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승려, 징용 무연고자 위해 납골당 기증…"몇년 전에야 알게 됐다"
역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얼굴을 붉히게 되는 이웃, 일본이다. 일본에서 한 승려가 나섰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끌려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고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에 납골당을 기증했다.
지난 27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재일본대한민국 가나가와민단 건물에서 일본 세이타이지(清泰寺) 나카지마 야스요시(中島泰義·79) 주지 스님을 만났다. 그는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 보문사 해운 스님에게 자신이 소유한 도치기(栃木)현에 있는 납골당을 선뜻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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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님의 기증
그가 기증한 납골당은 도치기현에 있는 납골공원인 미카모메모리얼 파크의 한 구역으로, 약 200기의 유골함을 안치할 수 있다. 기증서에 그는 “일본 식민지였던 한반도에서 일본에 강제연행된 사람들, 그 자손의 유골을 봉안하도록 권리를 이양한다”라고 적었다.
납골당을 기증한 이유를 묻자 나카지마 스님은 “사실 그렇게 공부를 하지 않아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일을 알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일간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강제동원 조선인 무연고자 유골 봉환 문제에 귀기울이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나랏일과는 별개로, 제게 뭔가 가능한 일이 있다면 양국의 젊은이들과 미래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무연고자 봉환 이야기를 먼저 건넨 이는 해운 스님이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문제에 나선 건 지난 2004년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강제동원된 민간 징용자 유골 봉환을 희망한다”고 밝혔고, 고이즈미 총리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답했다. 봉환 협의의 시작이자 양국 최초의 합의였다.
이후 양국은 ‘한·일유골협의체’를 만들었고, 일본은 실태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일본 사찰, 납골당 340여 곳에 약 2800위의 민간 징용자의 무연고 유골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주도의 봉환은 급물살을 타는가 했지만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엔 사실상 진전이 없었다.
‘상원사종’에서 시작한 인연
두 스님의 인연은 월정사 성보 박물관장을 겸하고 있는 해운 스님이 신라 성덕왕 때인 725년에 만들어진 상원사 동종을 연구하면서 관련된 일본 문화재를 찾아보면서 시작됐다. 일본 세이타이지가 보유한 경판 이야기를 듣고 나카지마 스님과 소통하다가 자연스레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해운 스님은 “어느 날 갑자기 나카지마 스님이 강제동원된 조선인 무연고자를 위해 기증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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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안게 된 스님들
양국 정부가 멈춘 일을, 두 스님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해운 스님은 “나카지마 스님의 기증으로 계기가 마련된 만큼, 일본의 시민단체나 협회들과 협력해 일본 전역에 흩어져있는 무연고자 유골과 위패를 모시겠다”고 했다. 나카지마 스님은 “필요하다면 납골당을 더 기증하고, 토지도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해운 스님은 “아픈 역사를 인정하냐, 안 하냐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라면서 “우리가 바라는 건 젊은이들이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카지마 스님도 “앞으로 한·일 젊은 세대가 우리의 이런 마음을 이어받아 서로 미워하지 않고, 증오하지 않으면서 화합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나가와=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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