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태영건설發 위기 차단 '촉각'…회사채·CP 등 차환 지원(종합)

이세미 2023. 12. 28. 15: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 리스크 확산 가능성 없어”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조치 시행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으로 건설‧금융업에 위기 확산 우려가 커지자 조기 진화에 나섰다. 과도한 공포 심리 확산만 없다면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불안 차단에 나선 모습니다.

그러면서 건설사 발행 회사채·기업어음(CP)과 건설사 보증 PF-ABCP에 대한 차환 지원 등 유동성 공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태영건설은 부채 비중이 높은 점 등 특유의 문제로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시장 전반의 문제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미 안정된 글로벌 경제 환경과 국내 금융시장 상황, 그리고 경제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수출 등 거시경제가 회복되는 점을 감안해 위험요인을 정밀하게 점검해나가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시장참여자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도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은 이날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 부동산PF 대출은 3조2000억원이며, 이달까지 갚아야하는 대출 규모만 3956억원에 달한다. 내년엔 우발채무 3조6027억원 만기가 도래한다.

태영건설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사재 출연과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 담보 제공 등을 포함한 자구안을 제출했고, 산업은행은 이를 구체화하는 중이다. 그간 태영건설은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소유 골프장 담보 대출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구 노력을 해왔다.

채권단은 사재 출연 규모와 더불어 에코비트 매각과 SBS 지분 매각 등을 두고 추가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으로 채권금융기관의 채권 행사는 중단되지만, 협력업체 등 상거래 채권은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당장 다음날 돌아오는 1485억원 규모 상거래채권에 대한 결제 이행을 약속한 상황이다.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28일 오전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태영건설

정부는 우선 태영건설 관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예기치 못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미리 마련해 놓은 컨틴전시플랜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PF사업장 60여개 가운데 양호한 사업장은 정상으로 사업을 추진하되, 유사시 HUG 분양계약자 보호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정상 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은 시공사교체·재구조화·매각 등을 추진한다. 태영건설이 계속 시공하는 분양진행 사업장(22개)은 필요 시 HUG 분양보증으로 시공사교체·분양대금환급 등 분양계약자 보호조치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581개에 달하는 태영건설 협력업체에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발주자 직불합의를 통해 대금이 원활히 지급되도록 할 예정이다. 원도급사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에도 보증기관 등을 통해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협력업체에는 대출 만기연장·금리인하 등 신속지원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공사 140건에 대해 수익성 검토 등을 거쳐 태영건설 또는 공동도급사가 공사를 계속 진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태영건설이나 공동도급사가 공사 이행을 할 수 없는 경우 신탁사나 보증기관이 대체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이행할 수 있다.

또 시장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도 병행한다. 금융당국은 우선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설사 발행 회사채·CP와 건설사 보증 PF-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하기로 했다.

또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시장의 전반적인 위험회피 강화와 기업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P-CBO 프로그램도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최근 미국 FOMC이후 안정적인 글로벌 금융시장,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정적인 국내 시장 상황, 태영건설 이슈에 대해 상당기간 동안 시장 참여자들이 지켜봐온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워크아웃 신청의 금융시장 영향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불안 심리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현재 운영 중인 시장안정 프로그램들의 규모와 내용을 적시에 대폭 확대‧보완하는 등 충분하고 과감한 선제 조치를 취해나가기로 했다. 필요시에는 한국은행도 정부와 함께 시장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한 불안으로 정상적인 분야까지 자금 흐름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준다면, 우리 경제 규모와 여력을 기반으로 지금의 불안요인들이 해소되고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