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직일지' 디트뉴스 김재중 기자를 만나다
[신정섭 기자]
▲ 28일 아침, 디트뉴스24에서 해고된 김재중 기자가 대전 둔산동 사옥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 신정섭 |
대전·세종·충청을 아우르는 제1세대 인터넷 언론 <디트뉴스24>가 지난 21일 조합원 1명을 해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1일 설립된 디트뉴스24 노동조합에서 교육선전부장을 맡은 김재중 기자는, 12월 20일 충북본부에서 대전 본사 경제뉴미디어부 부국장으로 전보 발령된 지 단 하루 만에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며칠 전부터 해당 언론사가 위치한 대전 둔산동 사옥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 요구' 1인시위를 벌이고 있고, 페이스북 디트뉴스24 노동조합 페이지에 '나의 해직일지'를 연재하고 있는 김재중 기자로부터 사연을 들어보았다.
"탈세 관련 재판 기사, 회사 인수 이후 모두 사라져"
- 디트뉴스는 전통적으로 진보적 색채를 띤 지역 언론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논조가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주가 바뀐 탓이라고 하던데, 맞는 말인가요?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봐요. 전 사주인 ㈜청암이 경영할 때는, 뭐 크게 진보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 기자가 할 말은 하고 살았죠. 당시 사주가 권력에 대한 감시나 비판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관점을 가지고 계셨어요. 지금 대주주는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인데요. 그분이 지난 2018년 11월 2일 디트뉴스를 인수했는데, 그 이후로 차츰 기사 간섭과 통제가 시작됐습니다. 김정규 회장이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요. 2019년 2월 1심 선고가 내려졌는데, 수십억을 탈세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에 벌금 100억원이 나왔어요. 법정 구속은 피했고, 현재 항소심이 5년째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김정규 회장이 디트뉴스를 인수하기 전에 썼던 탈세 관련 재판 기사가 김 회장 인수 이후 모두 사라졌다는 점이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디트가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얘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 항소심이 5년째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그건 제가 단언해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쓰는 것 같기는 한데, 심증만 있을 뿐 증거가 없으니 함부로 얘기할 순 없죠. 김 회장이 국세청과 세무서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그게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고 그 결과가 나와야 항소심 선고가 내려질 거라는 얘기를 듣긴 했어요."
- 해고 사유가 아홉 가지나 된다고 들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말하자면 회사측이 기자님을 쫓아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1월에 쓰신 정치비평이 해고의 서막이라고들 하던데요.
"제가 지난 1월에 작성한 칼럼이 큰 영향을 준 건 맞는데, 그게 직접적인 징계사유라고 특정하기는 좀 무리가 있어요. 사측이 징계사유에 그렇게 쓸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제가 쓴 칼럼은 '대전은 왜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축소판 됐나'라는 제목의 정치비평이었는데,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 칼럼을 읽고 많이 불편해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격노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김정규 회장이나 편집국장한테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규 회장이 1월 27일에 전 직원을 모아놓고는 갑자기 제가 쓴 칼럼 이야기를 꺼냈어요. '세상을 어지럽히고 이장우 시장을 인간적으로 비하한 기사다...' 뭐 그런 말씀이었어요. 전 직원이 다 들었으니까 부인하지는 못할 거예요. 아무튼, 제 칼럼이 해고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 제가 그 칼럼을 읽어봤는데,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받아들일 만한 거친 표현은 없던데요? ☞https://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38350 디트뉴스가 그 정도 표현의 자유도 허용하지 않는단 말인가요?
"김정규 회장은 1월 27일 전 직원 앞에서 '너무 지나치게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거나, 한 인간을 너무 공격하거나 이건 우리 언론에서 가야 할 정도의 길이 아니다.'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제가 좀 억울한 게, 사실 그 칼럼이 그렇게 거칠다거나 인신공격이 들어 있거나 하지 않았아요. 오히려 동료들이 '이번 칼럼은 평소 김재중답지 않게 무딘 편'이라고 얘기할 정도였죠. 공동대표 한 명이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해서 만났는데, 기사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식으로 저한테 에둘러 압박이 들어 왔어요. 물론 저는 일언지하로 거부했죠."
- 기자님의 페이스북 상태 메시지를 보니까 '공인에게 공익을 묻는 일을 합니다'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언론 기자의 사명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보이는데, 아까 말씀하신 칼럼의 내용이 지방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아닌가요? 김정규 회장과 대표가 이걸 용납하지 못한 거군요?
"그런 셈이죠. 사실, 시장이나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을 상대로 쓴소리를 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인이니까 기자로서 공익성을 따져 묻는 겁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고, 법리적 판단 역시 공익을 위한 목적이고 충분한 취재가 이루어졌다면 다소 거친 표현이 들어있다고 해도 명예훼손이나 뭐 그런 걸로 책임을 지우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징계해고가 내려진 겁니다."
- 조금 전 말씀하신 칼럼은 그래도 칼질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실제로 기사가 일방적으로 삭제된 일도 있었나요? 아까 언급하신 회장의 재판 관련 기사 말고 다른 기사들 중에서 말입니다.
"기억나는 두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제가 2022년 6월에 작성한 '뽑아주니 관용차부터 교체, 시민 눈높이에 맞나?' 기사가 있었는데요. 박정현 대덕구청장의 경우 카니발 차량을 월 86만 원 정도에 임차해 사용했었는데, 최충규 대덕구청장 당선인이 이걸 매달 190만 원 정도가 필요한 제네시스 G80으로 교체한 걸 지적했는데, 이 기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회사의 공동대표가 제게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과 최충규 대덕구청장이 고교 동문이라고 알려주더군요. 구청장이 동문 찬스를 사용했는지, 사주가 동문 봐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기사는 삭제됐습니다. 하나 더 소개하면, 충남도청을 취재해 온 황재돈 기자가 지난 4월 12일 작성한 '또 K·B·S? 김태흠 충남지사 정무라인 인사편중 논란' 기사도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디트뉴스 홈페이지에 단 하루 게재돼 있다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K·B·S가 뭐냐면, 공주고·보령·서천 인맥을 말하는 건데요. 충남도지사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칼질을 당한 겁니다. 이 사건으로 5월 1일에 디트뉴스 노동조합이 깃발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자해에 가까운 해고 논리"
-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제 해고 문제로 돌아올게요. 27일 디트뉴스24가 박길수, 김재현 공동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잖아요. 그들은 "디트뉴스는 언론 본연의 역할인 건전한 비판을 넘어 우리 지역사회를 황폐화시키는, 특정인 등에 대한 인신공격성 기사를 생산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징계 결정은 그동안 공동대표의 정당한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고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업무 이행을 하지 않는 구성원에 대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신가요?
"대주주 김정규 회장이 지난 1월 저에 대해 해고 지시를 내리면서 폈던 논리와 똑같습니다. 저는 이게 논리적으로 '자해'에 가깝다고 봅니다. 왜냐면, 박길수 공동대표는 편집국장을 겸직하고 있는데요. 디트뉴스 모든 기사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은 편집국장이 집니다. 그동안 출판됐다가 사라진 기사들이 '인신공격성 기사였어도' 편집국장의 책임이고, '인신공격성 기사가 아니었어도' 편집국장의 책임 아닌가요? 자해를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징계' 운운한 것도 저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고 쳐도 징계 절차보다 더 중요한 게 징계사유잖아요. 타당성이 전혀 없고요. 징계 양정도 터무니가 없습니다."
- 노무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떻게 싸워나갈 계획이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노무사님도 말씀하시고 주변에서 다들 그러세요. '이건 100%, 아니 200% 이기는 싸움이다.' 하지만, 저희는 1인 시위를 비롯한 항의 행동을 계속 이어갈 겁니다. 사측의 부당 노동행위와 부당 해고의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만, 최종적인 판단은 객관적인 국가기관이 내리는 거니까 그 결과에 따를 생각입니다. 다만 추후 노동위원회 등이 '정당한 해고'라는 공동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변명도 하지 말고 모든 파행의 책임을 지고 조용히 회사를 떠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법적 구제 절차는 아직 밟지 않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하려고 합니다.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고 계시는 시민과 독자, 시민단체, 언론 기자 등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윤리적 언론은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익의 관점을 지향한다. 외부의 압력과 내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언론의 자유와 보도의 자율성을 지킨다. 편집과 경영의 분리 원칙을 준수하며 건전한 비판 보도를 막으려는 의도적인 개입에 위축되지 않고, 상업적 이해가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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