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사상 첫 성과급 0원 쇼크…슬픈 농담까지 돈다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올해 보너스는 ‘빈 봉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내부에선 수원에 사업장이 있는 모바일·가전 부문 등과 비교해 “수원은 갈빗집, 화성(반도체)은 빵(0%)집”이란 우스갯소리가 오갔다.
28일 오후 삼성전자는 사내 인트라넷에 주요 사업부별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 예상 지급률을 공지했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에 수립했던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연 1회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정확한 OPI 지급 규모는 산정 중이며, 내년 1월 지급 시점에 최종 공지될 예정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OPI 예상 지급률은 0%다. 지난해 성과에 따라 올해 초 지급된 OPI는 연봉의 50%였지만, 역대급 반도체 한파에 OPI를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2000년에 이 제도(당시 PS)를 도입한 뒤 0% 성과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경영 계획상 DS부문의 OPI 최대치(연봉의 50%) 목표는 영업이익 29조원 달성이었고, OPI 하한선(0~3%)은 영업이익 11조5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올해 DS부문에서 -13조9700억원(BNK투자증권), -13조4660억원(키움증권), -13조6050억원(현대차증권) 등 10조 이상의 적자를 예상한다.
삼성전자의 성과급은 상·하반기 나눠 지급하는 목표달성장려금(TAI)과, 전년 실적에 따라 연초에 지급하는 OPI, 개인별 업무성과급, 특별상여금 등이 있다. DS부문은 지난 20일 발표된 하반기 TAI 공지에서도 암울한 소식을 들어야 했다.
DS부문의 지난해 하반기 TAI는 월 기본급의 50%였지만, 올 상반기 25%로 낮아졌고 이번에 더 쪼그라 들었다. 반도체연구소·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의 하반기 TAI가 각 25%, 메모리사업부엔 12.5%가 책정됐다. 반도체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반도체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0%로, 성과급이 없다.
DX(디바이스경험)부문에서는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MX(모바일경험)사업부가 46~50%,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가 각각 39~43% 수준의 OPI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S23·Z5 시리즈 등 플래그십 모델과 TV 판매 성과 덕분이다. 두 사업부는 올 하반기 TAI도 월 기본급의 75%를 받는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생활가전·네트워크사업부의 OPI 역시 연봉의 10~12%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두 사업부의 TAI는 각각 25%가 책정됐다. 이밖에 호실적을 낸 삼성디스플레이의 OPI 예상 지급률은 46~49% 수준이 될 전망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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