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연구개발 수장 6개월만에 교체, 왜?

강기헌 2023. 12. 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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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수장 교체로 뒤숭숭
SW+HW 결합 조직 개편

현대자동차그룹이 6개월 만에 연구개발(R&D) 조직에 칼을 다시 댄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조직을 더 강하게 통합하는 방향이다.
28일 현대차그룹은“급변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전사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라고 밝혔다. 세부 개편안은 다음달 나올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전경. 현대자동차그룹이 연구개발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세부적인 연구개발 조직 개편안은 내년 1월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차가 연구개발 조직에 메스를 대는 건 지난 6월 이후 반년만이다. 사진 현대차


이날 공개된 개편 계획의 핵심은 R&D 수장 교체다. 현대차는 김용화 최고기술경영자(CTO·사장)가 고문으로 물러난다고 이날 발표했다. 포드 연구원 출신인 김 사장은 2015년 현대차 파워트레인제어 개발실 상무로 현대차에 합류해 지난 6월 연구개발 조직을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에 올랐다. 6개월 만에 CTO가 교체됐지만 현대차는 이날 신임 CTO를 발표하진 않았다. ·

현대차 내부에선 김 사장의 퇴임을 두고 뜻밖이라는 반응이 다수다. R&D 허브인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엔 지난 27일 밤 무렵에 김 사장의 퇴임 소식이 전해졌다고 한다. 개발 조직의 수장이 6개월 만에 물러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까지 예고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년 만에 연구개발 총괄 사장이 물러난 전례가 없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현대차는 김 사장의 CTO 취임에 맞춰 조직을 대대적으로 바꿨었다. 차량 소프트웨어와 배터리·로봇 등을 독립형 개발 조직으로 바꾼 게 핵심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협업이 필요한 경우 각 조직이 모이고 흩어지면서 스타트업처럼 유연하게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올 11월에 임직원 메시지를 처음으로 내면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앞서는 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용화 현대차 사장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글로벌기업경쟁력강화 더불어민주당의원모임 주최로 열린 '현대자동차 미래 모빌리티 비전과 과제' 세미나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28일 고문으로 물러났다. 뉴스1


현대차 안팎에선 수면 아래에 있던 조직 내 갈등이 밖으로 분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로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하드웨어 R&D 조직의 불만이 누적됐다. 지난해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을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지만, 개발 조직 내부에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김 사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R&D 리더십 이원화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그동안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은 김 사장과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겸 현대차 SDV본부장(사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렇다보니 미래차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이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와 포티투닷 등 3개 조직에서 각각 진행됐다. 이는 일관된 전략 부족과 연구개발 속도 저하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전통적인 차량 개발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하는 파괴적인 원가 혁신 시도 등을 주도하는 혁신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기술 간 시너지 통해 SDV를 포함한 미래차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내년 1월 안으로 세부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티투닷이 개발하는 자율주행차. 현대차는 지난해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을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 포티투닷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R&D 조직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더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음 주 그룹 신년회에서 정의선 회장이 던질 메시지에 따라 조직 개편의 취지나 방향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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