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등 GCC 6개국과 FTA 타결…자동차·천연가스 관세 철폐

정종훈 2023. 12. 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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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산업부 장관 후보자)과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걸프협력이사회(GCC) 사무총장이 28일 서울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한-GCC FTA 타결 공동선언문 서명식에서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GCC(걸프협력이사회) 6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다. 한국 내연기관 자동차, 중동 천연가스 등에 매겨지는 관세가 사라지는 등 '주요 교역 시장' 중동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8일 서울에서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장과 한-GCC FTA 협상의 최종 타결을 담은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GCC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으로 구성된 관세동맹 형태의 경제협력체다.

이번 FTA는 한국이 체결한 25번째 FTA(협상 타결 기준)다. 아랍권 국가와는 지난 10월 타결된 한-UAE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과 GCC의 FTA 첫 공식협상은 2008년에 열렸지만, 2010년 GCC 측이 FTA 정책 재검토를 내걸면서 장기간 협상이 중단됐다. 지난해 협상이 재개된 뒤 올해 UAE·사우디·카타르와의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특히 중국·일본 등 주요 경쟁국보다 앞선 협상 타결로 한국의 중동 시장 진출이 빨라지고 양측 협력도 두터워지게 됐다. GCC는 싱가포르·EFTA(유럽자유무역연합)와만 FTA를 체결한 상태다. 사우디 등 GCC 6개국과 한국 간의 교역액은 지난해 기준 1026억 달러(약 132조원)에 달한다. 에너지·자원 수입이 많아 대(對) GCC 무역수지는 약 820억 달러 적자를 냈다.

향후 상품 품목 수 기준으로 한국은 89.9%, GCC는 80.5%에 적용되는 관세를 각각 20년 이내에 철폐하거나 감축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 GCC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기계, 화학제품 등에 매겨지는 5% 수준의 관세 대부분이 점차 사라진다. 한국산 완성차(전기·하이브리드차 제외)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고, 현지 조립·생산을 위한 투자도 탄력을 받게 됐다.

또한 로켓 발사기·미사일 등 무기류 관세도 대부분 사라지면서 방위산업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온 중동 시장에 대한 수출이 상승 기류를 탈 수 있다. 그 밖엔 참깨·조미김 같은 농축수산물, 의료기기, 화장품 등 수출 유망품에서도 GCC 측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출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GCC의 주력 생산품인 천연가스 등은 한국 측 수입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액화천연가스(LNG)에 매겨지는 3% 관세가 15년 이내에 사라지는 식이다. 나프타에 매기는 관세(0.5%)는 발효 즉시 절반 감축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생산원가를 낮추게 될 전망이다. 다만 양측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장 수입이 많은 원유는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GCC에서 수출하는 농산품은 국내 생산이 없는 대추야자·홍차 위주로 개방해 국내 업계 피해를 최소화했다.

서비스 시장에선 K콘텐트·의료의 문이 넓어진다. GCC는 영화·비디오 배급 서비스, 의료·치의료 서비스 등에서 WTO(세계무역기구) 서비스 협정 대비 높은 수준으로 개방한다. 이에 따라 중동 현지에서의 한국 영화 공급, 병·의원 설치 및 운영 등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기반이 마련됐다. 또한 대체·신재생에너지 협력 및 공급 안정화 같은 에너지·자원 협력 방안도 이번 FTA에 담겼다.

정부는 내년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하고, 국회 비준 동의 등을 거쳐 최대한 빠르게 협정을 발효한다는 계획이다. GCC와 인접한 중동 국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추가 FTA 체결도 검토할 예정이다. 안 본부장은 "UAE와의 CEPA 타결에 이어 GCC와의 FTA 타결로 ‘신 중동붐’ 확산의 주요한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와 중동 간 협력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면서 "중동 전역과 인접한 아프리카 권역까지 협력을 집중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통상과 산업·에너지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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