는 고물상 4282곳 중 지역 대표성을 가진 105곳을 표본 추출한 뒤 이곳에 폐지를 납품하는 노인의 수를 확인해 전국 단위 규모를 추계했다. 더불어 폐지 수집 노인 1035명을 일대일 대면조사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역 내 폐지 수집 노인을 전수조사한 후 이들에게 노인 일자리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루 5.4시간·주 6일 폐지 주워도… 월 소득 15만9000원 

실태조사 결과 폐지 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세였다. 남성이 57.7%를 차지해 여성보다 많았다. 1인 가구가 36.4%, 2인 가구가 56.7%를 차지하는 등 평균 가구원 수는 1.7명이었다.

이들은 평균 하루에 5.4시간, 일주일에 6일 폐지를 주웠고, 이걸로 월 15만9000원을 벌었다. 폐지를 줍는 시간당 소득은 1226원으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의 12.7%에 불과했다.

올해 폐지 1kg당 가격은 한국환경공단 집계 기준 74원으로, 지난해 84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리어카 가득 100kg를 채워도 8000원이 안 된다.

이들은 '생계비 마련'(53.8%), '용돈이 필요해서'(29.3%) 등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폐지를 주웠다.

폐지를 줍게 된 동기는 '다른 일을 구하기 어려워서'(38.9%)가 가장 많았다. '현금 선호'(29.7%), '자유로운 시간 활용'(16.1%) 등이 뒤를 이었다.

건강상 문제가 없다면 폐지를 지속해서 줍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8.8%에 달했다.

가장 큰 애로사항(복수응답)은 '폐지 납품단가 하락'(81.6%)이었다. '폐지 수집 경쟁 심화'(51%)와 '날씨'(23%) 등도 어려움으로 꼽혔다.

필요 사항(복수응답)으로는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8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식료품 지원'(36.9%), '생활용품'(26.9%), '일자리 지원'(18.6%), '기초생활수급자 선정'(12.6%) 순이었다.

◇월소득 113만원, 노인가구 평균의 절반도 안돼

이들의 월평균 개인소득은 폐지를 팔아서 번 돈을 포함해 74만2000원, 가구소득은 113만5000원이었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전체 노인의 개인소득 129만8000원 대비 57%, 가구소득 252만2000원 대비 45% 수준에 불과했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93.2%, 공적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각각 24.9%와 12.7%였다.

이들의 주된 소득원은 기초연금 49.9%, 폐지 수집 15%, 공적연금 13.9%, 기초생활보장급여 9.6% 순으로 나타났다. 총소득에서 기초연금과 폐지를 주워 얻는 수입의 비중이 65%에 달했다.

신체적·정신적 건강도 좋지 않았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21.4%, 건강하지 않다는 비율은 32.7%였다. 전체 노인의 경우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56.9%, 건강하지 않다는 비율이 14.7%여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우울 증상'을 보유한 비율이 39.4%로, 전체 노인(13.5%)의 2.9배에 달했다. 

이들의 79%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알고 있었지만, 참여하는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57.7%로 과반이었다. 이유는 '폐지 수집이 익숙해서'(37.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현금 수입'(14.8%), '혼자 일하기 선호'(12.6%) 등도 꼽혔다.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지자체를 통해 지역 내 폐지 수집 노인의 인적 사항을 확보하는 전수조사를 한다. 내년 1분기까지 인적 사항을 확보한 뒤, 이 명단을 사회복지통합관리망에 입력해 주기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노인 낙상,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다리 근력, 발가락 힘 중요 

폐지 줍는 노인들은 낙상 사고를 주의해야 한다. 고령자는 넘어지면 크게 다쳐 장기간 거동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고령의 낙상 입원 환자 4명 중 3명은 골절상으로 입원한다. 주요 골절 부위는 하지(33%)와 척추(25%)로, 둘 다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해 병원 침상에서 누워지내는 기간이 길다. 고령 낙상 환자의 평균 입원 일수는 17.5일인데, 하지 손상시에는 22일로 늘어나고 75세 이상 대퇴부(넓적다리) 손상 환자는 29일이나 병상에서 지낸다. 고령자는 2~3주 동안만 병원 침대에 누워 지내도 보행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심하면 근감소증과 노쇠에 접어들 수 있기 때문에 낙상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낙상의 주요 원인은 하지 근력 저하, 균형기능 저하, 시력 저하, 인지기능 저하, 관절염, 우울증, 신경계 질환, 부적절한 약물 복용 등 다양하다. 낙상 상황은 ▲평지나 계단에서 미끄러짐 ▲무엇인가에 걸림 ▲발을 헛디딤 순(順)이다. 낙상시 신체 상태는 ▲균형을 잃은 경우가 가장 많고 ▲다리에 힘이 갑자기 빠진 경우 ▲어지러움 ▲잠시 의식을 잃음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낙상을 예방하려면 평소 근력 운동과 균형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특히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허리 주변 근육이 중요하다. 발가락 힘도 매우 중요한데, 발가락 가위바위보, 발가락으로 수건 끌어오기와 구슬 옮기기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양팔을 벌리고 일직선을 11자로 밟으며 똑바로 걷는 연습을 하면 균형 기능 유지에 좋다.

한편, 한쪽 다리가 불편할 경우, 불편한 다리의 반대쪽 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불편한 다리와 지팡이를 같이 내어 걸으면 불편한 다리의 엉덩이 관절 부담을 줄여준다. 계단을 오를 때는 건강한 다리부터 내딛고 계단을 내려갈 때는 불편한 다리부터 내딛는다. 낙상은 미리 방지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넘어진다면 시선을 넘어지는 방향으로 두고 모든 관절을 굽혀 몸을 낮춘다. 만약 넘어졌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몸을 조금씩 움직여 특정 부분이 지나치게 눌리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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