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 7000억 은행대출…"제2 레고랜드 사태 없을 것"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태영건설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의 일부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금융 불안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2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공시한 차입금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장기차입금 1조4942억원, 단기차입금 6608억원 등 모두 2조1550억원에 이른다. 이 중 국내 은행에서 빌린 돈은 장기차입금 4693억원, 단기차입금 2250억원을 포함해 모두 7243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1292억원, 단기차입금 710억원 등 2002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했다. KB국민은행은 PF 대출 1500억원과 단기차입금 100억원 등 1600억원, IBK기업은행이 PF 대출 997억원, 우리은행이 단기차입금 720억원의 채권을 가졌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36억원, 하나은행은 619억원을 각각 태영건설에 빌려줬다.

보험업계에도 2000억원이 넘는 태영건설 대출 채권을 보유 중이다. 한화생명보험 845억원, IBK연금보험·흥국생명보험에서 각 268억원 등이다. 증권회사 중에는 KB증권이 412억원의 PF 대출을 제공했고 하나증권이 3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려줬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채권 행사 유예 등이 추진되므로 금융회사의 일부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PF 부실이 본격화하면 금융회사 실적에 시차를 두고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경순 삼성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당장 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PF 구조조정 가속화에 따른 자산 부실화 우려 등은 금융권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도미노’ 가능성에 금융당국이 PF 사업장별로 충당금을 더 적립하도록 하겠다는 방침 역시 금융회사 실적을 갉아먹는 재료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92조5000억원에서 지난 3분기 말 134조3000억으로 불었다. 이 기간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0.55%에서 2.42%로 상승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1년 전 레고랜드 사태의 재현은 없을 거라고 강조하며 금융시장을 다독였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해 말은 글로벌 시장이 긴축 모드의 시작이었지만 지금은 금리의 끝이 보이는 상황이어서 국내 금융 시장도 안정적”이라며 “또 지난해의 경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현재는 이미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관리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익스포저 보유 금융회사 총자산의 0.09% 수준인 4조5800억원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이날 코스피가 전날보다 41.78포인트(1.6%) 오른 2655.28로 장을 마감하는 등 시장 흔들림은 없었다.

김경진 기자

향후 워크아웃 진행 경과는 금융 시장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이날 채권단협의회 소집을 통지하고 다음 달 11일 1차 협의회 의결을 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공동관리절차 개시 및 채권 행사 유예 여부 등이 정해진다.

이후 산은의 실사와 기업개선계획 작성을 거친다. 그리고 기업개선계획 의결, 이행약정 체결 및 점검 순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만 최소 4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게 금융당국의 전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앞으로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 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