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생선 먹방에 현지인도 기겁…'대상 후보' 기안84 반전 매력
“다 왜 이렇게 정신 나간 거 같지?”
예고 영상을 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박재한·36)이 운을 떼자 기안84(김희민·39)는 “이게 여행 예능이지”라며 맞장구를 친다. ‘무계획 현지 밀착’ 콘셉트의 MBC 예능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 시즌3 속 기안84의 모습을 보면 빠니보틀의 반응이 단박에 이해된다.
이번 시즌3에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로 떠난 기안84는 천둥·번개 치는 길거리에 앉아 빗물이 섞인 즉석 라면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다. 해변 모래가 묻은 날생선을 뜯어 먹는 모습에, 생선을 날로 먹는 걸 상상조차 못한 현지인 청년들은 질끈 눈을 감아버린다. 이런 모습에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 같다”(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반응이 나온다.
이 뿐만 아니다. 입 안에 남은 모래를 한국에서 챙겨간 초고추장으로 헹궈 삼켜버리는 등 그의 예측불가한 엉뚱한 행동들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한다.
‘현지 MZ세대의 문화를 느껴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우연히 참석한 진수식(새로 만든 배를 물에 띄우는 행사) 전야제에선 마치 그 지역에서 오래 산 주민인 것처럼 자연스레 녹아들어 광란의 댄스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이런 기안84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무한 긍정력” “삶에 대한 가식이 없는 사람” “진심으로 낯선 문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기안84의 이같은 활약 덕분에 '태계일주'는 시즌1(남미), 시즌2(인도)에 이어 시즌3(마다가스카르)까지 연이어 흥행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프로그램이 올해 시즌3까지 빠르게 편성된 이유다.
시즌2 이후 세 달 만에 돌아온 ‘태계일주3’은 방송 내내 5~6%대의 시청률을 유지했던 앞선 시즌의 인기에 힘입어 첫 회부터 시청률 5.7%(닐슨, 전국)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4회에선 시청률이 6.7%까지 올랐다. 2049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으로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1위다.
프로그램 인기가 치솟자 ‘원톱’ 기안84는 올해 MBC 연예대상의 강력한 대상 후보로 떠올랐고, 시즌2부터 고정 출연 중인 유튜버 덱스(김진영·28)는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양한 포맷의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난립하는 가운데, '태계일주'가 군계일학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현지인의 일상에 초(超)밀착해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여행으로 차별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케이블 방송에서 유튜브로 예능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는 과도기에 꼭 맞는 리얼하면서도 정제된 여행 콘텐트를 보여주고 있다”며 “덱스와 빠니보틀이 유튜브형 여행 방식에 가깝다면, 지상파 쪽에 가까운 기안84가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예측불가하고 엉뚱하지만, 진정성 있는 기안84의 매력 또한 프로그램 인기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인도 여행 중 시신을 화장하고 빨래를 하는 갠지스 강 물을 퍼 마시고, 마다가스카르에선 작살만 들고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현지인들과 함께 물고기를 잡는 식이다. 현지 문화에 대한 편견 없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융화하기 위한 노력이기에 그런 행동들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간다.
정덕현 평론가는 “‘나 혼자 산다’(MBC)에서 기행으로 보인 기안84의 행동이 약간의 객기가 허용되는 외국에선 호감으로 작용하면서 과거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태계일주’로 연출 데뷔한 김지우 PD는 “기안84는 낯선 곳을 수원역, 여주터미널 등 본인에게 익숙한 장소로 편견 없이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선이 있다”며 “낯선 환경과 특성이 달라서 생기는 독특한 재미를 자연스럽게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솔직하게 리액션하는 성격의 덱스와 빠니보틀이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케미)를 내면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선한 여행지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도 이 프로그램의 볼거리다. 김PD는 “최대한 현지인의 삶을 담으려고 하는데, 출연자 전원이 직접 고프로 촬영을 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보다 자연스러운 화면을 담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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